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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수행 신은정 씨

기자명 법보신문

▲ 반해·33
겉으로 보이는 나와 내안의 나는 많이 달랐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다보니 얼굴은 웃지만 속에서는 스트레스로 화병이 생기기 시작했다. 조울증처럼 기분 좋다가 갑자기 울고, 우울해지면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감정통제가 되지 않아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면 상기가 되어 죽을 것만 같았다. 과민성대장염도 겹쳐 1년에 두 차례는 응급실을 가야했다.

서비스업 종사로 화병 생겨
100일 간 오로지 절·염불
온 가족 절 수행하며 건강
모든 사람 행복 위해 수행

생활 습관을 당장 바꾸지는 못했다. 입이 즐거운 피자와 빵 등 밀가루 음식만 먹고살았다. 겨울에도 짧은 치마를 입고 멋을 부리는데 신경 쓰는 20대였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컸기에 23살에 화병이란 걸 알게 됐다. 화병이 어떤 병인지도 모르고 4년이 지났다. 더 이상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약을 먹어도 신장에 세균 감염이 발생하는 신우신염이 재발하고 생리통으로 산부인과에서 진통제 없이는 힘든 시절을 보냈다. 게다가 교통사고로 허리디스크와 목디스크가 생겨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서 절 수행과 만났다.

법왕정사 청견 스님은 100일 기도를 숙제로 줬다. 처음엔 너무 두려웠다. 집에서 하는 100일 기도가 아닌 절에서 새벽예불부터 밤까지 절을 할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했다. 스님의 “신우신염은 병도 아니다. 절하면 금방 좋아진다”는 말씀에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새벽예불부터 밤 9시까지 2000배씩 하고 한 달에 두 번 서울과 부산법당에서 3000배를 했다. 한 달이 지나면서 몸에서 오줌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여름에 겨울내복을 껴입으며 절하니 하루에 두 번씩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나자 스님은 절만 하지 말고 염불도 하라고 말씀하셨다. 절도 잘 못하는데 무릎 꿇고 염불을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생겼다. 한 시간 절하면 10분이라도 무릎 꿇고 염불하길 한 달이 지나자 눈앞에 환한 빛이 폭발하며 가슴에 박혀있던 마음속 응어리가 쏟아져 내리는 체험을 했다. 그 후 자신감이 생기고 약을 먹지 않아도 나을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생겼다.

하지만 아버지는 딸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내가 절에 가기 시작하면서 술을 많이 마시기 시작했고 알코올 중독에다가 사고로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다. 앞이 캄캄했다. 30년 동안 쉬지 않고 일하다 아버지 간호를 위해 직장을 그만 둔 엄마가 걱정도 되고 나만 좋다고 수행하는 상황이 너무 죄송했다. 답이 없는 문제를 풀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 때 오빠가 자신이 병원비를 낼 테니 걱정 말고 수행을 열심히 하라고했다. 오빠에게 너무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수행을 했다. 6개윌 후 아빠가 퇴원했다. 당시 부산에서 집중수행을 하고 있었는데 밝은 빛이 온몸 가득 펴지면서 부모님에게 감사한 마음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게 3시간을 ‘아버지 어머니 고맙습니다’ 하면서 울었다. 집중수행이 끝나고 집으로 갔다. 아빠가 나를 보더니 “우리 딸 수행하더니 좋아졌다”고 하면서 아버지도 절 수행을 시작했다.

절에 온지 4년이 지났을 때는 오빠가 아프면서 병원에 가는 날이 많아지더니 결국 직장을 그만 두게 되었다. 오빠도 스님과 상담 후 절 수행을 시작했다. 처음엔 부정적인 오빠가 이제는 병원 약을 줄이고 108배를 하면서 좋아지고 있다. 가족모두가 힘겨운 시간을 수행으로 극복하면서 부처님 가피로 사는 가족이 된 것이다. 수행을 통해 몸과 마음에 대해 알게 되면서 병이 와도 두려움 없이 극복하는 힘이 생겼다. 이제는 나처럼 힘들었던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수행한다. 올해는 동국대 불교문화대학원 불교학과에도 진학했다. 아직 많이 미약하지만 내 작은 기도와 도움으로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건강해진다면 나는 진짜 행복한 수행자다.


[1285호 / 2015년 3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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