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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지원 받는 불자이주민

법보신문은 2008년부터 한국사회에 새로운 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이주민들을 돕는 나눔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외롭고 힘겨운 생활을 하던 중 사고나 갑작스런 병환으로 도움의 손길이 간절한 이들이 대상이다. 지금까지 100여 명, 금액만도 4억원에 달한다. 사부대중의 관심과 동참이 없었다면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며 지금까지 이어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

도움이 필요한 안타까운 사연과 간절한 호소는 지금 이순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나눔캠페인을 담당하는 기자로서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 도움을 요청하는 수많은 손들 가운데 어떤 손을 잡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대부분이 각종 산업재해, 불의의 사고 등으로 병고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경중을 따지기가 여간해선 쉽지 않다. 그만큼 도움을 주지 못하게 된 이들에게는 죄송스러운 마음이 가득하다.

최근 외국인 스님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스리랑카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한 학생이 뺑소니사고를 당해 위독하다는 내용이었다. 당장 급한 수술은 받았지만 장기간 치료가 불가피하다는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불교계 이곳저곳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해 마지막 희망을 걸고 연락을 한 것이라며 꼭 도와 달라 거듭 애원했다.

스님의 간절한 당부에 이 학생을 나눔캠페인 대상자로 선정하기로 하고, 이틀 후 학생이 입원해 있는 지방의 병원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런데 출발 하루 전 저녁 스님에게 전화가 왔다. 지역의 한 교회에서 발벗고 나섰다며 당사자가 취재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고마움과 씁쓸함의 감정이 교차됐다. 사실 이 같은 일이 처음은 아니다. 6개월 전 사연을 접하고 찾아간 네팔 출신의 불자이주민에게도 취재 며칠 전부터 교회의 도움을 받고 있다며 다른 이주민을 찾아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개신교 교회에 감사한 마음이 생기면서도 그들처럼 적극적이지 못한 불교계에 아쉬운 마음이 앞선다.

▲ 임은호 기자
한국 내 이주민 수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2050년에는 100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한국을 찾는 이주민의 대부분은 불교국가 출신일 것이다. 개신교계는 이미 십수년 전부터 이주민들을 향해 ‘도움’이라는 이름으로 적극적인 ‘선교’활동을 진행해 왔다. 그리고 한국에서 개신교를 접한 이주민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현지 선교의 교두보로 활동하고 있다.

언제까지 불자 이주민들이 도움을 찾아 이곳 저곳을 방황하며 떠돌아야 할지를 생각하면 암담할 뿐이다. 자비의 종교라는 불교가 과연 이주민을 위해 어떠한 자비행을 펼쳐왔는지 스스로 반문해 볼 때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286호 / 2015년 3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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