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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이치 통달 못한 무겸 청법에 자백대사의 누각 장광설로 답하다

아, 어떤 사람이 진실로 양의의 마음을 활용해서 나라를 다스린다면 어느 나라인들 다스려지지 않겠으며,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는 마음을 지니고 만물을 다스린다면 어떤 것인들 수용하지 못하리오. 만물을 수용하면 다 함께 포용할 수 있고 나라를 다스리면 겸선(兼善)을 행하는 것이니, 이것이 성인이 공을 이루는 것이다.

자백이 ‘차광’ 이름한 누각
이 누각은 광명과 하나라
만상 받아들여 일체 융섭
광명 밖서 누각 찾지 말라

대장부가 일을 행함이 이와 같다면 구사하는 테크닉은 다르더라도 이루는 공은 같은 것이며 이름은 달라도 실제의 알맹이는 똑같은 것이다. 무엇 때문에 드러내고 감추는 것을 가지고 차이를 따지겠으며 하는 일의 귀천을 가지고 신명(神明)을 저울질하겠는가. 장인은 그 행실을 높이고 그 의술을 신묘하게 할지어다. 내가 의술의 비전을 논하는 김에 장인이 걸어가는 길에 군더더기 말을 붙였다.

바라건대 이를 보는 이들이 장인의 의술을 아는 데 그치지 않고 또 이를 의지해서 군자가 행하는 사업에 나아가 천하국가에 베푼다면 헌원씨와 황제의 교화를 다 함께 볼 수 있을 것이다.

장인은 통달한 달자이다. 저 장인의 마음을 안다면 어디를 가더라도 통달하지 못함이 없을 것이다.

이 광명의 누각 이야기
곡아(曲阿)는 학계(鶴溪)라고 하는데 자백대사께서 교화를 펴신 곳이다. 거사 하씨가 가족을 모아 스님을 모셨는데 가장 근면했다. 운봉장자가 지난 정해년에 누각 하나를 세워 삼존을 모셨다. 이듬해 병신년에 지나가시다가 보고는 누각의 이름을 차광(此光)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대사께서 입멸하시고 일주기가 되었을 때 내가 영외에서 쌍경산으로 가다가 들렀는데 마침 대사의 탑이 세워지는 때였다.

시냇가 길을 걷는데 모든 장자와 거사들이 나를 보고는 자백대사님을 뵙는 것처럼 반겼다. 희비가 함께 교차하면서 연일 공양을 베풀었다.

장자 무겸이 이 광명을 얻어서 이어받고자 하는데 본래 있는 이치를 아직 통달하지 못하였다. 예를 올리고 설법을 청하면서 기억에 새겨 잊지 않겠노라고 하였다.

내가 흔쾌하게 말하였다.

“여기 자백대사께서 이 누각으로 장광설을 설하고 계십니다. 그러니 온 시방세계가 상적광토이고 일체중생이 육근문두에서 이 광명을 활용하여 하늘을 비추고 땅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산하대지와 일월성신과 초목과 사람과 가축과 비늘 달린 중생과 껍질 있는 중생과 날개 달리고 털 달린 중생들이 이 광명으로부터 나타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누각이 바로 이 광명이고 이 광명이 바로 이 누각이어서 만상을 받아들여 융섭하지 않음이 없습니다. 이 누각에 있는 이들이 공경스럽게 삼보를 모시고 예를 올리면서 귀의하고 경쇠소리를 울리면서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면 처자권속이 단란해질 것입니다. 먹고 쉬고 기거하는 24시간 동안 고개돌리고 올려다보고 내려다보며 웃기도 하고 욕하기도 하는 일체의 행동이 이 광명의 묘용 아닌 것이 없습니다. 비록 전도몽상이라 할지라도 이 광명에서 발휘되는 것입니다. 진실로 한 찰나에 알아차려서 돌아갈 수 있다면 이 광명이 본래 나의 집에 있던 것이어서 천연스럽고 자재하여 밖에서 새삼스럽게 얻는 것이 아닙니다.

이와 같이 현재 목전에서 성취한다면 일체를 수용할 것이니 어떻게 자기 스스로 깜깜해져서 광명 밖의 사람이 되는 것을 달게 여기겠습니까. 무겸장자께서 일상생활에서 이것을 진실하게 보고 훌륭하게 응용할 수만 있다면 본래 가지고 있던 것 뿐이겠습니까. 자백대사의 법신이 상주할 뿐만 아니라 다함없는 법문을 설하여 귀에 들어오면서 마음이 툭 터지게 해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 진로의 세계를 벗어나지 않고서도 단정하게 극락세계에 있게 될 것입니다. 무엇 때문에 광명 밖에서 따로 누각을 찾겠습니까.”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kibasan@hanmail.net

[1286호 / 2015년 3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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