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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교인가 위패장사인가

  • 기자칼럼
  • 입력 2015.03.23 15:16
  • 수정 2015.06.17 18:09
  • 댓글 2

최근 전북지역에 특이한 방식으로 포교(?)하는 포교당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경남 함안의 마애사가 운영하는 포교당들이다. 포교당이 포교를 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을까 싶지만, 그 방식이 워낙 상식을 뛰어넘는지라 지역내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방식은 이렇다. 우선 지역 어르신들을 포교당으로 모신다. 그리고 화장지나 계란 등의 생필품을 원가 이하로 판매한다. 입소문을 타고 어르신들이 모여들면 노래방 기기 등으로 흥겨운 분위기를 만든다. 그리고 본격적인 포교(?)가 시작된다. 핵심은 바로 위패와 원불을 모시도록 하는 것이다. 확인된 바에 따르면 위패는 120만원, 원불은 200~300만원 선이다. 일정한 수입 없이 자식들이 보내주는 용돈으로 생활하는 어르신들이 감당하기엔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럼에도 어르신들은 1~2위는 기본이고 많게는 5~6위까지도 모신다. “위패와 원불 봉안은 조상을 위한 최고의 효도이자 공덕을 쌓는 최고의 방편이며 자식들의 평탄한 삶을 보장해준다”는 달콤한 설득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복수의 제보자들에 따르면 이 포교당에는 여법하게 장엄된 불상도, 예불도, 법문도 없다. 대신 노래방 기기와 생필품들이 쌓여있다. 어르신들은 이곳에서 스님께 법문을 듣는 대신 젊은이들에게 위패와 원불 봉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접수를 한다. 이로 인한 가정불화도 이어지고 있다.

한 지역불자는 이 포교당에 대해 “가난한 어르신들을 속여 비싼 가격에 원불과 위패를 팔고 있다”며 “안그래도 불교세가 약한 전북지역에서 비불교적 행위로 불교 이미지를 바닥으로 추락시키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라고 성토했다.

확인 결과 이 같은 방식의 포교당은 전주시내에만 6곳에 달했다. 마애사 측은 “한 포교당이 3개월 정도 운영한 뒤 다른 곳으로 옮기기 때문에 많아 보일 뿐 실제로는 3곳”이라고 밝혔다. “포교당이 생겼다가 금방 사라진다”는 제보들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다단계’ 영업하듯 위패와 원불 봉안 접수만 받고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은 ‘떴다방’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위패 장사라는 비판과 관련, 마애사 회주 무진 스님은 “새로운 방식의 찾아가는 포교”라며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둘러댔다.

▲ 신용훈 기자
과연 그럴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서 이러한 방식을 옳은 포교라고 볼 수 있을까. 위패를 모신다는 것은 곧 고인을 모시는 것과 같다. 나아가 고인을 생각하는 마음과 정성, 그리고 고인과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을 위로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원불을 봉안하는 것도 단순한 행위가 아닌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예경하기 위한 최고의 불사다. 생애 마지막 불사라는 생각으로 위패와 원불을 봉안한 어르신들에게 사라진 포교당은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정말 이것을 포교라 할 수 있을까.

신용훈 기자 boori13@beopbo.com

[1287호 / 2015년 3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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