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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수행 이홍웅 씨

기자명 법보신문

▲ 금강·44
항상 부정적으로 살아왔다. 주변 환경부터 시작해서 내가 하는 일들이 잘 되지 않거나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생길 때면 항상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걸 알아차리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런 부정적인 사고들이 신체, 정신을 지배하게 되었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더 나쁜 결과로 이어졌다.

부정적 생각으로 삶 나빠져
대광명사 사경반 만나 변화
‘지장경’ 한권 사경 뒤 독경
매일 남에게 도움되길 발원

그러다보니 무엇보다 건강이 나빠졌다. 한동안 일을 쉬게 되었는데 그 와중에도 부정적인 사고방식은 바뀌지 않아 더 이상 정신적으로도 버티기 힘들 지경에 이르렀다. 부처님께서 도와주신 걸까? 회사 근처에 있는 부산 대광명사로 나도 모르게 발길을 옮겼다. 이곳에서 주지스님인 목종 스님을 친견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는 행운을 얻었다. 난생 처음으로 다라니, 광명진언 기도에 동참했고 차츰 시간이 갈수록 이상한 힘이 생기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예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 그것은 바로 이제까지와는 다른 ‘긍정’의 힘이었다.

정진을 꾸준히 하면 결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무너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었다. 조금씩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행동 역시 바뀌고 있다는 것이 스스로 느껴졌다. 주변에서도 그런 나를 보며 불교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비록 아직 수행이 부족한 탓인지 그분들에게 부처님에 대한 믿음을 확신시켜 주지는 못한 것 같지만 나만의 착각이 아니라 주위에서도 변화를 느낀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무엇보다 몇 개월 전부터는 대광명사 사경반을 이끌어 가는 서원향 보살을 만나 ‘지장경’ 사경에 동참하게 되면서 사경수행을 삶의 일부로 온전히 받아들이게 됐다. 이전에도 사경을 조금 해본 적은 있지만 ‘지장경’ 10권 사경이라는 목표로 갖고 사경을 하기는 처음이었다.  사경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선 한 곳에 앉아 집중해서 해야 한다.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다른 생각에 빠져들었다. 저녁 늦은 시간이나 피곤할 때 수행을 하면 쉽게 잠에 무너지기도 했다.

이렇게 나태해질 때도 많았지만 다행히 사경반 도반들의 꾸준한 격려가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 나갔다. 한 달에 한번 목종 스님의 사경수행 점검도 큰 도움이 됐다. 이때 여러 도반들과 공유한 수행담은 사경수행에 큰 격려였다.

‘지장경’을 2권 이상 쓰면서 내린 결론은 글씨를 정성스럽게 쓰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는 점이다. 정성을 들이면 자연히 글씨체도 바르게 되고 집중도 잘 된다. 매일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사경을 했다. 예상 시간과 분량을 정해서 하면 사경을 단순히 시간이나 분량 채우기로 여기는 마음이 들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다 쓰더라도 결국 조급함이 드러나 글씨체가 엉망이 되곤 했다. 왜 그런지 생각해 보면 사경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가장 중요한 데 말이다.

하나의 방법을 생각했다. 한 권 끝난 사경책으로 ‘지장경’을 독경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지난 시간에 사경을 얼마나 정성스럽게 했는지 바로 알게 된다. 산만하고 별 생각 없이 했다면 읽기가 불편하고 힘들었다. 반대로 어느 부분에서 읽기가 수월하다면 그 순간에는 조금 집중을 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사경책은 마치 거울과 같아서 내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지난 모습을 성찰하고 반성하며 더 나은 모습으로 나아가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앞으로도 사경을 매일 이어갈 것이다. 그리고 매일 남을 위해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삶을 살기를 발원한다.


[1287호 / 2015년 3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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