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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투명화 위해선 스님 판공비도 공개해야”

  • 교계
  • 입력 2015.03.26 00:31
  • 수정 2015.03.26 10:59
  • 댓글 3

3차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서
사찰재정공개 두고 출재가 ‘설전’
“이미 공개하는데 뭘 더 보여주나”
“스님들 호화생활이 재정 불신으로”
“30억 사찰 올해부터 재정공개”촉구

 

“사설사암을 제외하고 공찰의 상당수는 이미 재정이 공개돼 있고, 투명한 상태다. 사찰재정공개 요구는 스님들에 대한 막연한 불신에서부터 출발한 것이 아닌가.”(조계종 종회의원 주경 스님)

“사찰재정이 공개되고 투명화하고 있다고 하지만 일반인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스님들이기는 하지만 고급 외제승용차를 타고, 골프 등 호화스포츠를 즐기는 것을 보면 ‘저 돈은 어디에서 나왔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임완숙 인드라망 공동대표)

3월25일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열린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에 참가한 대중들은 사찰재정투명화와 재정공개 방안을 두고 열띤 토론을 펼쳤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속한 6모둠은 토론 시작과 함께 사찰재정공개를 두고 출재가의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재가자들은 “스님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든 돈까지 공개할 것”을 요구했고, 스님들은 “개인적인 영역까지 공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완숙 대표는 “사찰에서 재정투명화가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주지 스님의 판공비나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돈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이런 것들이 불신의 요인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운사 주지 호성 스님은 “가난한 절의 스님들은 보시(급여)를 따로 책정하지 않는다”며 “신도들이 개인적으로 주는 약값, 세뱃돈 등을 모아 개인적으로 필요한 곳에 사용한다. 이런 것들까지 예산에 반영하기에는 사실 어렵다”고 토로했다.

주경 스님은 “스님들이 고급승용차를 타고 골프를 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그러나 개인 보시금을 어떻게 소비하느냐는 개인 양심의 문제이다. 스님들의 소비문화가 곧 사찰재정불투명화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토론 과정에서는 “재정공개가 오히려 신도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 꺼리게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계종 부산불교연합회 사무총장 목종 스님은 “재정투명화는 사회적 흐름이라는 점에서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열악한 사찰재정이 그대로 공개될 경우 신도들의 신심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호성 스님도 “불사계획이 있더라도 신도들에게 부담을 줄까봐 소리 소문도 없이 진행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절의 열악한 재정을 공개하는 것은 신도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게 된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물론 가난한 절까지 모든 사찰이 재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최소한 우량사찰로 불리는 대표적인 사찰 몇 곳이라도 재정을 공개해 불신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장시간 토론이 이어졌지만 사찰재정 공개 범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했다. 스님들은 사찰재정의 공적인 부분을 드러내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승단의 전통적인 관례까지 공개된다면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재가자들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은 있겠지만 사회적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모든 것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양측은 추후 종단 차원에서 재정공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선에서 의견을 모았다. 또 스님들의 보시와 판공비 등에 대해서도 일정정도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6모둠 토론에서는 사찰재정투명화와 함께 사찰재정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특히 재정투명화에 대한 불신해소는 사찰이 얼마만큼 많이 사회 공적영역에 기여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사찰재정의 공공성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경 스님은 “사찰의 재정을 종단 발전과 공공영역을 위해 사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종회차원에서 예산편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스님은 이어 “재정적으로 우량한 사찰을 직영사찰로 추가 지정해 종단의 목적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인사 승가대학장 원철 스님은 한발 더 나아가 “문화재 보유사찰의 관람료와 사찰부동산 수익금을 모두 공적기금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문화재관람료는 선대 스님들이 남긴 유산으로 얻는 수입이다. 현전 승가의 노력에 의해 얻는 수익이 아니라는 점에서 철저하게 공적인 기금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사찰부동산수익금 역시 해당사찰이 임의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모듬별 토론에 이어 열린 종합토론에서는 “올해부터 예산 30억 원 이상의 사찰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재정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웅기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오늘 논의를 통해 사부대중이 사찰재정투명화를 위해서는 사찰재정을 공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며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우선 올해 안으로 재정규모가 30억 원 이상이 되는 사찰부터 재정공개를 의무화 하도록 결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대중공사 공동추진위원장 도법 스님도 “중요한 것은 대중공사를 통해 모여진 의제들을 어떻게 실행하느냐”라며 “직영사찰, 특별분담사찰 등 일정규모 이상의 사찰은 올해부터 재정을 공개해 투명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집행위원장 일감스님은 “일단 오늘 제안된 내용을 의제실무팀에서 논의해 정리한 뒤 다음 대중공사에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찰재정공개에 대한 종단차원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어떤 형태로든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공주=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288호 / 2015년 4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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