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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불을 불편해 하는 스님들

사찰 체험 중 가장 감동스런 경험으로 아침예불(禮佛)을 빼놓을 수 없다. 먼동이 트는 파르스름한 새벽, 허파까지 싸해지는 새벽공기를 마시며 청정한 스님들이 법당에 들어서면 침묵보다 무거운 고요가 허공에 가득 쌓였다. 이윽고 사물이 울리고, 장중한 스님들의 예불이 시작되면 지켜보는 이의 마음까지도 함께 맑아졌다.

예불 싫고 대중생활 불편해
독살이 스님들 갈수록 늘어

예불은 만가지 수행의 기본
기본 무너지면 불교 무너져

예불이 일반인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겠지만 사찰에서 예불은 일상으로 이뤄진다. 예불은 아침과 점심, 저녁 3번에 걸쳐 이뤄지는데, 아침과 저녁 예불이 가장 중요하다. 예불시간에는 가장 큰 어른인 조실이나 방장스님부터 갓 절에 들어온 사미까지 모두가 참석해야 한다. 그래서 예불은 사찰의 가장 중요한 일과이며 스님들의 하루는 예불로 시작해서 예불로 끝난다. 스승과 도반, 제자가 함께 참여하는 예불의 힘으로 스님들은 수행자로서의 삶을 굳건하게 지탱해 가고 있는 것이다.

예불은 풀어쓰면 부처님에 대한 인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단순한 뜻풀이를 넘어서 있다. 예불은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로 시작된다. ‘지극한 마음으로 목숨을 다해 예배를 올린다’는 뜻인데 부처님과 가르침, 부처님을 따르는 승가에 목숨 바쳐 귀의하는 것은 물론 이 생에 반드시 성불하겠다는 서원이 담겨 있다. 직지사 주지 흥선 스님은 이런 예불에 대해 “몸과 입과 마음을 다해 삼보에 목숨을 들어 돌아가겠다는 날마다의 간절한 신앙 고백이자 삼보와 일체인 본원생명으로 생애를 걸고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무거운 자기선언”이라고 밝히고 있다. 스님들은 매일의 예불을 통해 초발심(初發心)을 점검하고 깨달음을 향한 불퇴전의 의지를 다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스님들이 예불을 꺼리고 있다. 대중생활을 하지 않는 스님들이 늘면서 예불을 모시지 않는 스님 또한 늘고 있다. 예불이 귀찮아 대중생활을 기피하는 스님들이 적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3월25일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열린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에서는 이런 우려의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승가풍토를 개선해야 한다. 대중생활을 꺼리고 토굴을 짓고 개인 생활하는 스님들이 늘고 있다. 본사에서는 대중스님들이 예불만 하면 모든 수행에 관한 편의를 제공한다. 그런데 예불이 싫어서 대중생활을 마다하는 스님도 있다. 토굴을 지어 혼자 살려고만 한다. 스님들이 이렇게 개인화되면 앞으로 본사에서도 대중스님을 찾아보기 어려워 질 것이다.”

대중공사에서 나온 지적들이다. 스님들이 출가한 이상 사찰에서의 대중생활은 기본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대중생활보다는 개인생활을 하는 스님들이 늘고 있다. 대중생활은 하지 않고 소위 ‘독살이’하는 스님들이 득세하고 있는 것이다. 별장 부럽지 않은 호화토굴도 종단의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수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스승이 필요하다. 수행의 길을 함께 하며 경책해 줄 도반도 있어야 한다. 수행자에게 대중생활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의무다. 그런데 개인생활을 하는 스님들이 늘면서 승가의 해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근대 한국불교 역사에서 예불에 치열했던 스님으로 동산 스님을 빼 놓을 수 없다. 동산 스님은 노구(老軀)에도 가장 일찍 일어나 가장 먼저 예불에 참석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스님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마당을 쓰는 것으로 후학들에게 참다운 수행자의 길을 보여줬다.

“밤마다 부처님을 안고 자고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부처님을 품고 일어난다네.” 중국 부대사(497~569)의 말씀이다.

▲ 김형규 부장
수행자는 단 하루도 수행의 길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경책이다. 조석예불은 부처님의 은혜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며 성불하겠다는 서원이다. 그래서 옛 스님들은 예불을 모든 수행의 기본으로 삼았다. 오늘날 한국불교는 기본이 무너지고 있다. 수행자로서 지켜야할 기본을 천대하는 스님들이 늘고 있으니, 불교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김형규 kimh@beopbo.com

 

[1288호 / 2015년 4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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