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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기독교를 아십니까?

  • 기자칼럼
  • 입력 2015.03.30 11:25
  • 수정 2015.03.30 11:27
  • 댓글 0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다종교사회에서 살고 있다. 때문에 그 많은 종교가 한 울타리 안에 공존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다름에 대한 인정이 전제되어야 함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 종교를 대표하는 불교와 기독교는 서로에 대한 이해에 인색한 편이다. 특히 기독교는 불교에 대한 공격적 성향을 멈추지 않고, 불교계는 그들이 왜 그렇게 편협한 행동을 보이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당하고만 있다.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이유다.

기독교계 일부에서 ‘하나님만이 유일신이며 그 외는 모두 우상’이라는 믿음에 천착해 불상의 머리를 자르고 불상에 십자가를 그리는가 하면 사찰이 무너지라고 기도하는 맹목적 종교관을 보이는 것만큼이나, 불교인들 중에서도 무작정 기독교를 배척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더 나아가 불교와 기독교가 교리상 무엇이 서로 다르고, 어떤 점에 문제가 있는지를 살펴보지도 않은 채 ‘기독교’라는 단어 자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도 있다.

최근 부처님이 이 땅에 펼친 정법을 기준으로 기독교 사상을 평가한 최초의 책 ‘불교, 기독교를 논하다’를 보는 시각에서도 그런 무지함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어느 사찰 불교서점에 놓인 이 책을 한 스님이 보고는 “왜 ‘기독교’가 나오는 이런 책을 여기서 파느냐”고 자못 준엄(?)하게 관계자들을 꾸짖는 웃기고도 슬픈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 책은 두 종교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바탕으로 석가모니 부처님이 진리의 관점에서 ‘완성된 자’이고, 오히려 여호와가 ‘번뇌에 물든 중생’임을 드러내고 있다. 불자라면 기독교의 폭력에 가까운 언행에 대응할 논리를 갖추는 것은 물론이고 불교에 대한 자긍심까지 얻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럼에도 그 스님은 책 내용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기독교’라는 단어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보인 것이다. 과연 그 스님은 기독교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불교와 기독교의 다른 점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해보기는 했을까?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다종교사회에서 타종교에 대한 인식이 그토록 편협한 스님이, 과연 불자들에게 올바른 종교관을 심어줄 수 있을까도 의문이다.

▲ 심정섭 부장
그렇다면 불교 사부대중은 기독교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혹시 눈에 보이는 수치를 놓고 물량적 비교대상으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길은 달라도 같은 산을 오른다며 마치 불교와 기독교의 교리적 목적지가 같은 것처럼 잘못 알고 있는 것도 잘못이지만, 불교만 알면 됐지 기독교를 알아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며 배척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하나의 종교적 입장에서 다른 종교 교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분석하는 일은 자신의 종교를 보다 정확히 이해하는 계기가 되는 것은 물론, 다른 종교와의 차이를 깨닫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1288호 / 2015년 4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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