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저먼워치(Germanwatch)의 2012년판 기후위기지수(CRI)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10년까지 극한 기후현상은 총 1만4천 건이었다. 사망자만 71만 명에 달했고, 피해액은 2조3천억 달러. 간접 피해는 제외한 규모다. 가장 큰 피해를 본 나라는 방글라데시, 미얀마, 온두라스 순이었다.
방글라데시의 피해 상황을 톱아보자. 우기였던 4월엔 비가 오지 않고, 건기였던 5월에 비가 쏟아졌다. 해수면 상승으로 벵골만 연안의 섬들 면적은 무려 85%나 줄어들었다. 여기에 벵골만의 수온상승으로 태풍의 횟수가 늘어나면서 대홍수가 빈번해졌다. 농경지 피해는 물론 강 주변 지역이 바닷물에 침식되면서 거주하던 사람들마저 섬을 떠났다. 벵골만의 볼라섬 경우 지난 40년간에 걸쳐 절반이 넘는 땅이 갑작스럽게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갔다는 보고도 있었다. 연간 평균 800여명의 인명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진행속도라면 2050년에는 방글라데시 전체 국토의 17%가 침수, 약 2000만 명의 기후 난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머나먼 나라의 일인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미 우리나라도 아열대화 징조가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 한라봉은 고흥, 나주에서 재배되고, 대구의 사과는 영월과 철원에서 생산되고 있다. 한국의 고유 한대림인 한라산 구상나무림 면적은 1967년 935㏊에서 2003년 617㏊로 30% 이상 감소했다. 지구온난화의 직접적인 피해가 우리 현실 앞에 벌어지고 있는 셈인데, 이는 식량문제가 곧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4월 한국에서 열리는 ‘기후변화 대응 아시아시민사회 컨퍼런스’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컨퍼런스는 올 12월 ‘post-2020 기후체제’를 확정짓는 파리 기후변화당사국총회를 앞두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모델을 제안하기 위해 마련됐다.
눈에 띄는 건 방글라데시를 비롯해 미얀마, 네팔, 스리랑카, 인도 등 아시아 기후변화 주요 피해 국가가 참여한다는 점이다. 기후변화 피해국이 맞이한 현실을 직접 듣고 심도 있게 그 대응책을 논의해 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물 부족과 식량생산 감소는 물론 국제 안보까지 위협하고 있다. 국경과 국익을 넘어 인류 공동의 대응이 시급하다. 4월 컨퍼런스 개최를 계기로 소박한 삶과 청빈, 무소유가 이제 우리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인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1288호 / 2015년 4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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