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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주기와 우리의 민낯

4월16일은 세월호 참사로 꽃다운 아이들을 바다에 묻은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세월호는 지금도 진도 앞바다 50m 수중에 잠겨있다. 그곳에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9명의 희생자들이 남아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세월호 희생자 수색을 중지하면서 인양을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 기술적인 검토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지만 간간히 “인양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며 비수를 날리는 것을 보면 뒤틀린 박근혜 정부의 속내가 읽힌다. 우리 정부는 천안함을 비롯해 여러 척의 배를 인양한 경험이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호화유람선 콩코리아호를 인양했다. 콩코리아호는 11만4500톤 크기로 6825톤에 불과한 세월호의 19배 규모다. 인양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의미다. 어쩌면 세월호 인양으로 드러날 진실을 정부는 두려하고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며 “진실을 인양하라”고 외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추모 열기 일자 돈다발 흔들며
정부, 세월호 희생자 가족 모욕

세월호 참사 책임 부패한 정부
이제 국민이 나서 책임 물어야

세월호 참사 1년은 우리 사회의 품격을 되돌아보게 했다. 침몰하는 배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 방송하고 도망가 버린 선장의 비열함은 우리 사회의 민낯이었다. 우리는 정부와 소위 보수라는 사람들이 희생자 가족에게 가하는 모욕과 조롱을 수없이 봐왔다. 진실규명을 요구하며 단식하는 희생자 가족 앞에서 조롱하듯 폭식투쟁을 벌이고, 어묵을 먹으며 친구를 먹었다는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패륜적인 일도 무상으로 벌어졌다. 세월호 희생자의 의사자 지정과 대학 특례입학 등 유가족이 바란 적도 없는 왜곡된 내용들이 유언비어로 떠돌고 나면 뒤이어 세월호 희생자들을 비난하는 보수단체의 린치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정부의 암묵적인 비호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세월호 침몰 책임은 배의 소유주인 해운사와 선장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는 이윤추구에 눈이 멀어 국민의 안전은 뒤로 미룬 채 타국에서는 낡아서 쓰지도 못하는 배를 사들여 쓸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준 정부의 책임이 크다. 불법 증축에 눈감고 침몰하는 배에 갇힌 아이들을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한 정부의 부패와 무능이 참사의 핵심이다.

그러나 정부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역주행을 계속하고 있다. 세월호 특위는 정부와 집권여당의 몽니로 지난해 11월에야 겨우 출범했다. 그나마도 정부는 사사건건 시비를 걸더니, 세월호 1주기를 보름 앞두고 느닷없이 특별법시행령을 내놓으며 속내를 드러냈다. 여야 합의로 뽑힌 조사위원장과 위원들의 역할을 대폭 축소시키고 정부의 고위관료들이 조사위원회를 장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빠진 특별위원회가 이제는 조사권마저 정부에게 빼앗김으로써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수장될 위기에 처했다. 그리고 불과 며칠 뒤에는 느닷없이 배상·보상 기준액을 발표했다.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에게 느닷없이 돈다발을 내민 것이다. 세월호 추모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 희생자 가족들의 절규를 혈육을 팔아 돈을 바라는 것으로 간단히 매도해 버린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항공기 폭탄테러 미수사건이 일어났을 때 국민들 앞에서 이렇게 사과했다. “나는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리는 데 관심이 없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실수를 바로잡아 더욱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나는 국가와 국민을 보호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종적인 책임은 대통령인 나에게 있습니다.”

▲ 김형규 부장
이것이 정상적인 지도자의 언어와 품격이다.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 맞은편에 보수단체가 설치한 현수막이 을씨년스럽게 걸려있다.

“세월호 가족들은 더 이상 국론을 분열시키지 말라.”

최소한의 양심과 상식마저 사라져 버린 이런 세상을 우리는 언제까지 침묵으로 지켜볼 것인가? 

김형규 kimh@beopbo.com

[1289호 / 2015년 4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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