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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산업 스파이 로버트 포천[br]중국서 훔친 차로 역사를 바꾸다

기자명 이병두

‘초목전쟁 영국은 왜 중국 홍차를 훔쳤나’ / 세라 로즈 지음 / 이재황 옮김 / 산처럼

▲ '초목전쟁 영국은 왜 중국 홍차를 훔쳤나'
붓 뚜껑에 목화씨를 숨겨온 문익점을 비롯해서 동서고금의 역사에 숱한 산업 스파이가 있었다. 이 책은 세계 질서의 재편까지 가져온 중국 차(茶) 도둑 겸 산업 스파이와 그가 미친 영향을 재미있게 풀어간다.

19세기 전반 “인도는 아편을 공급하고 중국은 차를 공급했으며, 영국은 그 두 가지 모두에서 자기 몫을 챙겼다.” 그런데 “만약 중국이 아편을 만드는 양귀비를 합법화한다면 영국은 더 이상 차를 수입하고, 인도에서 전쟁을 치르고, 국내에서 공공사업을 벌일 돈을 얻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찾아낸 대안이 중국의 최고급 차 산지들과 조건이 비슷한 인도의 히말라야 산간에서 차를 재배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좋은 차나무의 건강한 표본과 수천 톨의 씨앗, 뛰어난 중국차 생산자들의 수백 년 묵은 지식을 입수해야” 했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그것이 불가능했고, 결국 “식물 채집자·원예사와 도둑·스파이를 겸한” 사람으로 판단된 로버트 포천(1812~1880)을 채용해 훔쳐내는 방법을 쓰게 된다.

동인도회사는 품질 좋은 중국 차를 구하기 위해 그에게, 오직 ‘좋은 차를 수집한다’는 조건으로 ‘오늘날 가치로 5만5천 달러에 해당하는 연봉’과 ‘그가 수집하는 다른 모든 초목 즉, 관상식물·잔디·씨앗·묘목·꽃·과일·양치식물·구근(球根)에 대한 재산권을 준다’는 파격적 조건을 내걸었다.

본래 산업스파이라는 직업이 그렇겠지만, 포천도 숱한 어려움을 겪는다. 어렵사리 묘목과 씨앗을 구해 인도로 보내지만 최초 선적분의 3% 밖에 살려내지 못하는 실패를 맛본다. 그러나 이 ‘인류 역사 최대의 산업스파이’ 포천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번에는 중국 차 중에서도 최고급 대홍포(大紅袍) 산지인 우이(武易)산의 사찰에 찾아가 머물면서, “성실한 기록 보존자”였던 승려들 덕분에 차나무를 가꾸고 ‘차 한 잔을 준비하는 간단한 과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관찰하고 상세하게 기록하였다.

숱한 성공과 실패 끝에 “히말라야산맥의 모든 차밭은 포천이 보낸 차나무의 자손을 보유하게 됐고, 그것이 여러 세대 동안 이어질 인도 차 산업의 기반이 됐다.” “포천은 히말라야 산 차나무를 엄청나게 개선”시켰고, 결국 히말라야 산 차는 “독특한 맛이 나고 화려하며 부드럽고 풍부하고 순한 세계 최고의 차가 된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인도의 히말라야 차 산업은 한 세대 안에 품질과 물량과 가격 면에서 중국산 차를 앞지르게 된다.”

이렇게 해서 “영국에서 차의 인기가 높아가고 인도산 차의 출현으로 점점 더 쉽게 차를 마실 수 있게 되면서 영국의 공업화도 더욱 가속화됐다.” 그리고 차는 “영국의 자본과 금융 체계에 혁명을 일으켰고, 동아시아 무역망의 급속한 성장에 영향을 끼쳤다. 그것은 영국 식민지의 영역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됐다. 대영제국이 확장해 버마·실론·동아프리카 등 차가 자랄 수 있는 지역이 포함되면서 이전에는 황폐한 밀림에 가깝다고 생각됐던 곳에서 경제를 일으킬 수 있었다. 차는 또한 카리브해와 남태평양 같은 지역을 식민지화하는 노력에도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포천이 중국의 산업 비밀을 훔쳐온 지 20년이 지나지 않아서 “차 무역의 상대는 중국으로부터 영국의 식민지들로 옮겨졌다. 한 가지 초목이 원산지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이식되자 세계는 이전과는 다른 곳으로 변모”했던 것이다.

세계 역사를 바꾼 희대(稀代)의 대도(大盜), 산업 스파이 역할의 대가로 현재 시가로 500만 달러 상당의 재산을 남긴 채 1880년에 세상을 떠난 포천, 그가 죽자 그의 아내는 “남편이 남긴 모든 문서와 소지품들을 불살라 버렸다.” 왜 그랬을까?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

[1289호 / 2015년 4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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