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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보시-하

기자명 서광 스님

육바라밀 전부가 보시의 다른 이름일 뿐

대승불교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킨 보살이 행하는 모든 행위는 고통과 어리석음의 이 언덕에서 깨달음의 저 언덕으로 건너가도록 중생을 실어 나르는 뗏목, 또는 운송수단을 의미하는 육바라밀의 범주에 속한다. 그런데 규봉 종밀선사는 이 육바라밀이 모두 본질적으로는 보시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라고 했다.

보살수행의 핵심이 곧 보시
정신적인 보시는 지계·인욕
영적 보시는 정진·선정·지혜
물질 보시로 보시바라밀 완성

보시에는 의식주와 관련된 물질적 보시(재보시, 財布施)와 두려움과 불안을 없애주는 심리적 보시(무외시, 無畏施), 그리고 올바른 진리를 가르쳐주는 영적 보시(법시, 法施)인 3종류가 있다. 미륵보살 게송에 의하면 물질적 보시는 보시바라밀, 정신적 보시는 지계바라밀과 인욕바라밀, 또 영적 보시는 정진, 선정, 지혜바라밀에 속한다고 한다. 무착보살은 정진하지 않으면 진리를 가르치는 능력 자체가 없고, 선정이 없으면 자기가 믿고 좋아하고 이익이 되는 일에 빠져서 오염된 마음으로 진리를 가르치게 되고, 지혜가 없으면 진리를 왜곡해서 가르치게 된다고 했다.

여기서 종밀선사와 미륵보살, 그리고 무착보살의 관점을 종합해 보면 가장 본질적이고 보편적인 궁극의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보살수행의 핵심은 ‘보시’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또 지난 호에서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이 있으면 보살이 아니라는 사실과 이들 4가지 집착은 보시를 통해서 자각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면 이제 우리의 과제는 어떻게 하면 보시행과 4가지 집착, 그리고 육바라밀수행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나아가서 일상의 삶속에서 실천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먼저 물질적 보시행을 통해서 4가지 집착과 육바라밀수행을 통합하고 실천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보살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물질 가운데 기본적인 필요 이상의 것들은 자신보다 더 필요로 하고 요긴하게 쓸 수 있는 타자들에게 보시한다. 이때 자기가(아상), 자신의 소유물을 준다는 생각(인상) 없이, 누구에게 주고, 그 결과로 어떤 이익이 있을 것인지 요모조모 계산(중생상)하지 않고, 주고 난 후에도 계속해서 자기가 주었다는 기억을 마음속에 품지(수자상) 않는 것은 물질적 보시를 통해서 육바라밀의 첫 번째인 보시바라밀을 완성하고 4가지 집착을 내려놓는 훈련이다.

다음은 두려움을 없애주는 정신적 보시를 통해서 4가지 집착을 정화하고 육바라밀의 지계바라밀과 인욕바라밀을 완성하는 수행을 생각해보자. 정신적 보시, 즉 사람들이 겪는 심리적 불안과 두려움을 안정시키고 편안하도록 돕는 과정에서 보살은 내가(아상) 사람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해소시켜주는 능력이 있다는 의식(인상)과, 자신의 명예나 이익을 계산하고(중생상), 또 자신이 도와주었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상기(수자상)시키는 행동이나 말, 태도를 알아차리고 절제하는 일련의 노력들이 지계와 인욕수행에 해당한다. 이때 보살은 선한 마음을 증장시키는 4정근을 통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지계와 인욕을 실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영적 성장을 위한 보시를 통해서 4가지 집착을 정화하고 정진, 선정, 지혜바라밀을 완성하는 수행을 생각해보자. 보살은 정진을 통해서 영적 능력을 배양하고, 선정을 통해서 쾌락과 이익에 탐착하는 것을 경계하고, 영적지능을 계발하는 노력을 통해서 타자의 영적 능력을 향상키고 성장시킨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노력한다는 의식(아상), 남다른 선정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인상), 자기이익과 명예를 구하는 갖가지 계산들(중생상), 자신의 정진력과 선정, 지혜가 항상 자기 안에 존재한다는 믿음(수자상)과 관련된 말이나 행동, 생각들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심리적 과정을 알아차린다. 그리하여 느낌이나 감각단계에서 차단함으로써 사전에 방지하고(정진/선정), 4가지 집착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조건들을 처음부터 만들지 않는(지혜) 능력을 기른다.

서광 스님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seogwang1@hanmail.net

[1289호 / 2015년 4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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