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덴마크 등 서구서 수학하며 작품세계를 발전시켜 온 현대화가 김레이시 작가의 개인전 ‘In Between’이 4월23일까지 서울 삼청로 스페이스선+에서 열린다. 강렬한 원색의 캔버스가 불규칙해 보이는 선과 흐름을 만들어내지만 그 내면에는 불교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 김레이시 작가는 스페이스선+가 선정한 올 해의 촉망받는 신진작가다.
숭산 스님의 ‘모른다’ 주제
본질로 다가가는 여정 표현
스페이스선+ 4월23일까지
작가는 숭산 스님의 화두 ‘모른다’를 작품으로 옮기고 있다. 지식이 아닌 무의식과 의식의 균형에서 발생하는 직관적인 ‘행’을 통해 본인의 상태를 반추하고 본질에 다가가려는 붓질로 이루어진 작품들이다. ‘Don’t know mind’를 향해가는 과정이다.
붉고 푸른 캔버스 위 선들은 앞, 뒤를 알 수 없게 화면 가득 겹쳐있다. 사방에서 중앙으로, 전속력을 다해 뛰어들고 있는 듯한 선들은 서로 부딪치거나 아슬아슬 서로를 가로지른다. 작가에게 선은 무의식의 흐름을 따라 그려진 자국이다. 무의식에 기반 한 그림은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무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그 혼란 속으로 침잠하지 않는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무의식과 의식이 서로를 배제하지 않고 어깨를 맞댄 경계선의 자리서 드러나는 것이다. 이처럼 무의식과 의식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는 모습은 명상의 상태와 유사하다.
“선들을 표현할 때, 무의식의 마음 흐름을 따릅니다. 하지만, 무의식의 몸짓은 혼란 그 자체와는 당연히 구별 지어진다고 봅니다. 저는 무의식과 의식의 적절한 합의를 페인팅으로서 보여주고자 하는데, 이것은 보이는 세계 즉 저의 작업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로의 도달과 소통에 이르고자 함입니다.”
작가는 작품의 과정을 수행의 시간으로 여긴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일상으로 뛰어드는 사건과 감정들을 의식적으로 조율하며 살아가는 삶에 대한 통찰. 미묘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찰나의 순간들을 찾아 작품에 담아내는 작가의 독특한 힘을 만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02)732-0732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289호 / 2015년 4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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