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와 봉은사
독도와 봉은사
  • 남수연 기자
  • 승인 2015.04.1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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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독도에 대해 억지를 부릴 때마다 ‘침착한 대응’을 유지하던 정부가 결국 뒤통수를 맞은 꼴이다. ‘침착한’ 정부 태도에 대한 대가는 독도를 자국 영토라 명시한 일본 역사 교과서, 그리고 ‘독도는 일본 영토’임을 한글로 꾹꾹 눌러 찍은 일본의 한글판 방위백서였다. 일본은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1000여 건도 넘는다”면서 “역사적으로 명백한 자국영토”라는 기가 찬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침착한’ 대응이 왜곡된 역사로 똘똘 뭉친 돌팔매가 돼 돌아온 셈이다.

왜곡된 역사의 단편들이 후대의 발목을 잡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이 그렇고 중국의 ‘동북아공정’ 시도가 그렇다. 별거 아닌 기록까지 다 들먹이며 “옛날에도 그랬다”며 오늘날 엉뚱한 주장의 근거로 내민다. 그렇기에 잘못된 역사인식은 하루라도 빨리 바로잡지 않으면 안된다.

얼마 전 개신교계 일간지 국민일보가 ‘봉은사, 대표적 친일사찰이었다’고 규정한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일을 그냥 넘길 수 없는 이유도 이와 같다. 이 기막힌 주장에 대해 역사학자들은 한결같이 “천박한 역사 인식”이라며 국민일보 기사의 문제를 지적했다. 개통을 앞두고 있는 역명에 ‘봉은사’라는 이름이 들어간 것에 대한 개신교 일각의 반발을 옹호하기 위함이 기사의 취지였다. 개신교계에서 창간, 발행해온 신문이기에 이와 같은 입장을 취했다 하더라도 그를 위해 역사를 왜곡하는 행위는 묵과할 수 없는 도발이다. 봉은사 주지 원학 스님이 “종교적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매국에 버금가는 행위”라고 격분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의 규탄 목소리가 더 크게 터져 나온 것도 이러한 정서의 반영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봉은사역이 개통 한 이후에도 개신교계의 딴죽걸기는 멈추지 않는 양상이다. 반발이 거센 것을 우려해서인지 직접적으로 ‘봉은사 친일사찰’을 거론하진 않지만 앞서의 주장에 대한 정정이나 사과, 반성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100년, 200년 후 아니면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른 후 2015년의 기사를 검색하는 후손들이 “당시 일각에서는 봉은사가 친일사찰이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며 그 증거로 이 논란의 기사를 내밀지도 모를 일이다. 이 억지를 지금 바로잡고 명백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 남수연 부장
‘단호하지만 침착한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 있다. 하지만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옳은 것을 드러낸다’는 파사현정의 가르침이 더 중요할 때도 있다. 국민일보의 정정과 사과를 받는 일은 역사와 불교사에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한 불제자들의 의무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290호 / 2015년 4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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