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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심 가득한 낚시터서 대각 낚아 보세요

  • 만다라
  • 입력 2015.04.20 15:09
  • 수정 2015.04.20 15:12
  • 댓글 1

허허당 스님 5월6일 ‘바람의 기억’전
아프리카·남미의 ‘대자유’ 화폭에
초대형 ‘100만동자 새벽’도 첫 선

지난 30여 년 동안 자신만의 독창적인 선화세계를 구축해 온 허허당 스님이 5월6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바람의 기억’을 연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일 작품은 40여점. 가로 1200cm, 세로 280cm의 초대형 화폭에 100만 동자를 담은 ‘새벽’도 전시회를 통해서는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어서 화단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칠레 사막 한 가운데 서 있는 타조! 모래마저 녹여버릴 듯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태양 앞에 꼿꼿이 서서는 그 붉은 태양마저 삼켜버리고 있다. 단숨에 한강물도 들이킬 기세고, 허공마저 삼킬 만한 선기가 뿜어져 나온다.

▲ ‘해를 삼기는 타조’. 남미 여행 중.

아프리카 마사이족의 한 모자가 유유히 걸어가고 있다. 마사이족을 만났다면 탄자니아와 케냐의 국경지대를 흐르는 마라강 (Mara River)도 보았을 터. 누우, 얼룩말, 하마, 악어, 독수리 등이 떼 지어 펼쳐 보이는 역동의 밀림을 놔두고 왜 평범한 모자를 화폭에 남겼을까? 허허당 스님은 그 때의 심정을 이렇게 전한다.

“아이의 손을 잡은 엄마, 엄마의 손을 잡은 아이. 너무도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단 두 사람이 거대한 우주를 움직이는 것만 같았습니다.”

뭔가 있다! 2010년 초반 전시회서 보여 준 그림과는 다르다. 허허당 스님의 30년 작품세계 전후는 화폭을 가득 메운 동자와 새로 구분할 수 있다. 그 중심에 스님의 역작 ‘새벽’이 자리하고 있다.

1984년 첫 전시 ‘빈 마음의 노래’부터 허허당 스님은 자신의 작품에 동자를 등장시켰다. 수백, 수천의 동자가 어우러져 창출한 탑과 절, 달, 꽃 등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특별한 색감이나 압도적 구도 때문만이 아니다. 그냥, 보는 순간 ‘아!’하는 것이다. 무심의 경지서 툭 터져 나온 선과 색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림 깊숙한 곳에 독백을 새겨 두었다. 스님의 에세이집을 읽은 독자라면 간파했을 것이다. ‘깨달음이란 순수한 자기 양심의 소리를 듣는 것이요. 진리란 그 양심의 소리에 순응하는 것이다.’

2008년 6월 10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대운하 반대 외침이 울려 퍼졌던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 ‘불법집회 해산’이라는 미명 아래 벌어진 무참한 폭력에 눈을 감았다. 그럴수록  특수기동대의 군홧발 아래서 터져 나오는 울부짖음 소리는 더 크게 들려왔다. 붓을 들었다. 1년하고도 2개월 동안 대형 화폭에 100만 동자를 담았다. 그리고 시 한 편을 썼다.

‘… 생명이 생명을 상처내고/ 파괴하는 얄궂은 세상/ 시대가 아프고 세월이 아파도/ 우리의 삶은 새벽이다/ 홀연히 깨어 있는 새벽이다// …’

완성된 ‘새벽’을 무대 배경으로 서울, 대구, 부산에서 ‘생명의 축제’ 콘서트를 열었다. ‘이 세상에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이 있느냐?’는 일갈이었다. 그리고 ‘새벽’에 또 하나의 메시지를 담았다. ‘종교란 그 양심대로 사는 것이며, 존재의 아름다움이란 그 양심이 활짝 피어나는 것이다.’

길을 떠났다. 인도, 티베트, 유럽, 남아메리카. 5년간의 여행길에서 ‘새가 날개를 펴면 허공이 새의 놀이터 이듯 사람은 마음을 펴면 천하가 놀이터’임을 알았다. 수백, 수천의 동자가 자리했던 그 공간에 수천, 수만 마리의 새가 날아들었던 건 이 때문이다. 동자를 통해서는 진리의 세계를, 새를 통해서는 자유를 노래했던 허허당 스님이었다.

▲ 행복한 모자. 아프리카 여행중.

그러나 ‘행복한 모자’는 진리나 자유를 말하지 않는 듯하다. 조용히 걸어가는 두 사람만 존재할 뿐이다. 좀 더 비워냈기에 달리 보이는 건 아닐까? 그렇다! ‘진리도 매이면 집착이니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는 또 하나의 사실을 체득한 것이다. 그 의식 더 확장되고 뚜렷해졌음을 지난 1년 3개월 동안 그린 40여점이 방증하고 있다.

허허당 스님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말을 남겼다.

“5월, 인사동 거리에 허허당 낚시터를 개장합니다. 대어가 아닌 대각을 낚는 곳입니다.”

스스로 던진 말을 이번 전시를 통해 증명해 보이고 싶은지도 모른다. ‘여행의 끝은 없다. 삶이 곧 여행이기에. 죽어도 끝이 없다. 또 다른 여행이기에. 여행은 삶도 죽음도 미련 없이 떠나는 것. 어디서든 자유로운 자신을 보는 것이다.’ 대각을 낚아채고 싶은 사람, ‘제 몸에 붙은 등뼈 하나’에만 의지한 채 정진해 온 선사의 그림 앞에 서 보시라! 오픈은 5월6일 오후 5시.(가나인사아트센터 02-736-1020)

채문기 상임논설위원 penshoot@beopbo.com

[1291호 / 2015년 4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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