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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 마케팅·예수 장사꾼에게[br]예수를 삶의 스승 삼으라 경고

기자명 이병두

‘행동하는 예수’ / 김근수 지음 / 메디치

▲ ‘행동하는 예수’
“악마도 성서를 인용한다” “그리스도교에서 흔히 쓰이는 순종, 복종이라는 단어”가 본래 의도와 다르게 잘못 쓰이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순종 대신 존중이라는 단어를 쓰겠다” “종교라는 무대에는 언제나 정치라는 그림자가 배회”한다면서, “불의한 정치권력과 불의한 종교권력은 한 패거리”라고 야단친다. 이것은 가톨릭뿐 아니라 모든 종교권력에 보내는 경고이면서 불복종선언이 아닌가.

지장보살의 “모든 중생이 지옥 불에서 나올 때까지 자신은 지옥에 머무르겠다”는 자세를 언급하며 “구원 이기주의에 물든 사람은 자신도 구원받지 못할 뿐더러 이웃의 구원도 방해”한다고 하니, 가톨릭 권력층이 아닌 일반 기독교인들 중에서도 껄끄러워할 이들이 많을 것이다.

저자는 정치와 종교가 서로 이용할 위험을 걱정하며, “정치권력을 가까이 하는 순간 종교는 자멸의 길을 걷게 된다”고 경고한다. 이점에 대해서는 나도 한국의 거의 모든 종교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 되었지만 이 엄연한 사실을 종교 권력에서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들이 일부러 자기 눈과 귀를 막고 있어서일까.

요즈음 곳곳에서 ‘자비와 정의의 균형’이 깨져서 한쪽은 ‘독재’로 그리고 또 다른 한 쪽은 ‘현실 도피’로 이어지는 경우를 숱하게 보게 되는데, 저자는 이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정리해준다. “자비와 정의는 정비례”하며, “시간적 순서에서 정의가 자비보다 우선”이지만 “내용적 순서에서는 자비가 정의에 앞”서며, 자비와 정의는 그 적용대상이 서로 달라서 “죄 많은 부자나 권력자에게는 정의의 심판”이 기다리지만 “가난한 사람이나 역사의 희생자에게는 자비의 무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순교자를 칭송하면서 정작 자신은 순교하지 않는다”면서 심지어 “순교 마케팅, 예수장사꾼”이라고까지 질타하는데, 이것은 특히 순교 성지 사업에 열중하고 있는 한국 가톨릭 권력을 때리는 아주 큰 몽둥이와도 같다.

그러나 교회에 대한 그의 비판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교회 내 재산을 줄이면 성직자들의 일상적 안락함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성직자들이 ‘가난한 교회’를 가장 강력히 반대하고, 예수님 제자답게 스스로 가난하게 살지 못하고 ‘가난한 사람을 위한 교회’라는 깃발 아래에 ‘돈·사람·박수갈채’가 모여드는 곳으로 도피한다는 것이다. 이게 그냥 ‘강 건너 불’로 수수방관할 지적이나 경고일까.

그러나 종교 장사치와 종교 사기꾼들이 들으면 섬뜩해할 다음 구절에 비하면 이제까지의 경고와 비판은 가벼웠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겉으로 종교계율을 잘 지키는 사람이 진실로 종교적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매일 미사 하는 신부나 참여하는 신자가 진실로 종교적인지, 하루에 수백 번 하나님을 입에 올리는 목사가 진실로 종교적인지 누구도 모른다. 신학자가, 성서학자가 진실로 종교적인지 그 누구도 모른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가장 진실하게 종교적인 사람인 경우도 많다. 특히 종교 분야에서 사람의 겉과 속은 정말 다를 수 있다.”

게다가 “헌금 액수와 하느님이 주시는 복은 아무 관계가 없다” “종교인들이 돈의 유혹에 약한 것은 인류의 불가사의 중 하나”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나도 정말 궁금하다.

800쪽에 이르는 이 책에서 “교황 프란치스코의 결단과 희생이 기대된다”는, 이 한 구절이 마음에 걸린다. ‘모든 것을 저 위에 계신 분의 결단에 기댈 수밖에 없는 가톨릭의 한계이리라 이해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개혁이 저 위 높은 분의 결단으로 이루어진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말이다.

자, “예수(붓다)를 내 삶의 중요한 스승으로 존경만 하고 멀리서 지켜만 볼 것인가. 예수를 내 삶의 중요한 스승으로 따를 것인가. 선택과 결단은 우리 자신에게 달렸다. 우리 태도가 우리 삶과 세상을 바꾼다.”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

[1291호 / 2015년 4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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