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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학교인가’, 동국대 폄훼 아니다”

  • 기고
  • 입력 2015.04.21 09:45
  • 수정 2015.05.11 09:22
  • 댓글 63

장영우 교수 기고문에 대한 우희종 교수 반론문

동국대, 승가대 아닌 일반 사립대
민주적 절차·문화 훼손 관련 지적
 

앞뒤 맥락 떼어 일부만으로 질타
문장 가르치는 분이라서 그런 듯
 

동대 명성 이어가도록 함께할 것
청정승가위한 노력도 지속하겠다

 
우선 제게 글을 보내주신 동국대 장영우 문창과 교수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주신 글에서 재직하고 계신 동국대학교와 청정 승가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쓴 글도 시간이 지나면 잊을 수 있는 데, 저 개인의 한 달 전 페이스 북 삭제 화면까지 꼼꼼하게 저장해서 말씀을 해 주시는 것을 보니 얼마나 현 동국대 사태에 대하여 다방면으로 노심초사하고 계신지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평소 개인 페이스 북 글까지 저장할 정도로 노력하고 계신 장영우 교수님께 답을 안드리는 것은 예의가 아닐 듯해서 언급하신 부분에 대하여 제 의견을 드리는 것으로 장교수님에 대한 저의 예의를 다 하고자 합니다.

우선 동국대 총장 선출 과정에서 발생한 동국대 사태에 대하여 타 대학교수가 거론하는 것이 불편하신 듯합니다. 허나 이는 현 동국대 사태에 대한 인식의 출발점부터 다른 것이 아닌가 합니다. 무엇보다 현 동국대 사태에서 문제된 내용은 종단 총무원 스님들 외압에 의한 대학의 민주적 절차의 훼손이 있었으며, 더욱이 대학사회에서 교수직을 사퇴할 정도의 표절이 밝혀진 스님 교수가 대학총장으로 추대되는, 대학 상식이 무너진 상황입니다.

동국대가 종단 직영의 승가대학이라면 장교수님 지적처럼 제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과거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의 상임의장으로서 대학사회를 포함해 우리사회의 민주적 개선을 위해 관심을 가졌던 저의 입장에서 보면, 현 동국대 사태는 결코 동국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동국대는 교육부 산하에 있는 일반 사립 종합대학으로서 우리나라 대학사회의 엄연한 구성원 중의 하나입니다. 더욱이 대학의 총장 선출 문제라면 단과대학 수장 선출과 달리 해당 대학 전체의 문제라는 것은 더 말할 나위 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대학의 민주적 절차가 외압에 의해 훼손되는 상황과 일반인보다 더욱 높은 도덕성과 청정함이 요구되는 출가승이 일반인들이라도 교수직을 사퇴할 정도의 표절이 밝혀진 상황에서, 총장 후보로서의 사퇴는커녕 동국대 일부 교수분들이 그런 행태를 지지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건강한 대학문화를 흐리는 것은 물론 대학의 일반 상식마저 무시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장교수님께서 이 부분에 있어서 대학 사회가 납득할 만한 이유나 논거가 달리 있다면 듣고자 합니다.

한편 ‘이것이 학교인가?’라는 저의 표현이 마음에 걸리신 것 같습니다. 문창과 교수님이시기에 글이란 전체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은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당연히 앞의 상황이 전제되어 제시된 ‘이것이 학교인가’라는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앞뒤 맥락을 떼어 부분만을 뽑아내어 마치 전체 동국대를 무시한 것으로 질타하시는 장교수님을 뵈면서 정확한 표현을 가르치는 문창과 교수님이시기에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저희 같이 문창과를 전공하지 못한 일반인들은 일부 공무원들의 잘못된 모습을 지적할 때에도 복지부동의 공무원 사회라는 표현을 흔히 씁니다. 당연히 열심히 하는 공무원이 없겠습니까? 또 요즘 세월호 1주년과 더불어 선거철이 되다보니 무능한 야당의원들이라는 표현도 종종 듣습니다. 야당의원이라도 열심히 하는 분들도 많기에 이런 표현을 모든 야당의원이 무능하다고 받아들이는 치기어린 이는 없을 것입니다. 제가 재직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교수들도 잘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그럴 때 종종 서울대 폐지하라는 이야기를 들어도 굳이 여러 차례 심호흡을 하며 마음 다스리는 서울대 교수들도 없고요. 그런 면에서 ‘이것이 학교인가’라는 저의 표현을 지적하시면서 마치 동국대 전체를 폄훼하셨다고 말씀하시는 것엔 조금 달리 생각해 보실 수 있음을 말씀드리는 것으로 저의 답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오히려 저는 학교에 애정이 있으신 장교수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대학마다 저마다의 특수한 상황과 배경이 있겠습니다만, 지금 제기되는 상황은 그런 특수 상황이라기보다는 외압에 의한 대학 민주절차의 훼손과 표절 교수에 의한 대학문화 및 상식의 파괴라는 명백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에 대하여 백가쟁명이라든지, 난국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어찌된 연유이신지요? 동국대학교가 대학상식이 통하지 않는 대학은 결코 아니라고 믿기에 이런 자명한 상황에서 굳이 묘책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끝으로 삭제한 페이스북의 글을 인용하면서 털없는 원숭이 등의 표현이 있는 글은 마치 승가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하셨는데 바로 앞의 표현이 안보이셨는지요. ‘작당해서 불법 이사장을 뽑아 자신들의 흉계를 이루려는 승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수행승의 겉 모습을 하고 일반세속인들조차 하지 않는 행위를 하는 승려를 지적한 것임은 장교수님이 인용한 화면에서조차 분명하지 않습니까? 맥락을 끊고 이 표현을 사람들이 청정승가 전체로 받아들일 것으로 판단하시는 문창과 교수님의 전문가적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장영우 교수님의 동국대와 청정승가에 대한 열정과 애정에 힘입어 나름 성실히 대답 드렸습니다만, 장교수님과 저의 입장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대학에 자격 있고 능력 있는 올바른 총장님을 선출하고 또한 재가불자들이 마음으로부터 존경과 예를 다할 수 있는 청정승가에 대한 바램입니다. 앞으로 이와 같은 마음으로 동국대 사태가 누가 보아도 아름답게 마무리되어 훌륭한 대학으로서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를 희망합니다. 저 역시 부정과 비리로 얼룩진 권승이 부끄러움을 느끼고 물러나, 하루빨리 청정 승가가 확립될 수 있도록 재가자로서 할 일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 우희종

[1292호 / 2015년 4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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