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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종단 태고종의 몰락

신년이나 부처님오신날 특집호를 제작할 때 신경 쓰이는 것들이 있다. 종단 지도자 메시지의 우선순위와 지면크기를 정하는 일이다. 불교계에는 크고 작은 종단들이 많다. 그래서 언론사마다 종단 지도자의 메시지를 싣는 순서와 크기에 대해 나름 기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이런 기준에 대해 항의가 잦아졌다. 조계종에 이어 제2종단으로 불리던 태고종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전승관 둘러싼 내홍으로
태고종 위상 급격히 하락

종법 지키지 않는 종회로
상식 이하 불법까지 난무

종단의 역사와 규모를 보면 태고종이 조계종 다음의 제2종단이라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이런 질서에 조금씩 균열이 일고 있다. 태고종 뒤를 잇고 있는 천태종과 진각종이 크게 약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종단은 종합대학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태고종의 추락은 올해 법보신문과 불교미래사회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한 신년특집 ‘2015년 오늘의 한국불교’ 설문에서도 확인된다. 불자들을 대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종단을 묻는 질문에 조계종에 이어 2위에 오른 종단은 태고종이 아닌 천태종이었다.

태고종의 위상이 급속하게 떨어진 것은 내부비리와 다툼 때문이다. 5~6년 전 사찰을 창건한 스님이 입적하면서 종단에 기증한 공찰을 총무원장이 교회 등에 팔아넘기는 일들이 발생했고, 총무원의 청사격인 전승관 건립 관련해서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올해는 새해가 되자마자 폭력사태까지 발생했다.

태고종 총무원 청사는 현재 경찰이 지키고 있다. 올해 1월 중앙종회가 중심이 된 비대위가 총무원 청사를 폭력으로 점거하면서 촉발된 청사 뺏기는 총무원에서 다시 청사에 들어갔다가 세간의 비판을 우려해 빠지면서 석 달간이나 비어있는 상태다. 총무원과 비대위의 싸움은 지난해 5월 전승관을 둘러싼 공방으로부터 시작됐다. 새로 총무원장이 된 도산 스님은 태고종 개혁을 추진하면서 50억 원에 달하는 종단부채 관련 청문회를 단행했고 직간접으로 책임이 있는 전 집행부 스님들을 징계했다. 그러자 이에 해당되는 스님들이 총무원장의 독선을 주장하며 종회를 중심으로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후 보여준 종회는 태고종의 수준과 민낯을 거짓 없이 드러냈다. 종회의원은 세간의 국회의원 같은 존재로, 종헌과 종법을 제정하는 입법기관이다. 그런데 이들은 종헌종법을 전혀 지키지 않았고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 자신들의 뜻과 반대되는 종회의원 10여 명을 일방적으로 제적하고 총무원장을 탄핵했다. 그러다 역풍을 맞았다. 세간의 법원으로부터 종회의원의 제적과 총무원장 탄핵이 무효라는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종헌종법을 어기고 분풀이하듯 총무원장에 대한 탄핵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종법에 무지해 기껏 통과시킨 종법개정안이 효력을 갖지 못하는 등 촌극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태고종 원로회의는 이런 종회에 대해 해산을 결정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종정스님의 재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 김형규 부장
태고종은 한국불교의 전통문화인 무형문화재 50호 영산재와 48호 단청을 보유하고 있다. 동국 임제종의 초조라는 태고보우(1301~1382) 스님의 맥을 이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한국불교의 전통과 수행의 맥을 잇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의 태고종에는 전통문화의 향기도 수행의 힘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세간의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온갖 추문과 불법만이 가득할 뿐이다.

태고종이 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지는 태고종 구성원들이 알아서 판단할 부분이다. 다만 사회적인 규범만이라도 지켜졌으면 한다. 지금의 수준으로는 현재의 분란이 가라앉는다고 해도 예전의 위상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몰락하는 제2종단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김형규 kimh@beopbo.com

1292호 / 2015년 4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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