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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탐욕, 한국과 미국의 차이?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고통분담을 요구하면서도 저와 제 부자 친구들은 늘 제외해줬다. 저희들은 의회의 사랑을 충분히 받았다. 이제 정부가 고통분담을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누구의 말일까, 새삼 묻고 싶은 오늘이다. 두루 알다시피 ‘부자 증세’를 요구하는 들머리 발언은 미국의 세계적 부호 워런 버핏의 말이다. 그는 과거 조지 부시 정부가 부자 감세를 추진할 때도 반대했다.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자는 버핏의 공개적 주장에 미국 국민의 95%가 찬성했고, 대선 과정에서 부자증세를 공약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환영했다. 실제로 미국의 자본이득 세율은 높아졌다. 언론계 안팎에서 ‘버핏세’로 부른다.

어떤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부자 감세’에 나설 때, 반대하고 나선 한국 기업인이 있었던가? 아니, 더 내려야 한다고 아우성치지 않았던가? 하물며 부자 증세를 요구하는 기업인을 한국에서 발견하기란 말 그대로 ‘나무 위에 올라가 물고기 잡기’다.

한국 기업인들의 의식 수준이 얼마나 천박한가는 나라 안팎에서 화제가 된 지 이미 오래다. 미국을 대표하는 신문에 한국의 재벌 2세들이 노동자들을 시들방귀로 여기는 작태가 크게 부각되어 실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국 기업인들은 전혀 성찰이 없었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구제 불능’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보라. 두산 창업주의 아들로 태어나 오늘 이 순간까지 모든 것을 누려온 박용성을. 두산중공업 회장, 두산그룹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국제상업회의소(ICC) 회장, 대한체육회 회장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기업인 박용성의 언행은 미국의 대표적 기업인 버핏과 사뭇 대조적이다. 2008년 이후 중앙대 이사장으로 활동해 온 그가 최근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교수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냈다.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내가 (목을) 쳐줄 것”이라고 ‘협박’했다. 자신의 ‘계획’에 반대하고 나선 교수들을 겨냥해 “그들을 악질 노조로 생각하고 대응해야 한다”며 “언젠가 이 전쟁이 끝날 때 그들을 꽃가마 태워 복귀시키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게 해줄 생각이 잠자리 눈곱만큼도 없음을 중앙대 인사권자로서 분명히 한다”고 썼다. 보도에 따르면, 로펌의 자문을 받는 과정에서 박용성은 “학교 반대활동을 하는 인간들을 교수로 보지 않는다. 사사건건 시비만 하는 악질강성노조로 본다”고 내뱉었다. 교수만이 아니다. “반대하는 학생 있으면 무시하라. 사무 착오로 학습능력이 없는 아이가 입학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안하무인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총학생회를 사칭하는 펼침막을 내걸라는 지시까지 서슴지 않았다.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다른 대학 학생들을 조롱하며 “환영 3류대 학생회 대표단, 3류인 너희 대학이나 개혁해라”는 내용까지 언급했다. 심지어 대학 구조조정에 ‘우호적인 언론사를 통한 여론 조성’ 작업도 지시했다. “전쟁 중이다… 언론사에 댓글 올리는 작업도 계속해 달라”는 충격적 주문도 했다.

어떤가. 한국의 타락한 정치세력이 써먹은 수법을 고스란히 되풀이 한 셈이다. 솔직히 미국 기업인과 한국 기업인을 견주는 글을 쓰는 심경은 참담하다. 전자는 선, 후자는 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미국이라면 ‘사대주의’ 경향까지 무람없이 드러내는 이 나라의 ‘엘리트’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나라꼴이 이래도 좋은가를.

박용성이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치에 이어 경제를 주름잡는 이들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오늘, 일찍이 탐욕을 경계한 붓다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자들은 지금 무엇을 해야 옳을까. 자본주의 ‘종주국’인 미국 기업인들조차 부끄러워할 탐욕적 기업인들이 활개 치는 대한민국에서 불교인이라면 마땅히 풀어야 할 ‘화두’ 아닐까.

손석춘 건국대 교수 2020gil@hanmail.net

1292호 / 2015년 4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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