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6. 선근

기자명 서광 스님

계 지키고 보시 실천해야 금강경 요체 이해

“수보리가 부처님께 세존이시여, 자고로 어떤 중생이 이와 같은 말씀을 듣고 진실한 믿음을 낼 수 있겠습니까? 라고 여쭈었다. 부처님이 수보리에게 말씀하시기를, 그런 말 하지 마라. 여래가 멸도한 뒤 500년이 지나서도 계를 지니고 복을 닦는 사람들은 이 말에 믿음을 내고 올바로 이해해서 잘못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한 사람은 한 부처님이나 두 부처님, 또는 셋, 넷, 다섯 부처님께 선근을 심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한량없는 천만 부처님의 처소에서 다양한 선근을 심었으므로 이 말을 들으면 한 순간만이라도 깨끗한 믿음을 내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부처님과 수보리 나눈 문답에는
한없이 깊은 지혜·자비심 담겨
지계는 도덕성 갖춘 말과 행동
보시는 주변사람들 향한 선행

참으로 아름다운 장면이다. 위의 부처님과 수보리존자의 대화는 대략 2500년 전에 이루어졌다. 그때 이미 훗날 부처님의 가르침을 접하게 될 지금 우리들을 염두에 두고 문답을 하시는 두 분의 지혜와 자비가 한없이 깊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러한 느낌은 비단 우리들만이 아니라 ‘금강경’이 성립된 이후 (서기 150~200년 경), 지금껏 다양한 시대에 다양한 공간에서 무수한 사람들이 같은 마음으로 깊이 감명을 받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위의 내용은 지금 우리 시대에서 ‘금강경’의 가르침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의 기본 요건을 크게 두 가지로 언급하고 있다. 첫 번째 요건은 계를 지킴으로써 복덕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계를 지킨다는 현대적 의미는 절도 있고 도덕성을 갖춘 생각과 말, 행동을 뜻한다. 일상의 인간관계에서는 예의 바르고 상식이 통하는 사람,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을 가리킨다. 한편 복덕을 쌓는다는 것은, 계를 지키는 행위가 자기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절도와 도덕성을 갖추어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타자들과의 관계 속에서는 예의 바르고 친절한 생각, 말, 행동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그 결과로서 복덕은 저절로 쌓여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계를 지키는 것이 원인이 되어 복덕이 결과로서 발생한다는 뜻이다.

두 번째 요건은 선하고 건강한 생각, 말, 행동이 인연한 주변사람들을 향해서 구체적인 행위로 실천돼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그 실천은 물론 다양한 형태의 보시를 통해서 드러나야 한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 무수한 부처님들에게 선근을 심었다고 했는데, 지금 우리들은 어떤 부처님을 향해서 선근을 심어야 할까? 바로 우리들이 일상에서 부딪치는 가족, 친구, 직장동료, 상사, 이웃들일 것이다. 그들은 모두 다양한 모양으로 우리들의 존재, 삶의 가치를 일깨우면서 우리 내면의 불성을 자극하고 드러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이 두 요건을 갖추어가면서 ‘금강경’을 읽거나 배우게 되면, 믿음이 생겨나고, 그 뜻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오해하거나 뒤틀리게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그래서 적어도 ‘금강경’을 쓰거나 읽거나 듣고 배우는 그 순간만큼은 맑고 깨끗한 마음을 일으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 우리 가운데서 누군가가 ‘금강경’을 수십, 수백 번 독송하거나 쓰고, 심지어 외우기까지 했는데도 그 뜻이 명료하지 않거나, 그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가르쳐 주지 못한다면 그 원인이 무엇일까? 아니면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는 일이 고통스럽고 힘겹다면 왜일까? 거기에는 물론 여러 가지 개인적인 조건이나 사회적 환경적 요인이 있겠지만, 일차적으로 위의 두 요건을 진지하게 검토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살아있기 때문에 겪게 되는 기본적인 힘겨움은 개인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수시로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최소한 자아에 대한 집착과 현상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된 고통은 상당 수준 가벼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서광 스님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seogwang1@hanmail.net

1292호 / 2015년 4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