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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좌절감만 키울 것인가?

성완종 파문으로 정치계를 비롯한 우리 사회 전반의 건전성과 정직성이 근본적으로 의심받고 있다. 끓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국민 전체가 분노, 좌절하고 있다. 그런 소용돌이 속에서 한편으로는 과연 이러한 일이 지금 뿐이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고, 이러한 사태도 또 일과성으로 지나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생기기도 한다.

요즘 우리 사회를 경악하게 하는 사건들이 얼마나 자주 일어났는가? 그리고 그 사건들은 우리에게 정말 충분한 교훈을 주고, 우리는 그 교훈을 철저한 반성과 개선을 이룩했는가? 우리 국민들은 과연 이러한 물음에 얼마만큼 긍정적인 답을 내놓을 것인가? 또 다시 정리 정략적인 미봉책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그런 패배주의가 더욱 고착화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구심이 단지 필자만의 것은 아닐 것이며, 국민 대다수가 이런 의구심에 함께 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바로 근본적인 문제인 것이다.

더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국민들 대다수가 이것이 자신들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단지 저들이 나쁘다는 식의 밖을 향한 분노와, 결국은 또 그렇게 끝날 것이며 나는 그에 대해 어찌할 수 없다는 패배감과 좌절감만이 증폭될 것이기에 정말 심각하다는 것이다. 우선은 내 책임이라는 자각이 있어야만 그것을 바꾸는 움직임이 자신으로부터 일어날 수 있고, 또 내가 그것을 고쳐나가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사명감과 자신감이 있어야만 변화를 일으켜 낼 수 있는데 그 원동력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왜 내 책임이냐고 항변하지 말자. 대통령 뽑을 때부터 정직성과 청렴성은 뒤로 제쳐두고 뽑는 것이 우리들의 일반적인 정서가 아닌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과연 나는 어떤 공직자나 정치인이 외적인 성과만 낼 수 있다면 청렴성, 정직성, 공정성 등은 적당히 눈감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물어보아야 한다. 적당히 부정을 행하고 부패에 편승하면 한 번에 수억, 수십억, 수백억원을 벌 수 있다면 어찌할 것인가를 자문해 보아야 한다.

그런데 바로 그렇게 하나씩 부정부패를 용인하게 되는 데서부터 끔찍한 사건이 생긴다. 적절히 눈감고 넘어간 데서부터 삼풍백화점 붕괴로부터 세월호 사건까지 나온 것이다. 내가, 내 친족이 바로 거기에 당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나는 아직 그런 피해 안 보았다는 안이한 의식이 이 사회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부정부패는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투철한 의식을 지니고, 자신과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철저히 이를 배격하는 의식에 함께해야 하고, 바로 나로부터 그러한 의식개혁을 이룩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은 바로 선거와 투표를 통해서 올바른 정치를 구현하는 것을 근본으로 하는 것이며, 바로 나의 투표와 정치행위에 의해 나라가 운영된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 부정한 관료, 부패한 정치인에 대해서는 엄중한 심판을 내려 그들이 정치에 참여할 길을 원천봉쇄하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할 일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어찌 해 왔는가? 수많은 부정부패의 혐의로 얼룩진 정치인, 정치적 훼절과 이해득실에 따른 이합집산의 화려한 경력을 가진 정치인들이 여전히 뻔뻔스럽게 얼굴을 들고 설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어찌도 이리 너그러운지…”라는 말이 칭찬이 아닌 개탄으로 나오지 않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면서, 사건이 터질 때마다 고함만 지르는 행태는 언제나 끝날 것인가? 한 번의 큰 사건은 다음 더 큰 사건의 예고편이 되며, 그런 반복을 통해 우리의 상실감과 패배감만 계속 커나가는 내리막길 달림을 하루 빨리 끝내야 할 것이다. 사회적인 큰 문제를 개인의 차원에서만 이야기해서는 안 되겠지만, 이번도 당리당략적 타결에 의해 유야무야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온 국민이 두 눈 크게 뜨고 감시해야 한다는 마음을 담아 높여 호소하는 것이다.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tysung@hanmail.net

[1293호 / 2015년 5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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