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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 스님의 식사 경매

거액을 들여서라도 함께 식사를 하고 싶은 한 사람을 꼽는다면 불자들에겐 당연히 석가모니 부처님일 것이다. 경전 가득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겼다지만 팔만사천가지 경전의 바다에서 헤매다보면 문득 부처님이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부처님을 직접 친견만 할 수 있다면 한 끼 식사에 모든 것을 내놓는다한들 무엇이 아깝겠는가.

경매결과 1000만원 낙찰은
스님 사회적 영향력 보여준 것

워런버핏의 점심식사기부보다
혜민스님의 위로 말이 더 귀해

국민적 힐링멘토로 잘 알려진 혜민 스님과의 저녁식사가 경매로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경매사 K옥션은 ‘문화예술사랑 온라인경매’를 통해 혜민 스님과의 저녁식사가 300만원으로 시작해 최종 1000만원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경매는 40회가 오가는 치열한 경합 끝에 낙찰됐다. 최종 낙찰자는 동반인 3명과 함께 서울 삼청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혜민 스님과의 저녁식사 및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식사비를 제외한 낙찰금은 사단법인 위스타트에 전액 기부돼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된다. 낙찰자는 “기부에 동참하면서 삶의 지혜까지 배울 수 있어 기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혜민 스님의 사례와 같은 명사와의 식사경매는 미국에서 시작됐다.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워런버핏은 2000년부터 15년째 점심식사권을 경매에 내놓고 있다. 2012년 점심식사 경매는 무려 345만6789달러에 낙찰됐다. 우리 돈으로 약 39억3800만원이라는 경이로운 금액이다. 한 끼 식사에 수십억 원을 내고 밥을 먹는 행위가 한편으로는 돈 많은 부자들의 유희로 보인다는 비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경매를 통해 낙찰된 금액은 전액 공익재단에 기부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인다는 점에서 새로운 기부문화로 인정받고 있다. 식사기회를 낙찰 받으면 미국 뉴욕의 스테이크 전문식당 ‘스미스앤드월런스키’에서 버핏과 약 3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을 먹게 된다. 그와의 한 끼 식사로 인생이 바뀌었다며 자서전을 낸 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 그와의 한 끼 식사는 기부의 의미만을 담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그는 기부방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고 그런 지혜는 식사시간의 대화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투자의 귀재를 넘어선 기부의 귀재, 시대의 현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국내에서의 식사경매는 혜민 스님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청춘 멘토’ 서울대 김난도 교수와 벤처계의 선구자인 이민화 교수의 식사경매가 시도됐다. 그러나 혜민 스님만큼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혜민 스님의 식사경매 낙찰가 1000만원은 워런버핏의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낙찰가에 비하면 큰 금액이 아니다. 워런버핏은 식사경매로 그동안 170억 원에 이르는 돈을 기부했다. 그러나 그런 그도 첫 식사경매 낙찰가는 2500만원에 불과했다. 따라서 혜민 스님의 식사경매 1000만원 낙찰은 우리사회에서 스님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 대표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식사경매를 통한 기부에 대해 고민은 필요해 보인다. 불교계는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멘토들이 적지 않다. 법륜 스님, 혜민 스님, 정목 스님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스님들은 빈부귀천에 관계없이 자비와 치유의 말로 세상에 큰 위안을 주었다. 그러나 만약 식사경매가 확산된다면 기부라는 이름으로 돈 있는 사람들이 이들 스님과의 만남을 독차지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 김형규 부장
식사경매를 통해 가난한 이웃을 돕는 것은 충분히 좋은 기부방식이다. 그러나 무소유를 지향하는 불교의 기부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경매를 통한 물질적 기부도 중요하지만 힘든 이들의 아픔을 덜어주는 말 한마디의 힘 또한 갈수록 귀해지는 시절이다. 어려운 아이들을 돕기 위해 선뜻 식사경매를 수락했을 스님의 자비로운 마음이 읽힌다. 그럼에도 워런버핏의 엄청난 물질적 기부보다 혜민 스님의 따스한 말 한마디가 세상을 더욱 맑고 아름답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모두 잊어서는 안 된다.

김형규 kimh@beopbo.com

[1294호 / 2015년 5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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