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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땅에 오시는 부처님

기자명 서재영
  • 법보시론
  • 입력 2015.05.11 11:03
  • 수정 2015.06.11 10:47
  • 댓글 0

태양은 눈부시고 신록은 싱그러운 5월이다. 불자들에게 5월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은 부처님께서 오신 달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오신날이면 사찰에서 아기부처님을 목욕시키는 관불의식을 진행하고 모든 봉축행사는 아기부처님의 탄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룸비니 동산의 탄생이 부처님께서 처음 오신 순간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의례들이다. 하지만 이는 한 편으로 보면 맞지만 또 한 편으로 보면 틀린 것이다.

부처님의 일생을 그린 팔상도에 따르면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시는 과정은 룸비니 동산의 탄생이 아니라 도솔천에서 사바세계로 내려오시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사바세계에 오시기 전에 부처님은 도솔천 내원궁에 계시는 호명보살이었다. 호명보살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인간 세계로 내려가고자 했고, 그 때 사바세계에 밝았던 금단천자는 11곳의 후보지를 추천했다. 호명보살은 그 중에는 숫도다나 왕이 다스리던 카필라국을 선택했다. 도솔래의상에는 부처님께서 카필라국의 고타마 가문을 선택한 사연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아주 먼 옛날에 한 보살이 국왕으로 있었다. 하지만 그는 권력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출가하여 도를 닦고자 했다. 고심하던 왕은 동생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출가했다. 그때 구담이라는 바라문이 보살을 자신의 수행처로 안내하여 수행하게 했다. 그 때부터 보살은 스승의 성을 따라 소구담이라 불렸다.

소구담은 걸식하기 위해 자신이 다스리던 나라로 돌아왔지만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는 성 밖에 있는 감자원을 수행처로 삼아 그 곁에 초막을 짓고 수행하고 있었다. 어느 날 500명의 도적이 왕궁에서 재물을 훔쳐 소구담의 초막 쪽으로 도망갔다. 군사를 이끌고 도적을 쫓던 왕은 초막 근처에서 도적의 흔적을 발견하고 소구담이 도적이라고 생각했다. 보살은 도적들을 대신하여 나무에 묶인 채 화살을 맞고 죽었다.

스승 대구담이 이 소식을 듣고 달려와 시신을 수습하고 피가 묻은 흙을 담아왔다. 대구담은 진흙으로 그릇 2개를 만들어 한쪽에는 왼쪽 피를, 또 한쪽에는 오른 쪽 피를 담아두었다. 열 달이 지나자 왼쪽 그릇에서 남자가 나왔고, 오른쪽 그릇에서 여자가 나왔다. 이 두 사람은 소구담의 피에서 탄생했기에 그들의 성은 ‘구담’이 되었다.

호명보살이 선택한 카필라국의 ‘고타마(Gotama)’ 가문이 바로 이 ‘구담(瞿曇)’씨다. 구담은 고타마를 음사한 한문 발음이다. 따라서 싯다르타 태자의 아버지 숫도다나왕은 구담씨의 먼 후손이며, 부처님은 구담씨의 시원이 되는 셈이다. 이상과 같은 내용은 부처님의 전생을 다룬 본생담의 내용들인데 신화적 이야기지만 배제할 수 없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

첫째, 다양한 종교적 서사의 원형을 담고 있다. 소구담은 다른 인간들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처형당했다. 마치 예수님이 인간의 죄를 대속했던 것처럼 소구담도 인간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희생되었다. 소구담의 피가 묻은 흙이 남녀가 되었다는 것도 아담과 이브의 탄생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도솔천에 계셨던 호명보살이 인간계로 내려오셨다는 것은 단군신화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둘째, 부처님은 남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사람들이 사는 땅에 오셨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땅에 부처님 오시게 하는 길은 우리도 부처님처럼 남을 위해서 헌신하고 자비를 베푸는 것이다. 부처님은 타인을 위해 헌신하고 베푸는 자비심에서 피어난 거룩한 꽃이기 때문이다.

남을 위해 헌신하고 자비행을 실천했던 고타마 가문의 원력이 서린 땅이 지금의 네팔이다. 그 자비로운 땅에 엄청난 자연재앙이 닥쳤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우리는 네팔을 위시해 고통 받는 사람과 땅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을 돕기 위해 보시하며, 그 아픔을 함께 해야 한다. 남의 고통을 나의 고통처럼 생각하며 그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함께 나누는 것이 자비이며, 부처님은 바로 그런 땅에 오시기 때문이다.

서재영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puruna@naver.com

[1294호 / 2015년 5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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