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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아빠’를 부탁하는 한국사회

기자명 조승미
  • 법보시론
  • 입력 2015.05.19 10:04
  • 수정 2015.05.19 10:07
  • 댓글 0

‘아빠’의 시대가 된 것일까? 방송, 영화, 출판계에서 모두 아빠가 대세다. 먼저 아빠 열풍을 일으킨 대표 프로그램으로는 ‘아빠, 어디가?’가 있었다. 아빠들은 집이 아닌 여행지에서 아이들을 보살피는 ‘미션’을 수행한다. 서툴고 엉성한 아빠들이 때론 경쟁하고 때론 협력하면서 자식들을 챙기는데, 아이와 아빠들이 함께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재미와 감동의 포인트였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성황에 이어 더 강한 것이 등장했는데, 이번에는 더 어린 아기를 ‘집’에서 ‘혼자’ 돌봐야 하는 아빠들의 고군분투기이다. 제목하여 ‘슈퍼맨이 돌아왔다’이다.

양육을 해야 하는 ‘집’은 아빠들에게 오히려 더 낯선 공간이 되기도 했고, 능숙하게 보살피고 투박하지만 진실로 교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빠는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혹자는 한국 사회가 초 저출산으로 인해 아이들을 키우면서 겪는 소소한 행복감을 경험하기 어렵게 되어서, 이와 같은 대리만족의 프로그램이 성행하는 것이라 평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프로그램이 갖는 중심축은 분명히 아빠들의 양육에 있다.

기사에서도 최근 육아 휴직을 신청하는 아빠들이 급증했다고 보고하는데, 십년 전에 백여명에 지나지 않던 수치가 최근 수 천명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직종과 직장은 매우 한정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도적인 변화와 함께 직장 문화 또한 많이 달라진 점이 아빠들의 육아참여 문화를 촉진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토대로 출판계에서도 아빠들의 양육을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북들 또한 인기라 한다.

한편, 영화에서도 아버지를 주제로 한 것이 최근 많은 관객을 불러 모았는데, ‘국제시장’과 ‘허삼관’ 등이 그것이다. 지난 세대 아버지들이 어떻게 살아오셨는가에 대한 성찰과 존경의 테마인 것이다. 하지만 이들 아버지는 가족에게 헌신은 했지만, 그만 너무 바깥 일만 하느라 가족과의 유대감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아빠를 부탁해’는 이런 가족 문화의 현실을 예능화한 프로그램이다. 여기서는 어린 아이가 아니라 이미 성년으로 커버린 딸과 중년의 아빠의 관계 개선이 미션으로 주어진다. 아빠들은 이 새삼스러운 미션이 어색하고 귀찮기도 하고, 혹은 자신이 너무 잘하고 있다고 믿었던 것이 깨지면서 혼란스러워 하기도 한다.

우리 가족 문화는 지난 시절 너무나 과도한 경쟁 체제 속을 헤쳐 살아와야 했고 또 지금도 그러하기 때문에, 심하게 병들어 있는 것을 회복할 시간을 갖지 못했던 것 같다.

방송에서 아빠들은 딸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가장 친근하다고 믿는 이 관계 조차 너무나 서먹하고 상처를 안게 했다는 이 당혹스러운 현실을 우리 모두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아빠와 딸들은 양육기에 미처 하지 못하고 밀렸던 숙제들을 다시 시작하였다. 마치 우리 시대가  이처럼 보류된 것들을 하나씩 꺼내면서 함께 치유를 해 나가고 있는 것 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런 아빠 열풍이 방송 등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소위 ‘아버지 학교’라고 하는 프로그램은 한국에서 20년 정도 성행해 왔는데, 이것이 현재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아버지 학교는 가정회복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제시하는 보수주의 미국 기독교에서 인기를 얻었던 아버지 재교육프로그램이었는데, 현재 한국에서는 기독교, 천주교는 물론이고 자치단체 및 군, 회사, 민간 단체에서도 인기리에 개설되고 있다.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열망하는 것이 우리 가족문화의 현주소인 것 같다.

하지만 아빠를 어디에 부탁해야 할까. 여기엔 새로운 권력구조 또한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승미 서울불교대학원대 연구교수 namutara@gmail.com

[1295호 / 2015년 5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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