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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역사 간직한 채 방치되는 절터

통일신라 화엄10찰 가운데 하나인 서울 은평구 청담사 터가 제대로 된 보존·관리 정책 없이 방치돼 물의를 빚고 있다. 청담사지는 2008년 서울시주택공사의 은평뉴타운 사업 예정지 발굴조사를 통해 처음 세상에 드러났다. 문화재위원회는 청담사지 일대 유적을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보존키로 결정했으나, 7년이 지난 현재 아무런 보호·관리도 받지 못한 채 오히려 발굴 당시보다 더 큰 훼손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유적 발굴 및 보존은 발굴 주체 소관이니 일차적 책임은 서울시주택공사에 있지만, 사지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책임을 시공사에 떠넘기고 무관심으로 일관한 문화재청과 지자체도 비판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발굴조사 이후 방치되다시피 한 사례가 청담사터 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산의 ‘삼천사지’는 2013년 불교문화재연구소가 전수조사의 일환으로 답사했을 때, 발굴 당시 사용한 손수레가 널부러져 있고 토지를 파헤친 흔적으로 사지 유구가 기울어져 있을 정도로 방치돼 있었다. 통일신라 때 절터인 경주시 ‘배동삿갓곡사지’의 경우 절터 위쪽으로 과수원이 생기고 긴 석축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생기는 등 인위적 훼손이 극심했다. 경주 남산동 ‘이영재곡사지’는 1997년 발굴 조사 자료에 “다수 산포돼 있다”고 기록된 석축과 신라시대 평기와, 토수기와는 사라지고 무문화편 1점만 확인된 바 있다.

천년이 넘는 세월 묻혀있던 폐사지가 발굴조사를 통해 그 실체를 드러내더라도, 발굴 이전보다 더 큰 훼손에 노출되는 모순적인 상황에 봉착한 셈이다. 이는 발굴 조사 이후 후속적인 관리 체계나 방식이 미흡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임석규 불교문화재연구소 유적조사실장은 “사지 발굴 이후 정비 매뉴얼 자체가 없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며 “더욱이 폐사지는 문화재 유형에도 포함돼 있지 않아 발굴 후 가치를 인정받기 전까지는 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고 보존·정비에 대한 예산도 책정되지 않아 원천적으로 정책적인 공백이 크다”고 지적했다.

▲ 송지희 기자
불교문화재연구소가 2010년부터 실시한 전국 폐사지 전수조사의 후속 작업으로, 사지 정비 매뉴얼 마련 및 심층조사를 통한 긴급 정비 등을 최우선 업무로 꼽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불교계가 적극적으로 나서 폐사지와 근접한 위치에 있는 사찰과의 업무협조를 통해 해당 사지의 보존·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필요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절터는 5400여 곳에 달한다. 이는 불교계를 떠나 우리 국민 모두의 문화유산이다. 정부 차원에서 폐사지 관리 및 정비에 대한 정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296호 / 2015년 5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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