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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은 과학 아닌 가치판단의 영역[br]자원을 자연에 되돌리는 법 배울 때

기자명 이병두

‘원은 닫혀야 한다:자연과 인간의 기술’ / 배리 카머너 지음 / 고동욱 옮김, 이음

▲ '원은 닫혀야 한다'
“환경은 거대하고 복잡한 생명의 기계이다.” 환경위기는 “우리의 생물학적 자산이며, 우리의 모든 생산 활동이 의존하고 있는 근본”인 이 기계를 파괴하면서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다는 재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다.

이 신호를 알아챈 과학자들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그들은 대부분 환원주의에 사로잡혀서 “자연 환경과 그 안에 사는 생명체들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 요소들을 하나씩 떼어내어 작은 단위로 환원시켜 분석해야 하고, 최종적으로는 그렇게 떼어내어진 작은 현상을 모두 합치면 마침내 전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호수 하나의 생태계와 취약성도 제대로 이해하거나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구의 생태계는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거대한 전체이고, 그 안에서는 그 어떤 것도 새로이 형성되거나 사라질 수 없으며, 인간이 그로부터 무언가를 끄집어내어 사용했다면 그것은 반드시 다른 무엇인가로 채워져야 한다. 생태계에서 무언가를 사용했다면 그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만 하며, 만약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것은 단지 그 지불 시기를 연기했을 뿐이다. 그리고 현재 나타나고 있는 환경 위기는 그 지불 시기가 너무 늦어졌다는 경고”라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우리는 흔히 신(神)이나 자연의 섭리를 거론하며 이런 경고를 무시하거나 미래를 낙관하곤 하지만, “비밀에 가려진 채 외딴 곳에서 일어난 핵실험이 어린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도 자연의 섭리 때문”이었으니 어떠한 낙관도 결코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인류의 ‘생존 자체’를 요구받게 된 원자력 시대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원자력 기술과 에너지에 대한 통제는 기술자들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얻었다. 그리고 과학기술 문명의 성취 때문에 우리를 둘러싼 생태계 전체의 자연적 순환 고리에 과부하가 걸려서 이제 더 이상 흙과 물, 공기의 자체 정화가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확인하게 되었다.

본래 “생태계 속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생물체는 자신의 생물학적 활동만으로는 그 생태계를 파괴하지 못하며, 생태계가 받는 스트레스는 언제나 외부로부터 온다.” 그런데 예전에는 전체 생태계의 일부였던 인간의 삶이 이제는 ‘생태계의 닫혀있는 원’에서 분리되고 말았고, 이제 그동안 축적된 인류의 지식이 성취한 현대 문명의 배설물은 과거 생태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외부 물질로서 그를 침범하여 그곳의 자정 능력을 망가뜨리고 말았다.

현재의 환경 위기는 반 생태적 “생산기술의 변화에 의한 측면이 훨씬 크다.” 게다가 생태계 전체가 연결된 고리를 살피지 않고 한 부분만을 고려하는 편협한 시각에 사로잡인 현대과학기술자들은 ‘과학기술에 의해 발생한 모든 문제에는 반드시 해결방법이 존재한다’고 확신하지만, 환경문제는 가치 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에 “과학적 데이터에만 기반한 공학적 접근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과학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이익과 환경 피해에 대해 시민들이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어야만 해결이 가능해진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생산 시스템은 자기 파괴적인 본질을 지니고 있으며, 인류 문명은 자멸을 향해 걸어가는” 게 분명하고, 환경의 위기는 이제 생존의 위기로 발전했다. 여기서 나 혼자 살아남을 방법은 없고 모두 함께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생태계의 원’을 다시 닫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 “자연으로부터 끊임없이 자원을 빌리기만 하는 방법을 버리고, 그 자원을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 방법을 다시 배워야만 한다.”

이병두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

[1296호 / 2015년 5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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