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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불교 담금질한 10대 논쟁은?

  • 교학
  • 입력 2015.06.04 21:55
  • 수정 2015.06.13 09:08
  • 댓글 0

불교평론 여름호서 특집 다뤄
종조·기복·사띠 논쟁 등 포함
대중 이목 끌며 흥미롭게 진행
법보신문 주도 등 논쟁도 6개

▲ 현대 한국불교 10대 논쟁을 다룬 불교평론(통권 62호) 여름호.
불교에서 진리는 언어의 영역을 넘어선다. 선종에서도 언어를 세우지 않았으며, 말과 사유가 끝난 곳에 깨달음이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불교만큼 언어를 치밀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했던 사례도 드물다. 특히 불교는 언어를 사용한 논쟁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부처님 자체가 최고의 논사였으며, 수많은 논쟁을 통해 지배계층과 민중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 전통은 용수를 비롯해 세친, 무착, 진나, 법칭, 월칭 등 기라성 같은 불교논사들이 속속 탄생했고, 그것이 곧 불교의 역량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불교계에 송사와 다툼은 많지만 교리논쟁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양상은 불교학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치열한 논쟁 대신 점잖은 고담준론이 오가고, 논쟁을 꺼려해 밋밋한 글쓰기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계간 불교평론이 여름호(통권 62호)에서 ‘현대 한국불교 10대 논쟁’을 다뤄 큰 관심을 모은다. △조계종 종조 논쟁(박해당) △선의 돈점 논쟁(변희욱) △대승불교 정체성 논쟁(이홍구) △초기불교 시원론 논쟁(황순일) △사띠 논쟁(정준영) △기복불교 논쟁(유승무) △경허의 행리 논쟁(신상환) △민중불교 논쟁(박부영) △민족불교 논쟁(김순석) △불교와 자본주의 논쟁(이찬훈)이 그것이다. 이들 10가지 논쟁은 대중의 이목을 끌며 흥미롭게 진행됐던 주제들로 서재영 불교평론 편집위원의 말처럼 “우리는 어떤 것을 논쟁의 주제로 설정하고 불교라는 진리를 어떻게 담금질할 것인지를 되묻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불교평론이 선정한 10대 논쟁들 가운데 법보신문 지면을 통해 직접 이뤄졌거나 관련된 것이 6개라는 점도 눈에 띈다.

박해당 서울대 강사는 조선후기 청허휴정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과 일제강점기 이후 근현대에서 진행된 ‘조계종 종조논쟁’을 검토했다. 박 강사는 인맥중심의 법통관은 폐쇄적인 문중의식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인맥 중심의 법통관을 더욱 고착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등 현 종조논쟁의 모순과 부작용을 일일이 지적했다. 이어 그는 조계종은 선종의 사자상승이라는 제약된 관점을 버리고 한국불교의 종합적 전통이라는 열린 관점에서 새로운 법통관을 정립할 것을 제안했다.

변희욱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연구원은 1981년 성철 스님의 ‘선문정로’ 발간으로 촉발된 ‘선의 돈점 논쟁’을 폭넓게 검토했다. 그는 “돈오돈수나 돈오점수 모두 인간과 세계를 해석하는 가설이며 지금보다는 나은 삶을 지향하는 방안”으로 규정한 뒤 이제는 돈점논쟁으로 세계의 모순을 해결하고 사람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강조했다.

이홍구 동국대 강의교수는 박경준 동국대 교수의 ‘대승경전관 정립을 위한 시론’으로 촉발돼 법보신문 지면 등에서 열띤 논쟁을 벌인 ‘대승불교 정체성 논쟁’을 고찰했다. 그는 이 논쟁이 불교학계에서 보기 드문 이변이었으며, 학자의 범위를 넘어 불교일반에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점 등을 높이 평가했다.

황순일 동국대 교수는 ‘초기경전은 부처님 친설인가’라는 문제를 둘러싸고 법보신문 지면을 통해 대론 형식으로 진행된 ‘초기불교 시원론 논쟁’을 깊이 있게 다뤘다. 황 교수는 이 논쟁이 단순히 학자들 사이의 사변적 토론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일반 불자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퍼져나가는 계기가 됐으며, 토론문화의 새로운 가능성과 초기불교를 바라보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음을 역설했다.

정준영 서울불교대학원대 교수는 2000년 2004년 불교학계에서 진행된 사띠 논쟁과 2009년 12월 법보신문 지면에서 14회에 걸쳐 9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사띠(sati) 논쟁을 중심으로 다뤘다. 불교수행의 핵심적인 개념인 사띠를 둘러싸고 벌어진 이 논쟁에 대해 정 교수는 “불모지와도 같았던 국내 팔리 원전 연구의 반석이 됐으며, 동시에 사마타와 위빠사나 수행연구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고 평가했다.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는 기복불교가 불교인지 아닌지를 둘러싸고 불교평론과 법보신문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기복불교 논쟁’을 다뤘다. 그동안의 진행과정을 간략히 다룬 유 교수는 기복불교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정립의 필요성을 비롯해 기복불교와 각종 상징 및 의례, 계율, 종교체험, 파생효과, 사회구조 및 변동 등 관계에서 조명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했다.

신상환 고려대장경연구소 전임연구원은 불교평론(2012년 가을호)에 게재된 윤창화 민족사 대표의 ‘경허의 주색(酒色)과 삼수갑산’으로 촉발된 ‘경허논쟁’을 다뤘다. 그는 “한암이나 만공처럼 올곧은 경허의 제자들은 스승의 성취에 눈을 돌렸지, 경허 흉내내기를 하지 않았다”며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반면교사인 경허를 오늘날 우리의 삶을 위해서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그 지혜만 남아있는 셈”이라고 정리했다.

박부영 불교신문 편집국장은 1980년대 말 불교신문과 한국교수불자연합회, 1990년 말 대승불교승가회 기관지인 ‘대승불교’를 통해 이뤄진 ‘민중불교 논쟁’을 다뤘다. 그는 민중개념, 혁명과 폭력성, 이상사회론, 교리 해석의 문제, 민중불교 명칭논란 등 주요쟁점을 개괄했다. 박 국장은 “이 논쟁은 민중불교가 무엇이며 사회정의, 부패 권력에 대한 비판, 개인적 깨달음과 불국토 구현의 상관관계 등 한국불교가 그동안 소홀히 하거나 외면했던 주제가 공개적으로 드러나고 확산되는 성과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김순석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2011년 법보신문을 통해 전개됐던 근대불교사 서술을 둘러싼 쟁점들을 검토했다. 김 위원은 그동안 많은 학자들이 근대불교사를 근대라는 개념에 대한 정의 없이 연대기적인 관점에서 현상을 분석해왔음을 지적하고,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와 조성택 고려대 교수가 벌인 논쟁은 근현대불교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를 돌아보게 했다고 평가했다.

이찬훈 인제대 교수는 2010년 봄부터 불교평론에서 진행된 ‘불교와 자본주의 논쟁’에 대해 다뤘다. 그는 부의 추구 문제, 자유문제, 자본주의 비판과 대안 문제 등 쟁점들에 대해 소개한 뒤 “불교적 관점에서 자본주의의 병폐를 극복하고 인간이 좀 더 행복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탐구와 논의가 계속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번 불교평론에는 △수행, 정말 잘하고 있는가(조명제) △포교, 정말 잘하고 있는가(김응철) △사회적 역할, 정말 잘하고 있는가(조성택) △한국불교의 남전불교 요소(허흥식) △종교적 폭력과 종교제국주의(박종천) △다시 팔경계를 소환하며(옥복연) △한국 불교잡지 100년의 역사와 의미(김성연) △홍정식-인간, 사회, 시대 지향의 불교학 탐구자(이봉춘) △안계현-한국 불교사학의 개척자(황인규) 등이 실려 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297호 / 2015년 6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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