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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순간 감사하는 부처님 제자로 살아갑니다

조계종, 제2회 신행수기시상식

▲ 학창시절 이유없는 체벌로 방황하던 김호준 불자는 부처님을 만난 뒤 상처를 치유했다.

“울어서 미안합니데이. 제가 말주변이 없어가. 지금까지 힘들고 남들 안하는 일도 열심히 하고 살았습니더. 앞으로도 부처님 가르침 공부하며 교사로서 열심히 살겠습니데이. 그게 바로 도 아니겠습니꺼.”

11일, 수상자 등 100명 참석
아내·엄마·자녀 등 가족 동참
수기 공모 당선 축하하며 행복

신행수기 수상자 주인공 다큐
짧은 영상에 소개된 감동 사연
시상식 내내 깊은 울림 자아내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축하 인사
“세상 무명 걷어내는 등불” 격려

김호준 불자가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더듬더듬 말을 이어갔다.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학창시절 이유 없이 받은 체벌로 방황의 날을 보냈지만 부처님 가르침으로 이를 극복한 사연을 담담하게 풀어낸 김호준 불자에게 모두가 찬탄의 박수를 보냈다. 이를 지켜보던 아내 김미강씨도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수십 년 동안 가슴 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어렵게 밖으로 꺼낸 남편의 용기에 힘찬 박수를 보냈다. 아내는 “남편이 이제는 어릴 적 아픔을 극복하고 상처를 치유한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 87세 고령의 안순심 불자의 굴곡진 삶과 수행여정은 깊은 울림을 남겼다.

“아무것도 모르는 늙은이가 큰 상을 받아 무엇으로 보답해야할지…. 스님 제가 어떻게 할까요…. 10년 전 교통사고로 몸은 상했지만 머리가 아직 맑고 손이 바르기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글로 옮겨 적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할 일입니다. 얼마나 복 많은 사람입니까.”

지팡이를 짚고 단상에 오른 안순심 불자의 말은 장내를 먹먹함으로 채웠다. 남편은 평생 자유인으로 살다 6남매와 빚만 남긴 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다. 그런 남편에 대한 허망함을 기도와 수행으로 채우면서 비로소 남편에게 참회했노라 고백했다. “진정한 행복과 기쁨의 의미를 알게 됐다”는 안순심 불자는 “나는 참 복이 많다”고 말했다. 그의 얼굴에서 지난날 고단한 삶과 함께 평온한 미소가 묻어났다. 안순심 불자는 동행한 딸의 도움도 마다하고 지팡이에 몸을 의지해 스스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뎠다. 87세 고령에도 곧고 당당했다. 흐느낌 소리 이외에 적막하기만 했던 공연장이었지만 그가 조심히 발걸음을 떼는 순간부터 자리에 앉는 몇 분 동안 박수소리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수상자와 가족 등 100명이 시상식에 참석했다.

숙연했지만 감동과 웃음으로 가득 찬 이곳은 바로 제2회 신행수기 시상식 현장이다. 불기 2559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6월1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공연장에서 시상식이 진행됐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주최하고 법보신문과 불교방송 공동주관, 조계종 중앙신도회가 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포교원장 지원 스님, 조계사 주지 원명 스님, 이기흥 중앙신도회장을 비롯해 시상을 위해 참석한 스님과 수상자, 가족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 총무원장상을 수상하는 순간에도 울먹거린 김호준 불자.

이날 김호준 불자의 ‘잘 견뎠데이, 진짜 너의 길을 위해’가 총무원장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포교원장상은 경오(법명) 불자의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만난 부처님’, 중앙신도회장상은 안순심 불자의 ‘나는 참 복이 많다’, 불교방송 사장상은 송동석 불자의 ‘수행훈련소’, 법보신문 사장상은 전상삼 불자의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가 각각 차지했다. 이 외에도 11명의 불자들이 바라밀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본상 수상작들을 각각 한 편의 다큐영상으로 상영해 눈길을 끌었다. 짧은 동영상에는 수상자들이 주인공이었다. 기도와 수행이 그들의 일상과 목소리로 되살아났다. 이날 공개된 수상자들의 가슴 속에 품었던 아름다운 사연은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의 초발심을 되새기는 자리가 됐다.

▲ 기도와 수행으로 아내를 병간호하며 봉사와 포교의 삶을 살아온 전상삼 불자는 건강한 모습의 아내와 함께해 격려를 받았다.

3년에 걸친 아내의 병간호 시절을 스스로는 기도와 수행의 시간으로 그리고 다른 환자들을 위한 봉사와 포교의 시간으로 보냈다는 전상삼 불자가 스크린에 나왔다.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이 화면에 비치자 참석자들은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날 시상식에는 수기의 주인공인 아내도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해 모두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오랜만에 하는 외출에 신이 난 아내는 고운 옷을 꺼내 입고 시상식에 참석해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았다.

▲ 신행수기 공모 당시 말년병장이었던 송동석 불자는 청년으로서, 수행자로서 당당한 포부를 밝혔다.

앳된 얼굴의 송동석 불자가 단상에 오르자 열띤 환호가 터져 나왔다. 공모 당시 말년병장이었던 그는 이제 어엿한 사회인이 됐다. 힘겨운 군 생활에서 수행하고 실천하는 법을 배웠다는 그는 이미 지난해 10월 열린 나란다축제 교리대회에서 일반인 우수상과 장병 최우수상을 수상했던 ‘청년 불교고수’였다. “탐진치를 버리고 세상에 회향하며 살겠다”고 청년불자로서의 포부를 당당히 밝히는 그의 모습에 응원의 박수가 쏟아졌다. 

올해는 특히 재소자의 신행수기가 포교원장상 수상작으로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경오 불자는 수감 중 어머니의 눈물 섞인 바람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만났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참회하는 삶을 살다 사형수에서 무기징역수가 됐음을 감사하는 사연은 많은 이들을 숙연하게 했다. 대리수상자로 단상에 오른 한주영 불교여성개발원 사무처장은 “1000일 기도를 무사히 회향하고 2000일 기도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을 즈음 감형 소식을 들었다”며 “기적 같은 일이 기도 회향 때 일어나 참회와 속죄를 가슴에서 놓지 않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부처님에게 의지하며 이겨왔던 저마다의 아픈 사연은 눈물을 자아냈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포교원장 지원 스님은 수상을 축하했다. 자승 스님과 지원 스님은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들이 세상의 무명을 걷어내는 등불과 같다. 여러분들의 글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길을 가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남배현 법보신문 대표는 주관사를 대표해 축하의 인사를 건냈다. 남 대표는 “신행수기 공모는 스님과 불자들이 함께 완성한 ‘결집의 장’이자 ‘감사의 장’이었다”며 “올해 수상한 작품들 작년과 마찬가지로 수기집으로 엮어 포교와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는 마중물로 회향하겠다”고 약속했다.

▲ 시상식에 참석했던 이들은 서로의 수상을 축하하기도 했다.

신행의 모습은 각양각색이지만 참가자들이 깨달은 부처님의 가르침은 하나였다. 과거에 얽매여 현재를 후회로 살지 않고, 매순간 부처님에 의지하고 감사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 가르침을 잊지 않는다면 앞으로 마주치게 될 어떤 어려움도 기꺼이 이겨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수상자뿐 아니라 공모에 참여한 모두가 보여줬다.

한국불교 신행과 포교의 한 방법이 된 신행수기 공모는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진행된다. 눈물과 감동 그리고 웃음이 있는 아름다운 자리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298호 / 2015년 6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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