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라기도-상
아비라기도-상
  • 최호승 기자
  • 승인 2015.06.1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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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부처님 곁으로 가는 길에 업장 녹이다

▲ 아비라기도 첫 관문은 절이다. 108번 지극한 참회다. 예불대참회문을 읽어 나가며 108번 자신도 모르게 몸과 말과 뜻으로 지은 삼업을 참회해야 했다. 절 한 번이라도 마음이 다른 곳에 있다면 108번도 3000번도 헛것이다.

가야산이 잠을 깼다. 적광전과 관음전, 고심원과 장경각, 좌선실과 정념당 등 해인사 백련암이 눈을 떴다. 새벽 2시30분, 전국 각지서 재가자 400여명이 이불을 접고 좌복을 깔았다. 가야산에는 아직 어둠이 똬리 틀고 있었다. 도량석이 미처 눈 뜨지 못한 가야산 생명붙이들을 깨웠다.

가야산 방부들인 400여명
해인사백련암 찾은 재가자
3박4일 아비라기도에 동참
예불대참회 300배로 입문

걸림 없는 지혜·자비 얻어
중생 교화 서원하며 입재


오분향례(五分香禮)로 수행 덕성이 향과 같이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하기를 서원했다.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삼업을 계행으로 잘 다스려 청정한 향기를 피우겠노라 계향(戒香), 고요한 마음에서 향기를 피우겠노라 정향(定香), 부처님 지혜를 진실로 믿고 깊이 이해하는 향기를 피우겠노라 혜향(慧香)을 공양 올렸다. 그리고 생사윤회의 불안에서 완전히 벗어난 환희에서 향기를 피우겠노라 해탈향(解脫香), 생사에 걸림 없는 지혜로 얻는 자비심으로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의 향기를 피우겠노라 해탈지견향(解脫知見香)을 부처님 전에 살랐다.

대구서 온 김상훈(40)씨는 얼떨결에 절했다. 옆 사람이 하는 모양을 따라했다. 불교도 부처님도 사찰도 절도 생소했다. 인테리어 자재 유통업에 종사하다 사장님 권유로 찾은 백련암이었다. 3박4일 동안 고된 일을 잠시 쉴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불교라는 새로운 세계도 궁금했다. 그만큼 낯설었다. 경남 합천군 해인사 산내암자 가운데 가장 높은 해발 750m 고지에 있어 인적도 드문 곳이라 했다. 그런데도 백련암은 북적였다. 아비라기도를 하기 위한 수행자들이라는 말을 들었다.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니 ‘괜히 왔다’는 생각마저 일었다. 그 때였다. 부처님 앞에 좌복 깔고 앉은 사람이 죽비라는 물건을 손바닥에 내리쳤다. “대자비로 중생들을 불쌍히 여겨 대희대사 베푸시어 제도 하시고….” 절이 시작됐다.

1배, 2배, 3배…. 절은 계속됐다. 108배에서 끝이 날 줄 알았다. 방심했다. 이제 숫자는 의미 없었다. 흐르는 땀을 닦는 일도 귀찮아졌다. 정신없이 하고 나니 300배라고 했다. 아비라기도 첫 날, 입재하는 날 새벽은 예불대참회 300배로 열었다. 법복은 땀에 젖어 무거웠고, 다리는 고통에 젖어 주저앉았다. 입재 전날 방부를 들였고 보통 새벽에 잠들었던 습관 탓에 오후 8시 취침으로 컨디션도 뒤죽박죽이었다. 30분마다 깼고, 좌복을 베개 삼아 누운 잠자리는 불편했다. 다닥다닥 붙어 누우니 다리도 편히 못 뻗는 불편함이 고스란히 다가왔다. ‘이렇게 3박4일을 해야 하다니.’ 통증보다 걱정이 앞섰다.

“절하다 죽은 사람 없고, 절하다 병신 된 사람 없다.” “누구라도 숟가락 들 힘만 있으면 108배는 할 수 있고, 108배를 꾸준히 하는 사람은 3000배도 할 수 있다.”

입적 전까지 백련암에 주석했던 성철 스님 일갈이 들렸다. 아니, 옆 도반이 힘내라며 귀띔했다. 그는 끝까지 가보리라 마음먹었다.

▲ 아비라기도 입재 전 절하는 방법과 아비라기도를 교육하는 윤영암 백련거사림 회장.

30년 가까이 아비라기도에 빠지지 않은 백련거사림 회장 윤영암 거사는 입재 전 초심자들에게 아비라기도를 교육했다. 올바르게 절하는 7가지 단계부터 마음가짐, 아비라기도 자세인 장궤합장 등을 가르쳤다.
“3개월 일과수행 뒤 성철 스님에게 점검받고자 대중기도로 아비라기도를 한다. 입문 잘못하면 30년 지나도 똑같다. 부처님 곁에 서기 위해, 부처님으로 살기 위해 몸과 마음의 프레임을 새로 짜야한다. 절은 오체투지다. 과거생에 부처님이 호명보살일 때 부처님 대중법문을 들으러 갔다. 흙탕물 밟을까 온몸 던졌고, 부처님은 호명보살의 등을 밟고 지나갔다. 그리고 수기를 주셨다. 온마음으로 참회하고 온마음을 부처님에게 던져야 한다. 뿌리 없는 꽃은 없다. 차, 직장, 가정 등 자신이 있는 곳이 도량이라는 생각으로 수행하고 기도하라.”

아비라기도 첫 관문은 절이다. 108번 지극한 참회다. 탐진치가 ‘나’로 둔갑해 자신도 모르게 쌓은 업장을 녹여 내리는 참회다. 성철 스님 말씀처럼 ‘자기 위주로 살던 삶’을 ‘남을 위한 삶’으로 바꾸는 첫 작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예불대참회문을 읽어 나가며 108배를 한다. ‘지심귀명례’에서 ‘지심’에서는 고개 들고 일어서는 준비단계, ‘귀명례’하면 합장한 채로 일어선 상태여야 한다. 불보살 명호를 부를 때는 마지막 글자인 ‘~불’에서 머리를 땅에 조아린다. 서원에서 7배, 불보살 명호를 부르며 90배, 회향(참회)하며 11배 등 총 108배를 한다. 그러나 숫자는 껍데기다. 절 한 번이라도 마음이 다른 곳에 있다면 108번도 3000번도 헛것이다. 윤영암 거사는 초심자들에게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늦봄과 초여름이 가야산 자락에서 은밀히 몸을 섞었다. 가야산이 어둠을 아침으로 갈아입는 순간, 딱! 입승이 죽비를 쳤다. 예불대참회의 시작이자 아비라기도 1품의 입재였다.

가야산이 엎드렸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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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터운 업장 참회…신구의 삼업 맑히는 수행

아비라기도란

중국 당대 총림서 하던 수행
장궤합장하며 법신진언 염송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

비로자나 법신진언이다. 아비라기도는 이 진언 가운데 ‘아비라’를 따와 붙인 이름이다. 진언은 본래 해석을 하지 않는다. 굳이 풀이하자면 ‘옴’은 부처님이 일러 준 모든 범음의 으뜸이 되는 글자다. ‘아비라 훔 캄’은 비로자나 부처님의 몸을 의미한다. ‘스바하’는 회향 의미를 담은 범음이다.

▲ 1년에 4차례 성철 스님 가르침 따라 아비라기도를 하는 해인사 백련암.

그러나 아비라기도는 진언 해석이 아니다. 진언을 열심히 염송해 무상삼매를 성취해 법신으로 돌아가는데 의미를 둔다. 아비라기도의 연원은 중국 당대의 총림 수행법으로, 비로자나 법신진언을 장궤합장하고 외우는 기도다. 성철 스님이 한국전쟁 뒤 가르침을 구하러 온 이들에게 일러준 수행이자 기도법이다. 스님은 타력에 의한 기원이나 스님들에게 의뢰하는 기도와 불공을 배격했다. 자신이 지은 악업은 자신의 노력으로 참회하고 신구의(身口意) 삼업이 맑아질 때 과보가 바뀌고 행복이 이뤄진다 강조했다. 아비라기도를 통해 자기 정진을 강조한 셈이다. 1967년 해인사 백련암에서 아비라기도를 처음 시행한 후 참가자는 점점 늘었고, 1981년 성철 스님이 조계종 종정에 오르자 급격히 늘었다. 성철 스님 생전에 750명에 달했던 참가자들은 열반 5주년 아비라기도 땐 1000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비라기도 전에도 108배, 장궤합장, 능엄주, 회향게는 있었다. 하지만 이를 순서대로 묶어 아비라기도로 엮은 게 성철 스님이다. 아비라기도는 3박4일 동안 총 24품을 한다. 예불대참회 108배, 장궤합장 법신진언 염송, 능엄주 1독, 회향게 로 1품이 구성됐으며 1시간이 걸린다.

아비라기도는 음력 1월4~7일, 4월12~15일, 7월12~15일, 10월12~15일 등 1년에 4차례 실시하는 대중기도다. 본당인 해인사 백련암, 서울 정안사, 하남 정심사, 의왕 정림사, 인천 연등국제선원, 부산 고심정사, 해월정사, 정수사, 대구 정혜사, 제주 법성사 등 성철 스님 문도회 사찰에서 동시에 진행한다. 055)932-7300

[1298호 / 2015년 6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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