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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재신론은 폭력적 신관 아닌[br]일체존재의 상생을 위한 기초

기자명 이병두

‘유일신론의 종말, 이제는 범재신론이다’ / 이찬수 지음 / 동연출판사

▲ ‘유일신론의 종말, 이제는 범재신론이다’
세계적으로 기독교 성장세가 주춤한데, 그 바탕에 무신론자 증가 추세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은 드물 것이다. 그럼 왜 무신론자가 늘어날까?

이찬수에 따르면, “세계가 변하고 언어가 달라지고 있는데, 교회에서는 천당에 계신 하느님은 영원불변하다며 고집하다가” 새로운 신자의 유입은 말할 것도 없고, “고민하는 기독교인들로 하여금 기존 신앙을 의심하고 교회를 떠나게” 만든다는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 “성서에서 묘사하는 신은 사실상 성서 안에도 갇히지 않는 초월자다. 그리고 보편자다.” 그러나 예수를 믿고 따른다는 기독교인들이 “예수를 믿거나 예수의 신을 수용하기보다는 예수가 몰랐거나 버렸던 유대인의 신을 신봉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면서 다른 종교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자세를 당연시”하는 것이다.

저자는 “세상천지가 성서여야 하고 성서일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이런 발언이 갑자가 나온 것은 아니다. 기독교와 불교의 비교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화엄철학’을 출간한 학문적 배경에서 나온, 화엄적(華嚴的) 기독관·성서관일 것이다. 거기에다 ‘대웅전의 불상에 절을 했다’는 이유로 대학에서 해직되어 어려움을 겪었던 개인의 체험도 녹아들었을 것이다.

“하늘은 나의 보좌요 땅은 나의 발판이다. 너희가 나에게 무슨 집을 지어 바치겠다는 말이냐? 내가 머물러 쉴 곳을 어디에다 마련하겠다는 말이냐? 모두 내가 이 손으로 지은 것이 아니냐?”는 ‘이사야서’의 기록처럼 “삼라만상이 신의 거처이자 작품”인데, 오늘날 교회 중심주의자들은 이 메시지를 놓치거나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목사 안수를 받아 목회 활동을 한 적도 있고 대학에서 신학을 연구하고 가르쳐왔으니, 성장 배경인 개신교의 울타리를 완전히 넘어서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독교 성서를 꼼꼼하게 읽으면서 오히려 ‘하느님은 모든 곳에 있다’는 확신을 얻었던 것이다.

“오늘날 예수처럼 사는 이가 있다면 그이는 분명히 교회에서 환영받지 못하거나 정죄될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오늘의 교회는 예수를 내쫓은 보수적 유대교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만일 예수가 한 언행 그대로 오늘도 따라하면 제 명에 살기 힘들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고 담담하게 말하지만, 이런 불행한 사태는 저자가 직접 겪은 일이다. 현대판 종교재판관들에게서 “이천 년 전 예수를 죽인 사람들이 꼭 그랬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는 구절은 대학에서 해직 당하고 멀고 먼 재판을 거치는 동안 가슴 속으로 처절하게 느낀 것이 그대로 담긴 것이리라.

저자가 보기에는, 범재신론이 유일신론은 물론이고 범신론(汎神論)과 무신론까지 포괄하고 넘어설 뿐 아니라 “신을 인간의 본성 밖 또는 높은 곳에 두는 초자연적 유신론의 한계를 극복”한다. 그래서 “편협한 신관으로 무장한 종교인들이” 펼치는 “자기중심적 배타성”의 횡행과 도처에서 진행되는 “종교의 악마화”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범재신론의 눈으로 보면 모든 곳에 신이 있고 모든 것은 신 안에서 움직”이는 것으로 보게 되므로, “범재신론은 타자를 존중하는 이론적 근거가 된다. 모든 이, 모든 것 안에 신이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일체의 절대주의를 거부한다. 신은 어떠한 절대적 주장 안에도 갇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범재신론은 타자를 높이고 자신을 낮춤으로써 평화를 구현할 것을 요청하는 사유 체계가 된다. 나아가 이러한 사유 체계가 ‘자비의 윤리’와 만나는 곳에서 신은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이루는 살아 있는 힘이 된다.”

“범재신론은 종교의 획일적 통일을 시도하는 폭력적 신관이 아니다. 일체 존재의 상생을 위한 기초”이다. 그러니 “범재신론적 사유와 자비의 윤리로 지구적 생명과 평화를 구체화”시키고 싶다는 저자의 바람(願)이 헛된 꿈은 아니리라.

전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

[1298호 / 2015년 6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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