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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영적성숙의 길

기자명 서광 스님

‘금강경’ 설하는 곳에 불보살님 계시는 이유는

“수보리야! 항하강에 있는 모래 숫자만큼 또 다른 항하강들이 있다면, 이들 강에 있는 모래알 숫자가 얼마나 많겠느냐?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야! 어떤 선한 사람이 그 항하강들의 모래숫자 만큼 많은 삼천대천세계를 칠보로 가득 채워서 보시한다면 얻을 복이 많겠느냐?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런데 수보리야! 만약 어떤 선한 사람이 이 경의 단 몇 구절만이라도 배워서 간직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설명해준다면 그 복이 칠보로 보시한 복덕보다 더 크다. 그리고 수보리야! 어느 곳에서든 이 경의 몇 구절만이라도 제대로 깨닫고 가르쳐 주는 곳이 있다면, 천상, 인간, 아수라 등 육도의 모든 존재들이 그곳을 부처님을 대하듯 공경할 것이다. 그러니 수보리야! 이 경 전체를 이해하고 새겨서 독송하고, 다른 이들에게 가르쳐주는 사람은 최상의 경이로운 법을 성취하지 않겠느냐? 이 경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부처님과 여러 지혜로운 제자들이 머물게 되느니라.”

물질적인 보시는 한계가 분명
너무 많으면 부정적 결과 초래
‘금강경’ 구절은 영적지능 증장
사랑·나눔·자비실천으로 유도

부처님께서는 반복해서, 물질적인 보시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씀하신다. 이를테면 배가 고프거나 갈증이 심한 사람에게 음식과 물을 보시하는 것은 엄청난 복덕이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시하는 양과 비례해서 복덕의 크기가 반드시 커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필요 이상의 물질적 보시는 때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마치 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서 거름과 물, 햇빛 등이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썩고, 타죽는 것과도 같은 이치다.

과거에는 사회적 성공, 심지어는 인생의 성공을 예측하는 요소로 지적 능력, 즉 IQ를 중시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차츰 대인관계 능력이 중요한 요소로 드러나면서 경청, 공감, 감정조절 능력 등 다른 사람과 잘 소통하고 지내는 능력들과 관련이 있는 정서지능지수(EQ)나 네트워크지능지수(NQ)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렇다면 불법을 잘 이해하고 가슴에 새기며, 몸으로 익혀서 다른 사람들에게 잘 설명해주고 가르쳐주는 능력은 어떤 능력에 해당하는 것일까? 또 내가 누구인지, 삶의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지와 같은 실존적 의문을 탐색하면서 존재의 근원을 추구하고, 개인적 의식 너머의 초월적 세계, 일체 존재들과의 연기적 관계에 대한 이해, 깨달음과 관련된 능력은 어디에 속하는 것일까? 심리상담가이자 인본주의, 자아초월 심리학 전문가인 프렌시스 보건(Frances Vaughan)의 말을 빌리자면, 그러한 능력은 영적지능(spiritual Intelli gence)에 속한다. 영적지능은 IQ, EQ, 그리고 NQ를 모두 통합하는 전체적 복합적 앎의 모드라고 볼 수 있다. 영적지능은 또한 내적인 삶(마음, 영혼)을 외적 삶의 행위(봉사, 지혜, 자비)로 향하게 하며 자애, 정직, 관용, 열린 마음, 평정심 등 영적성숙의 특질과 연결되어 있다.

부처님께서 ‘금강경’의 몇 구절만 마음에 새기고, 독송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해 주는 것만으로도 온 우주를 가득 채울 만큼의 칠보를 보시하는 공덕보다 더 크다고 말씀하신 이유는 바로 이 영적지능을 증장시키기 때문이다. 필요 이상의 물질은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할 뿐, 정신적, 영적 성장과는 무관하지만, 불법의 핵심을 담고 있는 ‘금강경’은 우리의 정신세계를 끊임없이 성장시키고, 변형시키면서 영적성숙의 길로 안내하기 때문이다.

자아초월 심리학의 용어로 말하면, ‘금강경’의 구절들을 이해, 독송하고, 마음에 새기며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해주는 일은 영적지능을 향상시킨다. 뿐만 아니라 자기중심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길이 결코 자신의 영혼을 만족시켜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만듦으로써 사랑, 나눔, 자비를 실천하는 영적수행의 길로 나아가게 만든다. 그러므로 ‘금강경’을 배우고 가르치는 그곳에는 항상 불보살님들과 훌륭한 제자들이 현존하게 된다는 의미다.

서광 스님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seogwang1@hanmail.net

[1299호 / 2015년 6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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