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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에 제격인 사찰음식

  • 생활
  • 입력 2015.06.23 11:44
  • 수정 2015.07.1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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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 안 부러운 채식 보양식, 무더위 이긴다

▲ 육류 대신 버섯과 나물로 만든 채식 육계장‘채계장’.

벌써부터 더위가 기승이다. 여름 중에서도 가장 덥다는 삼복, 그 중 초복이 올해는 7월13일이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무더위의 시작이 머지 않았다. 한여름의 무더위는 사람의 기력을 빼앗기 십상이다. 내리쬐는 햇빛에 시달리다보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비 오듯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다 보면 현기증마저 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름, 특히 복날이 되면 보양식을 찾는다. 음식을 통해 기운을 차리고 힘을 내기 위함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양식은 육류다. 보신탕과 삼계탕 등이 대표적이다. 불살생계를 수지하고 육류를 멀리하고자 노력하는 불자들로서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특별한 보양음식’이 필요하다. 바로 사찰에서 스님들이 여름철 기운을 북돋기 위해 먹는 음식들이 대안이다.

삼계탕·보신탕 대신 채계장
버섯·나물 넣은 얼큰한 별미
콩국수·들깨국수, 기력 보충
가지 냉국·애호박 만두 등은
몸 속 열기 식히는데 효과적

사찰에서 여름을 나기 위해 먹는 음식 가운데 대표적인 메뉴는 채계장이다. 육류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두부나 마른 나물, 버섯류를 넣어 칼칼하게 만드는 채식 육계장이다. 여름이 되면 기온은 높지만 위장은 차갑기 때문에 열을 내는 얼큰한 채계장은 삼계탕이나 보신탕을 대신한 음식으로 손색이 없다. 발우공양 대표 대안 스님이 제안하는 얼큰한 채계장의 조리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취나 토란대, 다래순 등 마른 나물을 삶아 물에 1시간 정도 우려낸다. 유부도 물에 삶아 물기를 짜 썰고, 도라지와 숙주도 씻어둔다. 건표고는 불려 곱게 썰어 볶고 느타리는 생으로 넣는다. 솥에 들기름과 집간장을 넣고 삶은 나물, 건표고, 생나물을 볶은 뒤 다시마와 건표고로 우린 채수를 붓는다. 고춧가루와 고추장, 된장으로 만든 양념장을 넣고 팔팔 끓이면 완성이다.

이 채계장은 뿌리 현미밥과 함께 먹으면 별미다. 마와 단호박, 밤을 넣고 현미를 불려 밥을 지으면 땀도 식히고 열기도 낮출 수 있다. 마와 같은 흰 뿌리 음식은 여름 감기로 인해 약해진 기관지나 폐에도 도움이 된다.

이밖에 가지로 만든 냉국도 여름철 공양상에 즐겨 오르는 음식이다. 가지에는 몸을 차게 해주는 성질이 있어 시원하게 냉국으로 먹으면 특히 좋다. 오이냉국을 만드는 방식과 동일하며, 오이 대신 가지를 찌고 집간장과 참깨 등으로 밑간해 넣으면 된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운동을 촉진시켜 변비에도 효과적이다.
콩국수와 들깨 칼국수도 스님들이 선호하는 여름철 별미다. 스님들은 면요리를 특히 좋아해 국수만 보면 웃음이 난다고 해 ‘승소(僧笑)’라는 별칭까지 생겼다. 콩은 여름이 제철인 식재료로, 밭에서 나는 고기로 일컬어질 만큼 고단백이다. 이 콩을 잣이나 호두, 들깨 등과 함께 물을 넣고 갈아 만든 고소한 콩국에, 소면을 삶아 시원하게 말아 먹으면 된다.

들깨 칼국수는 따뜻하게 먹는 여름 별미다. 들깨는 특히 음기를 보충하는 성질이 있어 손, 발 또는 몸에서 열이 나거나 식은땀이 나는 사람에게 좋다. 들깨가루를 밀가루와 함께 반죽해 먹기도 하고, 채수로 감칠맛을 낸 칼국수에 듬뿍 풀어 먹기도 한다. 들깨를 넣은 버섯탕도 사찰에서 손꼽는 최고의 보양식 가운데 하나다. 단백질이 풍부한 버섯과 음기를 보충하는 들깨의 조합은 건강적인 측면으로도 훌륭하고 맛도 뛰어나다.

연잎밥과 연자죽도 뛰어난 보양식이다. 연은 대표적인 보혈 식품으로, 빈혈과 현기증, 피로에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연근조림이나 튀김으로도 좋지만 연잎밥과 연자죽이야말로 대표적인 여름철 별미다. 특히 연자는 몸의 기운을 북돋워 주고 양기를 보충해주는 성질이 있어 물에 불린 뒤 갈아서 죽을 쑤면 여느 육류요리 못지 않다.

이뇨작용을 돕는 애호박은 그 자체로 여름 사찰 밥상의 단골메뉴다. 미네랄이 많아 더운 여름철 제격이기 때문이다. 도톰하게 썰어 별다른 조리법 없이 구워도 맛있고, 채를 썰어 소금과 참기름으로 밑간해 만두피에 싼 뒤 쪄 먹어도 별미다. 올 여름, 육식보다는 사찰식 보양식으로 열기를 다스려 보는 것은 어떨까.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299호 / 2015년 6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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