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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과 불교

복날과 불교

7월13일이 초복(初伏)이다. 열흘 간격으로 중복(中伏)과 말복(末伏)이 이어진다. 이를 삼복(三伏)이라 한다. 삼복은 뜨거운 여름 한 때를 상징한다. 복날이 다가오면 더운 날씨만큼이나 사람들을 뜨겁게 달구는 것이 있다. 개식용을 둘러싼 논쟁이다. 복날의 대표적인 음식은 개를 재료로 한 보신탕이다. 복(伏)이라는 한자 자체가 사람(人) 옆에 개견(犬)이 있는 까닭에 복날에는 개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개를 반려동물로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개를 가족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복날이 가까워지면 애견단체나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저항이 만만치 않다. 개식용을 둘러싸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개식용 둘러싼 해묵은 논쟁
민족감정 더해져 대립 격화

불교는 개식용 계율로 금지
생명 관점서 문제 바라봐야

그러나 개식용을 둘러싼 논쟁은 상당히 복합적이다. 개를 가축으로 보느냐 가족으로 보느냐에 대한 논점을 떠나 민족적인 자존심으로 비화된 측면이 있다. 특히 달팽이를 먹거나 거위를 학대해 간을 비정상적으로 키워 잡아먹으면서도 유독 개식용만을 야만으로 모는 서구에 대한 거부감이 개식용을 둘러싼 합리적 토론을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다. 이런 이유로 개고기를 먹지 않으면서도 민족감정에 의지해 개식용을 찬성하는 국민들이 의외로 많다.

불교는 오래전부터 개고기를 금기시했다. 절들이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한 까닭에 개고기를 먹고 산에 가면 호환(虎患), 즉 호랑이의 공격을 받을 수 있어서라는 이야기가 폭넓게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개고기 금지는 계율에 명시돼 있다. ‘사분율’에서 부처님은 개고기는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초기교단은 탁발을 했기에 육식을 금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몇몇 조건의 육식에 대해서는 먹지 말 것을 계율로 정해 놓았는데 개고기가 그 조항에 해당된다. 또 ‘목련경’에는 지옥에서 고통 받던 목련존자의 어머니가 목련존자의 효심에 힘입어 개로 환생했다는 내용이 있다. 이런 이유로 불자들은 개를 부모나 조상의 환생으로 생각해 복날이라 하더라도 개고기를 먹지 않는 전통이 있다.

개식용에 대한 명백한 계율에도 불교는 개고기를 둘러싼 사회적 극한 논쟁에서 비껴서 있다. 동물보호 관련 단체들은 이런 불교계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복날마다 개들이 보신(保身)이라는 이름으로 대량 살육되고 있는데 침묵만 하고 있는 불교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개식용 문제는 기호의 문제나 전통식도락의 문화로 접근해서는 접점을 찾기 힘들다. 생명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불자들이 지켜야할 기본 계율에 오계(五戒)가 있다. 오계의 첫 번째 덕목은 불살생계(不殺生戒)이다. 음식을 하나의 즐길 거리로 보는 우리사회에서 육식을 전혀 하지 않고 살수는 없다. 그렇지만 잘못된 보신문화로 죽어가는 무수한 생명들에 대한 무감각은 불자로서의 도리가 아니라는 지적도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유독 개식용에 대해서만 반대하는 것은 소와 돼지 같은 다른 가축에 대한 차별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개고기 문제는 대량사육과 대량소비로 이어지는 잘못된 육식문화 개선을 위한 상징적 의미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 김형규 부장
최근 초복을 앞두고 동물관련 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개고기 대신 팥빙수로 더위를 이기자는 애교 섞인 호소에서 복날을 반대하는 강경선언까지 다양한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어디에도 불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더위보다는 냉방병을 걱정해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복날 운운은 사실 시대착오적이다. 국제동물보호단체에 의하면 매년 복날 100만 마리의 개들이 도살되고 있다고 한다. 복날을 맞아 불교계에서 더위에 좋은 사찰음식을 알리거나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은 움직임이라도 일어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불자라면 복날 하루만이라도 육식을 멀리하고 불살생계를 되새겨보는 참회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김형규 kimh@beopbo.com


[1300호 / 2015년 7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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