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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존재의 평등한 생명권

기자명 재마 스님
  • 법보시론
  • 입력 2015.06.29 14:10
  • 수정 2015.07.08 09:24
  • 댓글 0

‘법구경’에는 살아있는 모든 생명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폭력과 죽음을 두려워한다. 내가 두려워하듯 남도 그러하니, 그 누구도 괴롭히거나 해치지 말라는 게송(129~130)이 나온다. 또한 붓다께서는 '상윳따니까야'에서 “마음으로 사방을 찾아보건만 자신보다 사랑스러운 자 볼 수 없네, 이처럼 자신이 사랑스러운 법, 그러므로 자기를 사랑하는 자 남을 해치지 말라”고 가르치신다.

생명은 누구에게나 너무나 귀하고 소중하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은 생명이 안타깝고 허망하게 죽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해 4월 세월호 사건이 터지면서 온 국민이 트라우마를 경험한데 이어, 또다시 온 나라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의 확산에 존재의 밑바닥에 있는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건드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온갖 모임은 없어지고 전 국민이 마스크를 쓰며 칩거의 삶을 살고 있다. 이번 메르스 사건은 지난 5월20일에 첫 환자가 발견되어 한 달이 지난 현재 175명의 환자가 확정되었고, 격리자가 1만 명을 넘어서고, 확진자들이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사고가 터진 이후에 정부는 초기 확진도 늦었고 확진 이후 접촉자 관리 조치, 병원 역학검사 및 방역조치도 허술했으며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이 메르스로 희생된 사람들은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들과 환자들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과 이들을 치료했던 의사와 간호사, 간병 및 호송하는 비정규직 의료노동자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에 공공운수노조에서는 감염의 확산과 관련해서 병원의 외주사업화와 이윤을 확대하려는 의료를 중단할 것과 병원외주 하청노동자들과 병원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을 주장하며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이는 모두 인권과 생명권에 관한 요구들이다. 우리 모두는 인간 생명의 권리를 보장 받고 싶어 하고, 행복을 원하고 고통을 원하지 않는다.

필자는 이 두 사건을 통해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 생명의 존엄함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발견하였다. 하지만 생명의 안전에 대한 위협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으며, 우리는 언젠가는 죽는다. 죽음은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게 찾아오지만 평소 우리는 죽는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산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죽음이 바로 우리 눈앞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이번 메르스와 세월호 사건은 자연스럽게 찾아온 죽음이 아니라 사고이며, 이 사고는 한 목숨이라도 더 살릴 수 있었던 인재였던 것이 공통점이었다. 이는 우리의 생명을 보장해주는 것이 국가와 공공의료체계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지만, 그만큼 국가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느끼며 이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국가의 무능력을 고발하거나 책망하는 것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치지도자들이 어떻게 하면 모든 존재들의 행복을 위해 일하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보편적인 책임을 실현할 수 있을까?

달라이라마 존자님은 말씀하신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오늘 잠에서 깨어나 살아있는 것이 행운이다. 나는 귀하고 얻기 어려운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다. 오늘 하루를 낭비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나를 영적으로 발달시키고 남들에게 나의 마음을 열고 모든 이를 위해서 해탈을 이루겠다. 나는 남들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가질 것이다. 오늘 화를 내거나 남들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할 수 있는 만큼 남을 돕겠다.” 이것이 종교인으로서 우리가 대승보살의 길, 성숙한 시민의 길을 살아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행복 하고 싶으면 행복의 원인을 심어야 한다. 그 실천은 고통 받는 이웃에 대한 관심과 연민의 마음으로 내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다.

재마 스님 중승대 불교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jeama3@naver.com

[1300호 / 2015년 7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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