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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라기도-하

부처님 정수리서 나온 광명으로 마장 없애다

▲ 부처님 정수리에서 나왔다는 다라니 능엄주 합송은 아비라기도 1품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합장하거나 가부좌 튼 수행자의 눈빛과 마음은 쉼 없이 능엄주를 향했고, 번뇌는 떨어져 나갔다.

“스타타가토스니삼 시타타파트람 아파라지탐 프라튱기람 다라니….”

해인사 백련암 장엄한 능엄주
아비라기도 1품 끝자락 장식

3박4일 동안 법당서 공양·수행
수행도반 서로 격려하며 회향
성철 스님의 법명·화두 받아

해인사 백련암 감원 원택 스님
“떠도는 마음 꼭 붙들어 매야”

능엄주가 법신진언과 공명하던 가야산에 장벽을 쳤다. 어떤 마장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결계였다. 108배 예불대참회, 법신진언 합송으로 ‘참 나’를 찾고자 애쓰는 수행자들을 보호하는 단단한 방패였다.

부처님 정수리에서 나왔다는 능엄주 합송은 아비라기도 1품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합장한 수행자들 손에서는 땀이 배어나왔고, 가부좌 튼 다리는 결연했다. 눈빛과 마음은 쉼 없이 능엄주를 향했고, 번뇌는 떨어져 나갔다.

초심자인 김상훈(40)씨는 능엄주를 눈으로 따라가기에도 벅찼다. 7분이나 5분에 능엄주 1독을 마치는 구참자들 속도에 마음만 어지러웠다. 열심히 입을 놀려보지만 역부족이었다. 대신 능엄주 공덕에 눈길이 갔다.

‘대불정능엄신주(大佛頂楞嚴神呪)’는 부처님 정수리 광명으로 이뤄진 미묘한 게송이다. 3108자로 구성된 이 다라니가 수지독송하는 수행자를 보호한다고 알려졌다. 마음 안팎으로 일어나는 잡념과 마장을 제거하는 등 수행에서 일어나는 모든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단다. 그래서 성철 스님이 아비라기도 1품을 구성할 때 마지막 수행으로 넣은 주력수행이다.

▲ 대중기도인 아비라기도는 법당서 수행하고 자고 공양한다.

아비라기도 대중들은 능엄주에 얽힌 이야기가 전하는 공덕을 굳게 믿고 있었다. 관음도량인 중국 보타낙가산 총림 주지 진헐 스님 아래 스님들이 정진 중이었다. 어느 날 피부병이 돌았고 대중은 병마에 휩쓸렸다. 쾌유를 비는 100일 관음기도 회향날 진헐 스님은 ‘대불정능엄신주’의 위력만이 병고를 거둘 수 있다는 관음보살의 얘길 듣는다. 다음 날부터 대중들은 능엄주를 수지독송했고 몇 주가 지나 총림 대중의 병이 완쾌됐다.

일찍이 부처님은 삿된 주술에 걸린 아난을 능엄주로 구하기도 했다. 재를 치른 왕과 대신, 장자와 거사들이 법을 청하자 천개의 잎이 달린 보배연꽃에서 능엄주를 설했다. 부처님은 문수보살에게 능엄주로 아난을 구하라 명했고, 삿된 주술에서 깨어난 아난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능엄주는 삼천대천세계를 다 덮고 일체중생을 보호하는 게송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능엄주 1독 뒤에 또 108배 예불대참회와 장궤합장 자세로 법신진언 합송이 이어졌다. 능엄주로 마장을 물리친 구참자들 몇몇은 공명을 체험하기도 했다. 이철영(61, 회영) 거사는 이번 아비라기도 19품에서 딱 한 번 제대로 진언했다고 했다. 그는 이때 고통이라는 ‘거짓 나’를 조복시켰고, 진언만 오롯이 남았다. 시간도 사라졌다. ‘훔’자 주변으로 빛이 퍼져 나왔고, 번개처럼 불이 튀었다. ‘우웅~’하고 공명했다.

▲ 장경각 거사들의 정진을 이끈 백련거사림 임원들.

윤영암 백련거사림 회장은 “진언삼매에 들어가면 주위 모든 것이 차단되고 차단돼 진언만 남는다”며 “나는 ‘옴’하는데 대중 소리는 ‘우웅~’으로 들린다. 빛이 보이기도 하는데 이 수행을 여여하게 해나가면 모든 세포가 공명해서 내 몸 하나가 일시동득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3품을 남긴 회향 전날 밤, 몇몇 수행자들은 고심원에서 3000배를 입재했다. 아비라기도에 참가했던 노보살이 환희심에 겨워 천태전에서 3000배 정진을 했다던 일화가 다시 재현되고 있었다.

가야산이 숨을 골랐다. 마지막 24품이 끝났다. 수행자들은 좌복 위로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눈빛과 얼굴은 환했다. 도반들은 마주보고 산회가를 불렀다. “몸이 비록 이 자리에서 헤어지지만 마음은 언제라도 떠나지 마세….” 뒤엉켜 포옹했고 등을 다독이며 “성불하세요”라며 정진을 독려했다. 눈물을 글썽이는 수행자도 더러 있었다.

세 번째 아비라기도라는 유재호(45, 조정) 거사는 정법을 만났다는 환희심에 젖어 있었다. 불자집안에서 자랐지만 기복에 매달려 부처님에게 해달라고만 빌었던 것이다. 해탈을 향해 정진하는 아비라기도 첫 경험 땐 울컥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희로애락을 좇는 ‘거짓 나’에게 속지 않겠노라 발심했다.

아비라기도는 삶을 변화시키기도 했다. 이철영 거사는 3년을 꼬박 아비라기도를 하고나니 가족들 삶이 바뀌었다. 백련암 가면 쌀이 나오느냐며 타박하던 아내는 지금 봉은사불교대학에 다닌다. 딸과 아들도 절에 가면 으레 108배를 한단다. 그는 “성철 스님 말씀대로 3년을 하니 모래 위에 집을 지었다”며 “억지로 시켜서 되는 일도 아닌데 점점 긍정적인 변화가 온다”고 아비라기도의 효과를 전했다. 허완(58, 조원) 거사는 “디스크 약은 28세 때부터 먹었고 무릎과 허리 안 아픈 곳이 없었다”며 “아비라기도를 시작하고 6개월 뒤 먹던 약 다 끊었다”고 말했다.

아비라기도를 마친 초심자들은 성철 스님이 남긴 법명과 화두 그리고 직접 그린 원상(선종의 깨달음을 상징)을 받았다. 고심원에서 해인사 백련암 감원 원택 스님이 수행자들에게 일일이 나눠주며 일과수행을 당부했다.

“아비라로 온몸이 작살날 때 마음은 어디에 있었는가. 무릎에 있었다면 그나마 멀리는 안 갔다. 온 천지를 돌아다니는 게 마음이다. ‘지심귀명례’를 외치며 불보살 명호를 불러도 마음이 딴 곳에 가 있으면 망상일 뿐이다. 백련암서 내려가면 끝이 아니다. 성철 스님은 일과수행을 강조했다. 예불대참회문으로 108배하고 능엄주를 하시라. 길을 지나다 아는 사람 만났는데 기억이 전혀 안 나다가 갑자기 떠오를 때가 있다. 그렇게 무심한 듯 골몰히 화두를 잡으시라.”

대중들이 아비라기도를 회향하기 전날 밤, 가야산에 걸린 달은 차오르고 있었다. 자정 넘긴 아비라기도 회향 날 새벽, 달이 찼다. 보름이다. 해인사 백련암 대중들의 법신진언 소리가 도량에 그득했다. 달이 찬 새벽하늘에 별도 지천이었다. 아비라기도 대중은 오늘 해인사 백련암에서 방부를 빼고 일상으로 향한다. 해제다.

▲ 기도회향 수행자에게 일과수행을 당부하는 원택 스님.

아니, 결제다. 하안거 결제로 수좌스님들은 전국 제방선원에 방부를 들였다. 아비라기도 대중들도 가정과 직장에 방부 들이고 일과수행으로 정진을 이어간다. ‘숫타니파타’에 실린 부처님 말씀을 경책 삼는다. “사람은 신앙으로써 거센 흐름을 건너고, 정진으로써 바다를 건넌다.”

가야산은 숨고를 틈 없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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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고통도 조건 따라 일어나는 현상에 불과

직접 체험해보니

장궤합장 20분마다 고비
수행도반들 격려 인상적

▲ 아비라기도 첫 경험은 고통이었다.

땀은 법복 상하의를 모두 적시고도 계속 흘렀다. 15~20분이 고비였다. 몇몇 품에서는 법신진언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를 대중의 소리에 맞춰 잘 따라갔다. 고통은 이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시계를 쳐다보는 순간, 시간은 너무 더디 흘렀다. 극심한 고통에 현기증이 몇 차례 일었고, 입맛 잃고 물에 밥만 말아먹는 일도 잦았다. 무릎이 작살났다고 ‘생각’했다. 허리도 마찬가지였다. 허리를 받치려고 합장한 두 손 풀면 조금 나아졌지만 고통은 여전했다.

그러나 고통도 조건에 따라 일어나는 현상에 불과했다. 몇 차례 법신진언에 몰입하기도 했다. 마음을 무릎 통증에서 완벽히 떼어내진 못했지만, 아련한 통증만 느껴질 뿐이었다. 30분도 어렵지 않게 지나갔다. 마음이 법신진언에 완벽히 몰두하면 고통을 조복시킬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특히 30분 장궤합장을 풀면 언제 아팠냐는 듯 고통은 사라지고 없었다. 이 사실을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지만 아비라기도에 다시 들어가면 마음은 고통에 끄달리기 십상이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취재차 왔으니 대충하고 가도 된다는 생각이 엄습했다.

회향할 땐 고통만 남은 듯 했다. 하지만 대중기도라는 특성 때문인지 함께 기도한 도반들의 격려는 인상적이었다. 백련거사림은 초심자 옆에 구참자를 배치해 수행을 독려했다. 법신진언이 빨라지면 늦추도록 조언했고, 고통이 ‘거짓 나’라는 사실을 재차 일깨워주기도 했다. 다만 능엄주를 처음 접한 탓에 합송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3박4일 동안 법당에서 먹고 자면서 청소와 공양 담당을 나눠 실천에 옮기고, 초심자들 잠자리까지 마련해주는 도반들 모습은 든든했고 고마웠다.

서로 포옹하며 성불을 바라는 마음으로 회향하는 도반들 미소가 바로 부처님이었다.

[1300호 / 2015년 7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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