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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세대의 고통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 불서
  • 입력 2015.06.29 16:01
  • 수정 2015.06.2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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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사 열한 가지 질문’ / 박세길 지음 / 원더박스

▲ ‘한국현대사 열한 가지 질문’
'캥거루족’ ‘잉여’ ‘이태백’ ‘삼포세대’ ‘아프니까 청춘’ ‘실신세대’. 오늘날 우리사회 청년들의 현실을 대변하는 신조어들이다. 20대의 태반이 백수인 사회현실에서 부모 품을 떠나지 못하는 청년들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또한 실업자와 신용불량자가 늘어나면서 ‘실신세대’라는 별칭까지 얻고 있다.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난 지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성취한 우리사회가 어쩌다가 이처럼 청년들을 움츠러들게 했을까? 또 도대체 무슨 연유로 연이어 보수 정부를 탄생시키며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을까?

1988년부터 1992년까지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1·2·3’ 시리즈를 펴내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했던 박세길이 20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의 시대변화와 스스로의 문제의식 변화를 담아 한국 현대사의 극적인 반전과 역설의 의미를 풀어냈다. 따라서 불광출판사의 인문·사회 브랜드 원더박스에서 펴낸 이 책 ‘한국현대사 열한 가지 질문’은 오늘의 한국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지나온 과거와 나누는 호기심 가득한 대화이기도 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사회의 새로운 지평 탐색에 몰두해온 저자는 스스로 정한 열한 가지 질문을 화두 삼아 우리 사회의 큰 쟁점과 이슈를 형성한 근원적 문제를 하나씩 짚어나갔다. 그러나 한국현대사를 다룬 책은 해방정국으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시기별로 기술하는 평범함을 거부했다. 저자는 오늘의 곤혹스러운 현실을 낳은 근원인 1990년대와 외환위기 전후의 상황부터 살펴보고, 이를 돌파할 지혜를 얻기 위해 분단을 비롯해 산업화·민주화의 경험과 교훈을 돌아봤다. 그리고 21세기에 들어와서 펼쳐진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새로운 희망의 싹을 찾으려 노력했다.

특히 저자는 현대사에서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우리사회에서 진보세력의 추락과 보수정권으로 회귀가 가능하게 된 상황을 주도면밀하게 살폈다. 열한 가지 질문 중 세 번째 질문인 ‘진보개혁 세력은 왜 추락했나?’에서 저자는 1980년대 DJ, YS와 재야 및 기층운동세력이 단일하게 결집할 수 있었던 민주 대 독재 구도와 2000년대 이후 일반화된 좌우 대결구도가 어떻게 다른지 살펴봄으로써 현재 침체에 빠진 진보에 대한 유의미한 성찰을 제공하고 있다.

▲ ‘한국현대사 열한 가지 질문’은 민주화와 경제성장이 왜 보수정부와 삼포세대를 낳았는지를 조명했다. 취업난 가중으로 대학 인근 자취방 구하기도 쉽지 않다. 불광출판사 제공

“개혁 성향의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담당함으로써 국민들은 이를 개혁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지지를 보냈다. 덕분에 신자유주의는 큰 걸림돌을 만나지 않고 한국사회 내부를 장악했다.”
20년 만에 한국현대사를 다시 쓴 저자는 사회의 물적 토대인 경제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도 가감 없이 담았다.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주역은 누구인가?’ ‘글로벌 금융위기는 신자유주의 몰락의 신호탄인가?’ ‘한국 경제의 재도약은 무엇으로 가능한가?’ 등을 화두삼아 고찰한 저자는 이 대목에서 독자들이 과거 한국경제 성공 요인과 현재의 경제 환경 및 재도약의 가능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국현대사는 한마디로 격동의 역사다. 너무도 가난했기에 누구보다 빨리 부유한 나라를 이루었고, 극단적 독재 치하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민주주의를 성취했다. 그럼에도 지금 청년들은 산업혁명과 민주주의 성취의 혜택을 누릴 새도 없이 유례없는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현재 청년 세대가 겪는 극심한 고통이 또다시 극적인 반전의 계기가 되어 활력을 찾을 수 있을지, 책은 “기성세대의 어리석음을 잊지 말라”고 충고하면서 그 희망의 싹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할지 길을 제시하고 있다. 1만50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1300호 / 2015년 7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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