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윤회서 깨어나지 못한 중생은 오욕 쌓고 가슴 속에 번뇌만 가득
생사윤회서 깨어나지 못한 중생은 오욕 쌓고 가슴 속에 번뇌만 가득
  • 박상준 원장
  • 승인 2015.06.30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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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독 공만이 후세에 광명이 사라지지 않도록 염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니 그가 마음을 보존하면서 근본을 중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와 함께 좌담을 할 때에 가슴 속에 온축되어있는 것을 두드려보니 오로지 이치를 관하는 데 집중하고 있고 율행을 삼가하고 있다.

허물 쌓는 게 심해지면
업은 더욱 더 무거워져
괴로운 길만 길어지니
마음 비우지 못한 잘못


그렇다면 그가 나아가고자 하는 바가 세간에서 그럭저럭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과 비길 것이 아니다. 내가 크게 가상하게 여겨서 우선 유광(愈光)이라는 자를 주었다. 나는 그것이 너무 튀는 것이라는 점이 꺼려져서 바꾸어 허회(虛懷)라고 하였다. 이것은 마음을 비우면 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를 취한 것이다.

진실로 생사윤회에 길이 잠들어 깨어나지 못하는 중생들은 매우 어두워져서 오욕이 쌓이고 익힌 것이 농후해지고 번뇌가 가슴 속에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행하는 모든 것이 다 업을 짓는 밑받침이 되어버린다. 이 때문에 집착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허물을 쌓는 것이 더욱 심해지고 허물이 더욱 깊어지면 업은 더욱 무거워진다. 미혹을 쌓는 것을 그치지 않아서 괴로움의 길이 더더욱 길어지는데도 끝내 반성함이 없으니 무슨 광명이 있으리오. 그 까닭을 따져보면 마음을 비우지 못한 잘못이다.

성인은 자기를 비우고 세상을 노니는 사람이니 집착하는 것을 버릴 수 있기 때문일 뿐이다.

집착을 버리고 나면 마음이 저절로 텅 비워지고 마음이 텅 비워지면 주변 환경이 저절로 고요해지면 외물과 나를 모두 잊어버리게 된다. 나를 잊어버리면 집착하는 마음이 없어지고 외물을 잊어버리면 집착할 대상이 없어진다.

이렇게 되면 마음과 대상을 찾아보려 해도 끝내 찾을 수가 없으니 비움이 지극한 것이다. 그 속마음이 이와 같으면 초연하게 절대 홀로 서서 도와 함께 노닐게 된다. 그러니 어찌 나를 구속하는 외물이 하나라도 있겠으며 나에게 누를 끼치는 미세한 티끌이 있겠는가.

그러나 무유(無有)의 몸으로 무유의 세계에 들어가서 지옥 명부에서도 미묘하게 실천행을 하며 중생들을 위해서 몸을 자유자재하게 활용하게 된다. 이른바 “멸진정에서 깨어나지 않고도 모든 위의를 나타낸다”고 하는 것이다.

이는 지인[至人: 장자에서 지극한 도의 경지에 이른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한 집착이 없다(至人無己)라고 하였다. 역자주]이 세간을 거닐면서 하는 일이다. 그러니 어찌 공로를 세우고도 겸허하게 자신을 낮추는데 그칠 뿐이겠는가. 아마도 빛은 환하게 내면서 번쩍거리지는 않는 사람일 것이다.

섭생이 응여라는 자를 받은 이야기

섭생은 달관선사(達觀禪師)의 문하에서 공부를 했다. 선사께서 자를 지어주었는데 응여(應如)라고 했다. 내가 그의 자를 보고 이에 선사께서 섭생에게 준 것이 최상의 법문임을 알았다. 이에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 ‘같다’라는 뜻의 여(如)는 비슷하다는 말이 아니니 이것은 우리의 본체(本體)를 곧장 가리켜서 말하는 것이다.

이른바 진여는 일심(一心)의 다른 이름이다. 따라서 진(眞)은 불망(不妄)의 뜻이고 여(如)는 불변(不變)의 뜻이다. 이 때문에 진여(眞如)라고 한 것이니 저 마음의 광명이 광대하고 허공처럼 맑기 때문이다.

마음의 본체는 고요하면서도 해가 지고 달이 뜨면서 어둠과 밝음이 교대하는 동안에 구름이 흘러가고 새가 날며 바람이 불고 먼지가 흩날리면서 사계절이 순환할 때도 주야로 간격 없이 가지가지로 변화하고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 것이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텅 빈 본체는 고요하게 응축되어 있어서 요동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진여의 성품을 받았고 이를 의지해서 몸의 형상을 이루었다.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kibasan@hanmail.net


[1300호 / 2015년 7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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