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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수행 전예솜 씨

기자명 법보신문

사업실패 후 딴사람된 남편
자살충동·갑상선암 고통
절하며 회복… 가정도 화목

▲ 길영·40
사업실패와 방황으로 남편은 완전히 딴사람으로 변해 버렸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4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힘겨운 가정 살림을 꾸려 나가느라 버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몸과 마음이 천근만근으로 무거운 나날이었다. 남편을 원망하며 도저히 희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앞에 나도 모르게 모든 걸 놓아 버리고픈 마음이었다. 아파트 베란다를 내려다보며 자꾸 뛰어 내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아무에게도 말도 못한 채 참고 또 참고 꾹꾹 누르며 지냈다.

그러다 2014년 1월, 갑상선암 악성 판정을 받았다. 0.1cm 암덩어리가 3개, 0.3cm 1개, 0.7cm 1개 등 총 5개로 의사는 바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막상 암이라고 판정이 나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빨리 수술해서 암덩어리를 떼어내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청견 스님을 뵙고 마음이 달라졌다. 스님께서는 말도 못하고 참아서 생긴 병이니 그 근본 원인을 고쳐야 한다고 하셨다. 그 말씀에 내 마음이 움직였다. 매일 김해에서 대구까지 3시간을 운전해가며 수행했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절을 하면 기운이 생겨서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3개월째, 10kg이 감량되자 신이 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았던 나는 그동안 나를 사랑하지 않고 몸과 마음을 방치했던 것이다. 4개월 뒤 검사에서 0.1cm 3개가 말끔히 없어졌다. 좋아지기 시작하자 이젠 꾀가 나서 수행하기 싫어졌다. 법당에 나오지 말고 집에서 혼자 수행해야지 하는 번뇌가 생겼다. 어떻게 내 마음을 아셨는지 스님께서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말씀 하셨다.

그러던 어느날 ‘부처님 크신 은혜 고맙습니다’ 염불수행 중에 한줄기 선명한 빛이 환하게 비치더니 몸과 마음이 새털처럼 가벼워지며 행복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며칠 뒤 염불수행 중에는 아주 밝은 광명이 광활한 우주처럼 펼쳐졌다. 그날 이후 나는 늘 행복한 미소가 입가에 걸렸고, 칠흑 같던 어두운 운명들이 차츰 사라지기 시작했다. 삶을 포기하고픈 마음이었을 땐, 아이들이 어찌 알았는지 밤마다 엄마 옆에서 서로 자겠다고 싸웠다. 내 마음이 다시 행복해지니 아이들의 그런 행동도 저절로 없어졌다.

남편은 부드러운 말투로 아이들과 대화를 했고 퇴근시간도 빨라졌다. 둘째와 셋째는 매일 절을 하며 성품이 차분해졌다. 여러 번 말하지 않아도 잘 실천했고, 집안에 화목하고 따뜻한 온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힘들고 마지못해 하던 수행이 이젠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수행이 되었다.

암 판정 8개월이 지난 10월 검사에서 0.3cm 암덩어리가 없어지고 0.7cm는 0.6cm로 줄어들었으며 몸무게도 2kg 더 빠졌다. 이젠 내 몸에 암이 있다는 생각조차 전혀 들지 않게 되었다.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이웃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놀라워한다. 어떻게 절수행으로 암이 없어질 수 있느냐고 신기해하며, 가르쳐 달라고 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이, 정말 좋아 보인다며 앞 다투어 절수행을 배우겠다고 한다. 지인들을 초청해 저녁상을 대접하고 절을 가르쳤다. 정말 좋다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몇 백배 더 행복했다.

스님께서 ‘갑상선 암 고맙습니다’ 하라고 하실 때만 해도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갑상선 암으로 인해, 칠흑같이 어두웠던 나의 삶이 찬란하게 빛나는 행복의 삶으로 바뀌게 될 줄은….

나는 이제 아무것도 두렵지 않게 되었다. 다가오는 모든 문제와 괴로움들 앞에서 두려워하거나 도망가지 않게 되었다. 꿰뚫어 지켜보고 알아차리며 행복의 재료로 멋지게 요리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소중한 가치를 알려 주시고 이끌어 주신 고마우신 분들께 보답하고자,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소중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1300호 / 2015년 7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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