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담 스님과 신정아, 그리고 조영남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개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같은 가르침을 따르면서 서로를 악마시하는 이단논쟁의 역사가 낯설다. 그러나 개방성이 가끔은 불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정작 신행생활을 하지도 않으면서 부모가 불자라거나 아는 스님에게 법명을 받았다는 이유로 불자임을 강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자들은 그 인연도 소중하다며 애교로 받아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성보에 대한 외경심이다. 불상이나 불화는 물론 부처님의 형상을 조성하거나 그리는 것에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 존경과 귀의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2003년 동국대에서 열린 전시회에 담배를 피우는 관세음보살이 전시된 적이 있다. 종단은 훼불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동국대 총장이 총무원으로 찾아와 사과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법당서 개신교인 조영남 전시
학력 사기 신정아가 큐레이터

십자가 든 자신 그려놓고 ‘붓다’
부적절한 사람들에 의한 ‘훼불’

그러나 이런 의식이 희박해지는 느낌이다. 조계종 기관지인 불교신문과 일부 인터넷 매체에 따르면 부천 석왕사 천상법당에서는 ‘조영남이 만난 부처님’이라는 제목의 그림전시회가 열렸다. 가수 조영남의 그림 10여점이 전시됐다. 놀라운 점은 2007년 학력을 위조해 동국대 교수로 임용됐다가 사기행각이 탄로나 실형을 살았던 신정아가 큐레이터로 참석했다는 사실이다. 이 절 주지인 영담 스님의 특별배려로 석왕사 법당에 걸렸다는 그림은 불자들의 상식을 뛰어넘는다. 그림의 배경은 온통 울긋불긋 화투짝이다. 특히 ‘웃는 부처와 하얀 십자가’는 충격을 넘어 훼불로 느껴진다. 현란한 화투짝을 배경으로 가슴에 십자가를 들고 앉아있는 조영남 자신을 그려놓았다. 조영남이 웃고 있는 것으로 봐서 웃는 부처는 아마도 자신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시회는 신정아가 조영남의 화투그림을 법당에 걸어보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파격으로 놓고 보면 영담 스님, 신정아, 조영남의 만남 자체가 파격이다. 영담 스님은 불교방송 이사와 이사장 재직시절 후원금을 횡령해 벌금 1000만원 형을 선고 받았고 석왕사 내에 납골당과 장례식장을 불법으로 운영했다. 또 방송에 나와 “목을 따버려야 한다”는 막말로 충격을 줬다. 무엇보다 학력을 위조한 신정아 사건 당시 동국대 이사로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당사자다. 신정아는 허위학력 파동으로 종립대학인 동국대와 불교 전체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재판 과정에서는 친불교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교회에 매월 50만원 이상의 헌금을 냈던 개신교 신자임이 드러났다.

조영남은 가수이면서 여성편력과 친일발언으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른 인물이다. 그가 일본에서 비롯된 화투에 이토록 집착하는 것도 과거 전력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신학을 전공한 독실한 개신교 신자다. 그런 그가 버젓이 스스로를 웃는 붓다라고 지칭하고 있다. 불교신문에 따르면 “조영남은 내가 비록 기독교인이지만 기독교에서는 이런 특별전을 상상도 못한다”고 고백했다. 화투짝을 배경으로 만(卍)자를 들고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놓고 웃는 예수라고 했다면 사태는 심각해졌을 것이다.

▲ 김형규 부장
영담 스님은 “전시회로 낯설음이라는 울타리가 와르르 허물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종교화합 차원에서 봐달라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가장 부절적한 사람들의 부적절한 전시회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불교가 아무리 열린 종교라 하더라도 화투짝을 배경으로 십자가를 든 개신교인을 부처라고 강변하는 난장까지 용납할 수는 없다. 더구나 학력사기로 불자들에게 상처를 입혔던 인물이, 그것도 전통사찰 석왕사에서 화투짝 그림과 함께 불교를 희롱하는 모습을 왜 지켜봐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법당은 부처님이 계신 예배와 기도의 성스러운 공간이다. 파격이라고 하더라도 정도가 있다.그래서 이번 조영남의 전시회는 불교에 대한 폄훼이며 사실상의 훼불이다. 스스로 율사의 맥을 이었다고 자부하는 영담 스님이 이런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일까. 정말 모를 일이다.

김형규 kimh@beopbo.com

[1301호 / 2015년 7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