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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사랑실천협회 케어 박소연 대표

“동물은 소비하는 상품 아니라 비명 지르는 생명”

▲ 동물을 같은 생명으로 바라보는 박소연 케어 대표는 불살생계가 첫 번째 계율인 불교계에 감동한다. 동시에 동물복지를 위한 불교계의 미약한 움직임이 아쉽기도 하다.

구제역·조류독감 같은 이상 바이러스에 감염된 소나 돼지, 닭과 오리들이 집단으로 생매장되는 일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다 죽어가는 참혹한 현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다. 그러나 그런 처참한 광경을 보면서도 사람들은 고기를 찾고 육식에 열을 올린다. 생명이 상품으로 전락할 때 얼마나 무자비한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매일 목도하고 있다.

죽인 동물, 고기로 먹는 사실에
육식 끊고 동물 보호운동 결심
생명으로서 누릴 권리 찾기나서

고통 알린다며 새끼돼지 능지처참
연평도 포격 때 버려진 반려동물
잊혀 지지 않는 가슴 아픈 사연

16년 간 변하지 않던 동물보호법
학대사례 이슈화…처음 개정시켜

1년에 도살되는 개 200만 마리
매년 복날에만 100만 마리 살생
1000만명 반려동물 개 기르면서
한 쪽에서는 먹는 부조리한 사회

‘자비세상’ 만드는 문화가 채식
사찰음식 좋아하는 이유되기도
불살생계가 첫 번째 계율 ‘감동’
부처님 자비는 뭇생명에게 해당

살아있는 동물들의 삶 역시 고통스럽다. 집단사육되는 수평아리는 50일이 지나면 컨베이어 벨트 쇠고리에 거꾸로 매달려 목이 잘린다. 암평아리는 좁은 우리에서 부리가 잘리고 죽을 때까지 알을 낳다 부리가 휘고 살갗이 벗겨지고서야 생을 마감한다. 돼지는 태어나자마자 어금니와 꼬리가 잘리고 좁은 틀에 끼워져 눕지도 못한 채 살을 찌우다 잡아먹힌다. 개는 육질을 부드럽게 한다는 명목으로 몽둥이에 맞아죽는다. 질 좋은 모피를 위해 산채로 껍질이 벗겨지고 약품이나 화장품 개발을 위한 독성물질을 몸에 주입받아 고통으로 몸부림치다 죽는 동물도 많다.

반려동물이라는 개와 고양이의 삶도 다르지 않다. 샌드백 대신 얻어맞고 굶겨 죽이고 칼을 먹이고 도끼로 찍어 죽이는 이 모든 잔인한 행위들이 우리 사회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들이다. 한해 도축되는 개 200만 마리의 절반인 100만 마리가 올해 복날 보신탕이라는 이름으로 생명을 잃게 될 것이다.

동물들의 이런 비참한 삶을 가장 따뜻한 품으로 들여다보는 사람이 있다. 동물사랑실천협회 ‘케어’ 박소연 대표다. 박 대표는 2002년 학대받거나 고통 받는 동물의 권익을 대변하겠다는 신념으로 협회를 출범시켰다. 그 이후 동물학대 현장을 찾아 고발하고 구출한 동물을 새로운 주인에게 연결해주는 한편 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박 대표는 모든 생명이 불성을 가지고 있다는 부처님의 말씀처럼 동물도 인간과 똑같이 고통을 느끼는 생명체임을 깨닫고 자비로 그들을 감싸야한다고 부탁했다.  

-동물사랑운동의 계기가 궁금하다.
어릴 때 정육점 앞에서 죽어 통째로 들어 온 모습을 봤다. 충격이 컸다. 내가 먹는 고기가 사랑스런 동물이라고 생각하니 더 이상 고기를 먹을 수가 없었다. 그때 이후로 크면 동물들을 위한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동물사랑실천협회 ‘케어’는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지.
사람이 누리는 것처럼 동물도 누려야 할 권리가 있다. 생명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말한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는 동물복지를 고려한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적어도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자는 것이 동물복지다. 그러나 생명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찾게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어떤 활동들을 해왔나.
학대받는 동물을 찾아내 구출하고 이를 사회 이슈화해 국민들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작업을 해왔다. 여러 차례 동물보호법도 개정했다. 국내 동물보호법은 1991년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16년 동안 전혀 변하지 않았다. 동물을 학대해도 처벌할 수가 없었다. 끊임없이 학대 사례를 찾아내 이슈화하면서 2007년 동물보호법이 처음으로 개정됐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협회는 구출해 온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한 동물보호소를 3곳, 입양센터 2곳, 교육센터 1곳, 사무실 1곳을 운영하고 있다. 채식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협회에서는 오로지 채소만을 먹는 비건채식을 하고 있다.

▲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버려진 반려동물을 구출했던 박소연 대표.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이 있다면.
2007년도 새끼돼지 능지처참 사건이다. 경기도 이천 시민들이 군부대 이전반대 운동을 하면서 서울 국방부 앞에서 새끼돼지를 찢어 죽이는 퍼포먼스를 했다. 자신들의 고통은 알리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뒤늦게 천도재를 지내줬다. 또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주민들이 섬을 떠나자 섬에서 굶주리다 처참하게 죽어가는 동물들이 많았다. 아무도 없는 섬에 들어가 아사 직전의 동물들을 구하면서 많이 울었다.

-어찌됐든 보람도 많았을 것 같다.
전북 순창의 소 농장에서 농장 주인이 소를 집단으로 굶겨죽이는 일이 있었다. 소를 구출하기 위해 현장에 뛰어들어 9마리를 구하고 남은 16마리를 구하기 위해 농림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동물을 굶겨죽이는 행위에 대해 처벌하지 못하는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외쳤다. 일명 순창 소 아사방지법이었는데 이제는 동물을 굶겨죽이는 일이 처벌받게 됐다. 경주꽃마차 사건도 보람 있었던 일 중 하나다. 마차를 끄는 말이었는데 주인에게 너무 맞아 거품을 물고 쓰러졌는데도 무자비한 폭행이 계속됐다. 동영상을 보고 어렵게 그 말을 찾아내 구해냈다. 지금은 좋은 주인을 만나 행복한 여생을 보내고 있다.

-곧 복날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1년에 도살되는 개가 200만 마리정도인데 복날에 100만 마리정도가 도살된다.  올해는 도심 안 재래시장에서 살아있는 동물을 도축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생각이다. 조류독감이나 구제역 같은 전염병은 큰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어디서 온지도 모르는 동물들이 도심 안에서 도축되는 것은 큰 문제다. 초복에는 서울의 중앙시장과 경동시장에서 도축 방지 시위를 하고 중복에는 명동에서 동물사랑 퍼포먼스와 함께 수박화채와 복 받으라는 의미에서 복숭아를 나눠줄 생각이다. 말복에는 개 도축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모란시장을 방문해 개도축 반대시위를 벌일 생각이다.

-서구가 개고기를 유독 야만으로 모는 것에 국민적 분노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쉽지 않다. 개고기 문제가 감정문제로 비화돼 버렸다. 과거에는 야생동물을 먹었지만 지금은 환경과 생태계 보호차원에서 금지하고 있다. 개고기에 대한 생각도 이제 변해야 한다. 주변에서 개를 기르는 사람이 1000만명이 넘었다. 많은 국민들이 개를 가족처럼 생각하는데 한쪽에서 잡아먹는다면 사회적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우리는 대량사육과 대량소비에 따른 환경문제, 전염병에 의한 질병의 문제까지 다양한 사회적 병리현상을 겪고 있다. 그런데 굳이 개까지 잡아먹어야 하나. 힘들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개만 옹호한다는 비판이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평등성의 관점에서 봐야한다. 개도 동물이니까 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은 하향평등을 지향하는 것이다. 소나 돼지, 닭도 안 먹었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저항이 크니까 우선 개라도 식용에서 제외하자는 이야기다. 모든 동물들이 습성대로 살 수 있는 상향평등의 관점으로 나아가야 한다.

-반려동물 먹이 때문에 다른 동물들을 도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 보호소의 동물들은 전부 채식사료를 먹이고 있다. 동물사료를 부패된 동물의 부산물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오히려 채식이 반려동물의 건강에 더 좋다.

-버려진 개와 고양이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사실 반려동물도 안 길렀으면 좋겠다. 그러나 개와 고양이는 너무 오랫동안 사람에 의해 길들여져 왔다. 그래서 개와 고양이만 반려동물로 인정하되 더 이상의 야생동물을 애완동물화 하는 것은 반대한다. 개와 고양이는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고 교감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햄스터나 이구아나는 길러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결국 싫증이 나서 버리는 사람이 많다. 또 반려동물이라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그럼에도 너무 길들여져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개와 고양이 정도만 반려동물로 인정하자는 취지다.

-동물을 사랑하고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이들에게 벌레를 밟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은 그 벌레를 위한 것만큼이나 아이를 위한 좋은 가르침이다. 언젠가 육아 관련 TV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이 산 낙지를 보고 바다에 살려주자고 하니까, 아버지가 이것은 먹는 거야 하면서 끓는 물에 넣는 장면을 봤다. 아이들은 이렇게 해서 생명에 대한 생각이 무뎌져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벌레를 죽이고 작은 동물을 괴롭히다가 나중에는 더 큰 동물을 학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길러진 폭력성은 결국 사회약자에 대한 폭력으로 발현된다. 동물학대를 단순히 동물과 사람의 관계로만 봐서는 안 된다. 사회폭력의 관점에서 접근해야한다. 그래서 교육이 필요하다.

-채식이 대안이라고 생각하는가.
영국과 미국에서는 광우병 파동 이후에 채식열풍이 불고 있다. 나쁜 현상들이 임계점에 이르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기도 한다. 우리사회도 육식에 따른 폐해가 임계점에 이르렀다. 동물의 복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대량사육에 따른 질병들이 넘쳐나고 있다. 소에게 소의 부산물을 먹이고 개에게 같은 동종인 개를 먹여 기른 동물을 우리가 먹게 됐을 때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채식은 단순한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자비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문화운동이다. 그래서 사찰 음식을 좋아한다.

-불교계와 인연이 있다면.
새끼돼지 능지처참 사태가 벌어졌을 때 스님 한분이 오셔서 국방부 앞에서 천도재를 지내줬다. 동물보호와 생명에 대한 관점으로 보자면 불교가 다른 종교에 비해 훨씬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불살생계가 첫 번째 계율이라는 점도 감동이다. 부처님의 자비는 사람에게 한정돼 있지 않고 뭇 생명으로 확장돼 있다. 불교계가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부장 kimh@beopbo.com

[1301호 / 2015년 7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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