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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포커스, 사실 보도에 충실한가

  • 기자칼럼
  • 입력 2015.07.15 19:51
  • 수정 2015.07.28 19:57
  • 댓글 20

[기자칼럼]권오영 기자

불교포커스, 본지 보도 반박
새로운 근거‧논리 없어 실망
기존자료 줄줄이 열거하면서
승려대회 당시 녹취록 외면
사실 확인은 언론인의 사명
이에 대한 노력 찾기 어려워

7월15일 교계 인터넷 매체인 불교포커스가 ‘1994년 4월10일 전국승려대회에서 의현 스님의 체탈도첩 결의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는 법보신문 보도를 반박하는 글을 게재했다. 혹시 개혁회의와 관련된 새로운 자료가 나왔는지 기대를 했지만 안타까움과 한숨으로 바뀌는 데는 오래지 않았다. 법보신문 기사를 반박하는 근거로 내세운 자료들이 기존 내용을 답습하는 수준에 불과했으며, 기본적인 사실조차 확인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보신문이 ‘전국승려대회에서 의현 스님의 체탈도첩 결의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는 기사를 보도한 것은 지난 7월13일이다. 앞서 의현 스님의 재심판결 논란과 관련해 종단개혁에 참여했던 스님과 단체들은 “승려대회에서 체탈도첩을 결의한 스님을 대중공의도 없이 사실상 사면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신문기사와 관련기록을 샅샅이 뒤져도 승려대회에서 체탈도첩이 결의된 사실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이는 불교포커스가 “별것 아닌 사안”으로 치부하는 것과는 달리 극히 중요한 사안이었다. 의현 스님의 재심판결과 관련한 논란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7월13일 종단개혁 동참 재가자들이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기자가 이 내용을 물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참석자들은 장시간 질의가 계속되자 “기자회견 이후 동영상과 당시 신문기록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기자는 기사를 작성하기에 앞서 수차례 자료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지만 끝내 구체적인 입증자료를 받을 수 없었다. 다만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로부터 1994년 4월11일 한겨레신문과 1994년 4월27일 불교신문을 받은 게 전부였다.

그러나 이 역시 법보신문에서 이미 검토했던 것으로 ‘승려대회에서의 체탈도첩 결의’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는 아니었다. 우선 “참가자들은 또 이날 대회에서 △서의현 총무원장의 모든 공직 박탈 △현 총무원 집행부 불신임 △서 원장 쪽이 주도하는 종단개혁위원회의 해산을 결의하는 한편 앞으로 서 원장에 대해 승적을 박탈하고 불가에서 영구 추방하는 ‘치탈도첩’의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고 보도한 4월11일자 한겨레신문의 ‘조계종 개혁회의 출범’ 기사는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없다. ‘앞으로 하겠다’는 내용이 이날 결의사항으로 둔갑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전국승려대회 봉행-10일 종정 불신임‧서원장 체탈도첩 결의’라는 제하의 불교신문 4월27일자 11면 기사 역시 사실로 보기 어렵다. 4월10일 이후 승려대회를 기획했던 봉행위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 담겼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불교신문은 종단개혁 초기 의현 총무원장을 비호하는 편파보도로 개혁세력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로 인해 1994년 4월6일자를 끝으로 2주간 신문발행이 중단됐고, 개혁회의가 총무원을 접수한 이후인 1994년 4월27일 복간됐다. 따라서 4월27일 복간하면서 후속으로 보도한 불교신문의 기사는 개혁회의 측의 영향력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었음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법보신문 기자에게 한겨레신문과 불교신문을 증거자료라고 건넨 재가단체 관계자가 “미처 기사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며 승려대회에서의 체탈도첩 결의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정한 것은 이 때문이다.

불교포커스도 기존 단체들 주장에서 단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불교포커스는 법보신문에 대한 반박 근거로 1994년 4월11일자 한겨레신문의 보도를 거론했다. 또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1994년 4월13일 원로회의 결의사항’을 내세웠으며 실천불교전국승가회 효림 스님이 1994년 6월 ‘월간해인’에 기고한 글,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가 2012년 12월10일 발간한 ‘한국근현대불교사 연표’, 법보신문 이재형 기자가 2012년 불교평론 50호에 기고한 논문 등을 들었다. 그러나 당시 승려대회 결의 내용을 다룬 많은 언론들의 보도와 새롭게 확인된 개혁회의가 법원에 제출한 승려대회 녹취록에 대한 언급은 애써 외면했다.

한겨레신문의 보도는 앞서 밝힌 것처럼 논란의 여지가 없다. 상식 수준의 독해력과 문법적인 이해를 갖췄다면 ‘앞으로 하겠다’는 내용을 승려대회 당일의 결의사항으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다 심각한 점은 불교포커스가 ‘1994년 4월13일 원로회의 결의사항’을 꼼꼼히 따져보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원로회의 결의사항’에 언급된 것처럼 이날 원로회의의 공식안건은 ‘4‧10 승려대회에서 의결된 사항에 대한 추인’이었다. 원로회의가 승려대회 결의사항을 재차 확인한다는 취지에서였다.

그런데 이날 원로회의의 세부 안건에 ‘서의현 전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와 체탈도첩 결의’가 불쑥 포함됐다. 승려대회에서 체탈도첩이 결의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데도 원로회의 안건에 ‘체탈도첩 결의’가 포함됐다면 당연히 의문을 가져야 할 사안이다. 당시 원로회의를 앞두고 승려대회에서는 결의되지 않은 ‘체탈도첩 결의’가 포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법보신문 담당 기자는 지난해 5월 ‘종단개혁 20주년-끝나지 않는 여정’을 연재하면서 당시 승려대회 등을 주도한 한 종단 고위층 스님으로부터 “당시 개혁세력들은 원로회의의 결의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렇기 때문에) 원로회의를 앞두고 원로회의에서 결의할 내용과 결의문을 만들어주다시피 했다”는 증언도 녹취할 수 있었다. 따라서 원로회의 결의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의문을 “자칫 당시 원로회의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심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고 몰아붙인다면 ‘팩트(사실)’에 충실해야 하는 기자로서의 기본적인 자세가 아니다.

불교포커스가 이후 제시한 내용을 일일이 반박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졌는지가 쟁점인데 뜬금없이 나중에 끼워진 단추들을 내세워 합리화하려는 꼴이다. 이는 신문보도에서 뿐만 아니라 모든 학문의 기본 원칙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지동설이 새로운 과학적 사실로 밝혀지면서 천동설에 기반한 논의들이 더 이상 힘을 얻을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천동설을 붙들고 옳다고 우긴다면 어리석음에 불과할 따름이다.

흔히 언론인들 사이에서는 “팩트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는 말을 한다. 선입견을 버리고 사실에 근거해 관점을 세울 때 프레임에 갇히지 않을뿐더러 여론을 호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안이 사실로 확인되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소통과 진전을 거부하는 불통과 고집스러움에 불과하다.

최근 종단개혁에 참여했던 재가자들은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당시 종단개혁 과정을 일일이 돌아보고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탐심과 치심이 한 몸이 된 것”이라거나 “발언권이 없다”는 식의 비난으로 일관했다. ‘개혁이 무엇이냐’는 당위론적인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개혁의 당사자로서 느끼는 심정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불교포커스가 언론을 표방한다면 사실을 외면한 채 감정으로 치닫거나 부추겨서는 안 된다. 사실에 대한 접근 노력을 “프레임이 진실을 호도한다”는 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교계 언론의 수준을 더욱 떨어뜨릴 뿐이다. 94년 종단개혁을 이끌었던 백양사 방장 지선 스님조차 불교포커스의 보도행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 권오영 기자
종단 권력이 성역이 돼서는 안 되듯 종단개혁도 마찬가지다. 사실 파악과 진상조사가 선행돼야 하며 그 결과 오류가 있다면 개혁의 주체이든 아니든 비판받아야 한다. 그것이 개혁정신이며 언론인의 사명이기도 하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303호 / 2015년 7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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