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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 징계자 사면은 대중공의로 풀어야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15.07.17 10:01
  • 수정 2015.07.17 11:40
  • 댓글 6

[기고]화쟁아카데미 박재현 사무국장
‘1994년 종단개혁과 서의현의 재심결정’

재심호계원 판결은 정치적인 ‘꼼수’
종헌개정․특별법 통해 해결 바람직
94년 종단개혁은 무소불위 권력을
아래로부터 무너뜨린 역사적 사건
개혁 상징을 개인 문제 치부 안돼

▲ 박재현 화쟁아카데미 사무국장
오랜만에 불교가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18일 호계원의 서의현 전총무원장 재심결정에 대한 종단 안팎의 공분 때문이다. 호계원은 재심을 결정하고 심리를 개시한 지 1시간여만에 94년 종단개혁 당시 체탈도첩(멸빈)의 징계를 받았던 서의현 전 총무원장을 공권정지 3년으로 감형하는 결정을 내렸다.

호계원은 당사자가 징계결정서를 받지 못해 징계 의결이 확정되지 않았기에 재심청구 권한이 있다고 판단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공권정지 3년의 감형사유에 대해서는 ‘피제소인의 죄상이 결코 경하지는 아니하나, 피제소인이 과오를 진심으로 참회하고 있고, 종단으로부터 빈척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1년 동안 속퇴하지 아니하고 승려의 분한을 유지하는 한편, 교구본사주지·중앙종회의원·총무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행한 공적이 작지 아니하며, 이미 팔순에 이르러 회향을 준비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함과 아울러 종정 예하의 교시와 원로 대종사의 자비화합의 뜻을 받자왔다’고 한다.

1994년 종단개혁에 참여한 스님과 재가자를 비롯하여, 불교계 제단체, 종무원들 까지 종단 안팎으로 호계원의 재심결정에 대해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1994년 종단개혁과 종헌의 정신, 대중공의와 승려대회를 부정하고 있다고 한다. 사법적 결정이 아닌 정치적 결정으로 종헌 개정을 통해 사면을 받기 어려우니까 정치적 꼼수를 써 조용하고 은밀하게 처리한 것이라고 한다. 호계원은 승적이 없어 재심청구의 자격이 없는 자에게 청구 자격을 주고, 징계양형에 있어 승려법을 위반하고, 멸빈자를 감형하여 종헌을 위배하는 등 종헌․종법에 위배하여 직권을 남용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재심결정은 원상복구되어야 하고, 중앙종회 등 각 종정기관들은 종헌․종법에 맞게 적법한 조치를 취하라고 하고, 재심결정에 참여한 호계위원들은 참회와 사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호계위원들에 대한 중앙종회의 불신임까지 그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또 그 재심결정과정에 대해서도 명명백백하게 진상규명되어야 하고, 94년도 멸빈자에 대한 사면은 종단개혁정신과 종헌․종법 질서내에서 대중공의를 모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번 계기를 통해 1994년 종단개혁 정신을 상실한 부분에 대해 자기 반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고, 종단개혁의 계승과 발전에 대한 대중공의를 모아야 한다고도 한다.
다 맞고 옳은 말이다. 1994년 종단개혁은 불교의 자주성을 훼손하며, 종권을 사유화하던 무소불위의 서의현체제를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이 목숨을 걸고 참여하여 무너뜨린 아래로부터의 개혁이다. 당시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또 하나의 모델로 회자될 만큼 한국불교의 역사적 사건이자 종교사의 유일무이한 사례이다. 특히 서의현의 멸빈은 총무원장 1인 중심의 비민주적 권위주의체제를 부정하고, 불교의 자주성과 종단의 청정성 회복, 사회적 역할의 확대에 대한 한국불교의 대내외적 천명이자 1994년 종단개혁의 상징이었다. 단지 개인적 비리에 대한 징계가 아니다. 개인적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1994년 종단개혁은 단순히 종권을 바꾸자는 것이 아니었다. 식민지 시대와 독재정권 하에서의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어용불교, 저급한 자본주의의 온갖 병폐는 스며든 교단, 종권다툼과 주지다툼의 현장으로 변해버린 절집가풍을 벗어버리고자 한 것이다. 당시 종단개혁 선언문을 통해 ‘우리가 개혁을 부르짖는 것은 단순히 교단의 정화만이 아니요, 종단의 구조적인 변화만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부르짖는 개혁이란 바로 이 세계에 새로운 삶의 가치, 새로운 삶의 질서를 제시하기 위한 몸부림이며, 이 사바세계를 청정한 수행 도량으로 만들기 위한 깨달음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교단을 이 사바세계에 대안을 갖게 하는 하나의 모델로 가꾸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단 내에 낡은 가치관과 어둠을 몰아내고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여 승가 본연의 청정한 가풍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아울러 교단의 온갖 구조적 병폐, 제도적 모순을 척결하고 이 땅을 부처님의 올바른 가르침과 보살의 향기로 물결치게 해야 한다’고 종단개혁 방향을 천명하였다.

지금도 1994년 종단개혁의 지향과 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 또한 당시 입안되었던 개혁의 내용 또한 아직 제대로 실현되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현재형이다. 개혁정신 회복과 구체적인 실천방안 모색이 당면의 과제이다. 그래야 서의현 재심결정이라는 위기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종단 발전의 계기로 승화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과연 당시 개혁의 주체가 개혁의 지속을 위해 그렇게 살아왔는가? 그렇지 않기에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 해 4월 10일 종단 주관하에 조계사에서 열린 ‘94년 개혁불사 20주년 기념법회’는 어떠했는가? 형식적이고 요식적인 행사일 뿐이었다. 모두 무관심하였다. 이날 기념법회에서 종단은 “정법종단을 반드시 구현하겠습니다. 청정교단을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불교자주화를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종단운영을 민주화하겠습니다.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더욱 확대하겠습니다” 라는 서원이 담긴 ‘종단 개혁불사 계승 실천선언문’을 발표하였다. 그런데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대중공의는 어디가고 밀실에서 조용하고 은밀하게 정치적으로 서의현에 대한 재심결정을 내렸다. ‘종단 개혁불사 계승 실천선언문’을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94년 종단개혁 정신이 실종당한 것이다. 우리의 무관심이 이렇게 만든 것이다.

개혁주체들이 먼저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리고 진상규명을 통해 호계원의 재심결정을 바로잡아 1994년 종단개혁 계승의 출발로 삼아야 한다. 즉, 호계원의 재심결정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대중공의와 종단개혁의 정신을 유지하는 길이다. 지금 많은 사부대중이 호계원의 재심결정이 지니는 비불교, 비사회, 비공의적 행태들에 대해 참담한 심정으로 분노하고 있다. 사회에서도 불교를 걱정하고 있다.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불교와 종단의 위상은 또다시 추락할 것이 자명하다.

여기서 유의할 것이 있다. 서의현 개인의 참회와 개전의 정, 소소한 사실관계나 형식적인 법리문제 등의 지엽말단의 것과 종단개혁의 정신과 대의를 혼돈하지 말아야 한다. 지엽말단의 논쟁이 지루하게 진행되고, 정치적으로 이용되어 근본과 본질이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문제를 형식적이거나 요식적으로 다루거나 두루뭉술하게 처리해서는 안된다.

재심결정을 원상태로 돌리고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종단의 미래를 위해 서의현 개인의 문제가 아닌 1994년 징계자 문제 등 과거사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를 종단개혁과 종헌 정신에 입각하여 대중공의를 모아 풀어야 할 것이다. 필요하면 중앙종회에서 종헌 개정과 특별법 제정을 통해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안풀린다고 이번 재심결정처럼 정치적 꼼수를 쓰면 공멸이다. 그래서 대중공의가 필요하다. 7월 29일 대중공사에 거는 기대감도 그 때문이다.

지금은 위기상황이다. 그래서 기회이기도 하다. 1994년 종단개혁의 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지금 여기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개혁의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필연적인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고 오늘을 살고 있는 불교인들에게 주어진 엄중한 책무이기도 하다. 나로부터 시작하여 우리로, 불교로, 사회로 공명할 수 있도록 분발이 필요한 때이다.

[1303호 / 2015년 7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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