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불교의 사회참여, 템플스테이

기자명 재마 스님

틱낫한 스님은 “모든 불교는 참여불교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붓다의 삶이 그랬고, 지금까지 내려온 승가의 모든 스승들이 인류의 행복과 그 길을 가르치면서 사람들과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쳐왔다. 한국불교는 대승불교를 표방하고 있다. 대승(大乘, mahayana)은 많은 이들을 싣고 갈 수 있는 큰 수레로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불교이다. 즉 모든 이가 행복하고, 고통을 여의기를 바라며, 내면의 완전한 기쁨을 발견하고, 행복의 원인인 이타심과 집착 없는 평온한 마음으로 불성(佛性)을 깨닫길 바라는 가르침이다.

대승의 맥을 잇는 한국 불교가 가장 활발하게 사회참여를 하는 부분은 산문을 열고 사람들을 맞이하는 템플스테이라 할 수 있다. 불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원하면 사찰에 와서 절집의 문화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1년 중 7~8월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템플스테이에 집중적으로 참가한다. 올해도 전국에 100개가 넘는 사찰에서는 휴가철을 이용한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또한 사회적 약자들인 해고노동자, 비정규직, 보호관찰 대상자, 세월호 희생 유가족들에게는 무상으로, 청년들을 위해선 저렴한 템플스테이도 문을 열어놓고 있다.

사찰에서는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에게 정신문화유산을 제공한다. 첫째는 승가의 단순하고 소박하며 자연과 대중이 조화롭게 어울려 사는 지혜와 수행문화의 전통이다. 둘째는 사찰이 갖고 있는 미학적 매력으로 공간과 선(線), 여백, 짜임새 등의 아름다움이다. 셋째는 인간의 심성을 성스럽게 고양하는 의례(儀禮, ritual)이다. 의례와 기도는 몸과 말과 마음을 정화하고 거룩하게 하는 도구들이다. 종교적 의례는 일상생활에 활력을 주고 난관을 극복하게 하는 내적인 힘을 체험하게 한다. 넷째는 마음을 들여다보고 훈련하는 다양한 명상법 전통이 사람들에게 행복을 위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템플스테이를 통해 쉼과 재충전을 위한 기회를 가지려는 참가자들에게 우선 자신의 습관은 일주문 밖에 내려놓고 들어가길 권한다. 인생은 여행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많은 것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쌓아가면서 살고 있다. 특히 경험, 지식, 일상적인 생활습관 등을 자신의 것이라 고집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 아는 만큼 보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전부라는 생각을 내려놓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것은 무상하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과 인간은 늘 새롭다. 고집을 내려놓았다면 둘째는 여행자의 시각으로 바라볼 것을 권한다. 지금 이순간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맞이하는 새로운 순간이다. 보고 듣고 느끼는 감각기관을 통한 인식작용도 새롭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바깥 대상으로 향하던 끊임없는 시선을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기를 권한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자신을 ‘내 것’이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낯설게 보기, 호기심으로 보기,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의 방문을 환대하고, 사라질 때까지 그냥 바라보는 경험을 해보기를 권한다. 그러면 곁에 있는 사람을 평가하거나 판단하는 습관도 멈출 것이다.

셋째로 사찰은 출가수행자들의 공간으로 절에 올 때는 하루 출가나, 머무는 날 수만큼 출가수행자가 되어보기를 권한다. 행동을 삼가고, 감사와 배려하는 이타심의 보살이 되어 일체 모든 존재들의 행복을 위해 자비의 마음을 무량하게 방사하면서 존재하기를 권한다. 그러면 무한한 행복감과 기쁨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재마 스님 중승대 불교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jeama3@naver.com
 

[1304호 / 2015년 7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