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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등 공모전의 우여곡절

  • 기자칼럼
  • 입력 2015.07.27 14:07
  • 수정 2015.07.27 14:08
  • 댓글 0

부산시가 부산불꽃축제의 부대행사로 등 공모전을 개최하기로 공고한 것과 관련해 “취소”를 요구하며 부산시 측에 강경한 입장을 밝혔던 부산불교연합회가 “협력”으로 한 발 물러섰다. 대신 연합회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등 공모전과 전시에 대한 기술 자문을 담당하기로 약속했다.

‘대인배’ 다운 결정이었지만 속앓이도 깊었다. 그동안 부산불교연합회가 부산연등축제의 한 부분으로 진행해 온 창작등 공모전을 위한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였다. 연초부터 무료로 등 강습회를 개설해 불자들이 각 사찰에서 장엄등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올해는 재정이 힘들어서 못 만든다”는 사찰에는 일일이 전화를 걸어 하나만 만들어 보자고 설득했다.

그렇게 공을 들여도 4~5개월 후 접수되는 창작등의 숫자는 겨우 열 손가락을 오갔다. 상금이 적은 걸까. 발품을 팔아 올해는 상금액수도 높이고 청소년들의 참여도 이끌었다. 다행히 부산 송상현광장 등 전시회가 성황을 이루면서 내년에는 창작등 공모전의 가치를 한층 더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까를 고심하는 것은 연합회 직원들에게 화두나 다름없었다.

이렇게 공 들이며 행사를 추진해 온 부산불교연합회 입장에서 부산시가 갑작스레 내건 ‘등 공모전’은 벼락같은 소식이었다. 총 상금액수 만도 6000만 원. 물론 공예에 소질 있는 청소년을 발굴하고 등 전문가들의 작품 실력 향상을 돕는다는 취지는 좋았다. 부산시민들이 전통 등을 하나라도 더 보면서 따뜻한 온기에 기뻐하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신심이 날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단체가 기획하고 수십 년 동안 결을 다져 온 행사를 단 몇 개월 만에 도용하다시피 부산시 이름으로 주최한다는 것은 연합회로서는 수용하기 힘든 일이었다. 부산불교연합회가 ‘취소 요구’라는 강경한 자세를 취한 것은 이런 정서적 배경도 한 몫 했다.

▲ 주영미 기자
김규옥 경제부시장은 “좋은 행사를 벤치마킹하려고 했을 뿐 불교계에 피해를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밝히며 자세를 낮췄다. 부산불교연합회도 포교와 지역 발전을 위해 한 발 물러섰다. 부산시와 부산불교연합회가 서로 협력을 통해 상생의 길을 모색한 것은 박수 받을 만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정서와 구조가 다른 두 기관이 함께 일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전통등 문화의 함양으로 부산시민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대의를 잊는다면 행사는 더 큰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앞으로의 행보에 더욱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부산시 등 공모가 지역과 불교계 모두의 상생과 발전으로 이어지길 기원한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304호 / 2015년 7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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