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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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호승 기자
  • 승인 2015.07.2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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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동자까지 부처님처럼 웃으며 절하고 ‘자기부처’ 발견하라

▲ 미소명상은 부처님처럼 자애로운 미소를 얼굴과 마음에 새겨 긍정에너지를 충전하는 과정이었다.

신은정(33, 반해)씨는 ‘자기부처’를 찾진 못했다. 적어도 가슴에 ‘감사’라는 단어를 새겼다. 그는 1000배든 3000배든 절절한 마음으로 참가했던 절수행이 빚은 환희를 잊지 못했다. 서비스업에 종사한 그는 웃는 얼굴과 달리 속은 스트레스로 멍들어 갔다. 감정통제가 어려웠다. 심장이 빠르게 뛰면 상기돼 죽을 것만 같았다. 과민성대장염도 겹쳐 1년에 두 차례는 응급실로 실려 갔다. 약을 먹어도 신장에 세균감염이 발생하는 신우신염이 재발했다. 악재는 가혹한 현실로 그를 덮쳤다. 교통사고까지 겹쳐 허리와 목에 디스크가 생겼다. 직장도 그만둬야 했다. 그 때 절수행과 만났다.

본래부처인 자신 발견하는 정진
1타임 회향엔 서로에 감사 인사
부처님 미소 닮아가는 미소명상
번뇌인 부정적 에너지 덜어내고
환희심이란 긍정에너지 충전해

고성 ‘부처님 은혜 감사합니다’
진심 담은 절규…눈물 흘리기도


100일 동안 새벽예불부터 저녁 9시까지 2000배씩 했고, 한 달에 두 번 서울과 부산법당에서 3000배를 했다. 한 달이 지났다. 눈앞에 환한 빛이 폭발했다. 가슴에 박혀있던 마음속 응어리가 쏟아져 내렸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딸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길 바랐다. 절에 다니자 술에 입을 댔고 알코올 중독에 사고로 중환자실에 입원까지 했다. 직장도 관두고 간호하는 어머니에게 너무 죄송했다. 오빠 응원으로 절수행을 계속했고, 6개월 뒤 아버지는 퇴원했다. 그 무렵, 부산에서 집중수행 중이던 그에게 밝은 빛이 온몸에 퍼지고 있었다. 부모님에게 감사한 마음이 샘솟았다. ‘아버지, 어머니 고맙습니다’라고 되뇌며 3시간 동안 울었다. 아버지는 달라진 딸 모습에 함께 절수행을 하기 시작했다. 오빠도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살아갈 힘을 얻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3000배 철야정진에 빠질 수 없는 이유다.

▲ “부처님 크신 은혜 감사합니다” 염불이 입으로만 나온다면 공염불이었다.

청견 스님은 “한 달에 한 번 철야정진에 동참해 만끽하는 환희로움으로 한 달을 마무리하라”고 일렀다. 또 “눈동자까지 부처님처럼 웃고 있는지 자신을 살펴야 한다”며 “입만 ‘부처님 고맙습니다’라고 외치면 공염불이다. ‘자기부처’가 드러나게 절하는 자신이 바로 법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본래 부처님인 자신은 물론 타인도 부처님임을 알고 감사를 표현하는 모습.

입술 안 혀로, 머리로만 하는 ‘고맙습니다’는 말에 불과했다. 먹을 수 없는 그림의 떡이었다. 절하는 내내 대중들은 마음을 담아 고마움을 표현했다. 엎드리고 또 엎드렸다. 외치고 또 외쳤다. 30분씩 10차례 거듭했다. 미소명상은 부처님처럼 자애로운 미소를 얼굴과 마음에 새겨 긍정에너지를 충전하는 과정이었다. 갑자기 고성을 내질렀다. “나는 본래 부처다! 나는 부처다! 부처가 나다! 나는 본래 부처인 나다!”라고 부르짖었다. 자신이 곧 부처님이라는 사실을 순간순간 일깨우는 고성염불이었다.

새벽 5시 무렵, 짙은 어둠이 무뎌졌다. 9번째 절수행 시간이었다. 절이 달라졌다. 또 다른 부처님인 부모님께 감사를 올렸다. 그리고 10번째 절수행, 창문 닫고 커튼을 쳤다. 빛과 소리를 차단했다. 고성으로 “부처님 크신 은혜 고맙습니다”를 외쳤다. 법당이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부처님 고맙습니다” 외침이 파도처럼 일렁였다. 차라리 절규였다. 고마움에 진심을 담기 위해서다. 가슴에서부터 눈물이 차올랐다. 고마움을 몰라 죄송했다는 참회였다.

황수경(27, 정예)씨는 고맙다는 말이 실감났다. 직장생활 공포라는 자신만의 문제에 골몰했던 일을 뉘우쳤다. 오로지 ‘훌륭한 간호사가 되게 해주셔서 고맙다’고 절했다. 힘든 병원생활을 버텼다. 어머니의 암 발병에도 무관심했던 과거를 참회했다. 그는 3000배를 하면서 쿵쾅거리는 심장을 느꼈다. ‘내가 살아있구나, 뭐든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감사했다. 그는 “마지막 절하는 시간을 위해 절하고 절하는 것 같다”며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린다. 개운하다”고 말했다.

철야정진 회향이다. 서로 마주보고 서로의 부처님에게 고맙다고 절했다. 양 팔을 크게 벌려 ‘자기부처’와 ‘남부처’ 그리고 ‘이웃부처’에게 감사하다고 웃으며 외쳤다. 부산에서 온 김덕환(54, 보광)씨도 웃었다. 철야정진을 회향하면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것을 느껴서다. 15년 동안 건강을 위해 수영을 했지만 절과는 달랐다. 긍정적으로 변하는 자신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웃으며 말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놀라울 때가 많다고. 그는 “매일 5시에 일어나 108배를 하고 있다”면서도 “한 달에 한 번 철야정진을 회향하면 긍정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고 전했다.

번뇌망상이라는 부정적 에너지를 놓아버리고 비워야 비로소 긍정에너지가 채워질 틈이 생겼다. 철야정진으로 새삼 깨닫는 이치였다. 고은 시인의 ‘비소로’라는 시처럼. “노를 젓다가 / 노를 놓쳐버렸다 /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김희영(51, 보현)씨는 요즘 집에 따로 기도방을 만들었다. 방석 위 하얀 포를 깔고 앉으면 마음이 고요해진단다. 매달 3000배 정진을 회향하면 늘 새엄마에게 전화한다. 나이든 엄마 목소리엔 반가움이 묻어난다. 원망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는 날마다 행복해지고 있었다.

3000배 철야정진 참가대중들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어두웠던 마음에 동이 텄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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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 관계 깨닫게 하는 예경의 행위

직접 체험해보니

찜통더위에 웃는 이유 이해
축원 시간의 소중함 깨달아


▲ 절 숫자보다 절하는 마음에 중점을 둔 3000배는 마음을 맑게 했다.

불교에서 절은 곧 하심이다. 절하면서 자신을 낮추며 콧대 센 아상을 꺾는 행위이자 부처님에 대한 예경이다. 그래서 절 동작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관심이란 부처님을 향한 마음이 올바른지 살펴야한다는 의미다. 대구 법왕정사 3000배 철야정진은 이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3000배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정확히 3000배를 하진 않았다. 대신 절을 세심하게 가르쳤고 절하면서 가져야하는 마음에 더 중점을 뒀다. 그래서인지 몸은 덜 피곤했고, 마음은 한결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여름이라 방에 불을 넣진 않았지만 찜통 같은 법당 공기는 잊을 수 없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데 절까지 하니 줄줄 흘러내렸다. 그럼에도 웃으며 절하는 수행자들 모습에 존경심마저 들었다. 나중에 인터뷰를 해보니 마음이 웃으니 얼굴도 웃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3000배 철야정진에 왜 참가하는지 알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특히 고성으로 “부처님 감사합니다”를 외치는 순간이 인상적이었다. 불 끄고 창문 닫고 문 걸어 잠그고 커튼까지 내린 상태에서 철저하게 자신에게만 몰입하면서 내지르는 절규였다. 두터운 번뇌망상 더미에 깔려 찾기 어려운 내면의 부처님에게 닿길 원하며 부르짖는 모습은 절절했다.

회향하면서 양 팔을 크게 벌려 ‘자기부처’와 ‘남부처’, ‘이웃부처’ 너머 뭇생명과 모든 부처님에게 고맙다는 외침을 할 때는 타종교 의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이 삐뚤어졌다는 사실은 금세 알 수 있었다. 형식만 그럴 뿐, 서로 연기적 관계에 놓인 모든 부처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발산하는 것은 자애심을 보내는 명상과 닮아 있었다. 참가자들 만면에 걸린 미소가 이를 증명하는 것 같았다.
고두례마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올리는 축원 시간은 더 없이 귀중한 순간이기도 했다.

[1304호 / 2015년 7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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