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논문 투고 다양성 미명 아래 불교학 죽는다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15.08.10 11:57
  • 수정 2015.08.10 13:43
  • 댓글 1

불교 학회 및 연구기관이 학술 등재지 하락에 따른 재심을 한국연구재단에 신청했다. 학술계는 재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을 것이다. 학술지 등재 유지 및 하락의 주요 조건으로 제시 된 ‘동일한 기관의 논문투고건 비율이 3분의 1 미만’은 불교학이라는 특수 학문의 제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머리띠 두르고 한국연구재단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상기 조건을 알기 쉽게 풀면 이렇다. 불교 유력 학술지 ‘보조사상 연구’에 10편의 논문이 투고됐다고 가정하면 동국대 관련 석박사들의 논문은 3편 이내여야만 한다. 투고율이 4편을 됐을 경우 무조건 등재지 하락이다. 여기서 동국대 관련 석박사라 하면 동국대 소속 교수와 연구원은 물론이고 강사까지 포함된다.

불교계 유력 학술지는 불교연구, 인도철학, 보조사상 연구, 정토학 연구 등 열손가락으로도 꼽을 수 있는 정도다. 불교학 관련 전문학과도 동국대와 금강대, 위덕대 3개 대학에 개설되어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석박사를 배출 하는 대학도 적거니와 석박사들의 논문을 받아 줄 학술지도 적다.

여기서 또 하나 짚어봐야 할 건 동국대 소속 박사급 분포다. 불교연구가 한국연구재단에 제시한 자료를 보면 한국연구자정보(KRI)에 불교학 분야에 등록된 박사급 연구자 총 212명 가운데 동국대 소속이 104명이다. 전체 49%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불교학의 요람이기도 하거니와 연구관련 프로젝트도 동국대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동국대 소속 연구자들이 많지도 않은 불교계 학술지에 몰리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학연이나 지연에 따라 불거진 상황이 아니란 말이다.

무엇보다 학술지는 내용이 훌륭한 논문, 즉 질 좋은 논문을 싣는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본다. 동국대 소속 연구자가 제출한 논문이 타 대학 소속 연구자가 제출한 논문보다 훌륭하다고 판단해도 ‘3분의 1 미만’ 조건에 따라 질 낮은 타 대학 연구자의 논문을 실어야만 한다. 논문의 질을 떨어뜨리는 논문 투고의 다양성은 의미 없다. 결과적으로는 불교학의 퇴보를 부를 뿐이다.

특히, 정성(내용)평가를 통해 하락한 학술지는 재심조차 청구할 수 없게 했다. 어떤 잣대를 들이 대는지도 모르는 가운데 소수 학자의 시각으로 결정된 등재 하락을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건 ‘폭압’이나 다름없다. 지성인들이 추구해야 할 시스템이 아니다.


[1305
호 / 2015년 8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