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렇게 황혼이 멍들어 가는 지금 세상에도 여전히 ‘효’의 당위성은 유효하다. 비록 반인륜적 패륜이 심심치 않게 뉴스거리로 등장하는 세상일지라도, 부모자식의 천륜이 부정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불가에서 ‘효’는 더욱 특별하다.
중국 명나라의 대표적 고승 감산덕청(1368~1644) 스님은 “삼가 경을 열어서 계품을 보면 효(孝)를 근본으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경에서 말하기를 ‘효를 이름 하여 계라 한다’고 하였다. 이 뜻을 말해보면 부모에게 효순하고 스승과 승가의 삼보에 효순하고 지극한 도를 지닌 법에 효순하고 일체중생에게 효순하라는 것”이라고 했을 정도다.
이 뿐만 아니라 목련존자 이야기는 불교에서 효의 백미로 꼽힌다.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를 구하고자 애면글면하는 목건련의 마음을 꿰뚫은 부처님께서 신통력을 부여해 그로 하여금 지옥세계를 둘러보게 하고, 그 어머니를 구제할 방법까지 일러주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불교계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물론, 이 이야기를 담은 ‘목련경’이 효를 제일의 도리로 여겼던 중국에서 만들어진 위경이라는 점에 학자들이 견해를 같이한다고 해도 효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데 이보다 더 극적인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이 책 ‘목련의 기도’는 ‘관상’의 작가 백금남이 우란분재의 기원이 된 목련존자 이야기를 소재로 업·인연·윤회 등을 키워드 삼아 부처님의 가르침을 풀어낸 소설이다. 소설은 주인공인 대학 교수 ‘김상오’가 실종된 모친을 찾기 위해 일본에서 귀국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어머니를 찾아가는 도중에 차 안에서 조카로부터 건네받은 ‘목련암’이라는 제목의 책 한권을 보게 된다. 소설은 이렇게 주인공이 어머니를 찾아가는 이야기와 주인공 손에 들린 ‘목련암’ 속 구타율(훗날의 목련)과 구타율이 지옥에 떨어진 그 어머니를 찾아 여섯 지옥을 헤매는 이야기가 양립하는 이중 구조로 구성됐다.
작가는 여기서 군더더기 없이 담담하고 담백한 필치로 전생과 현생, 전설과 현실을 교차하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현실에서 시작해 현실에서 끝을 맺지만, 주된 이야기는 책속의 책 ‘목련암’에 담겨 있다. 목련이 출가해 부처님을 만나기 전 이야기에서 시작된 ‘목련암’에서 목련은 어머니가 생전에 저지른 악행으로 인해 무간지옥에 거꾸로 매달려 고통 받고 있음을 알고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지옥으로 떠난다.
그 길에서 목련은 상상을 초월하는 여러 지옥의 살풍경을 목격했다. 목련은 이 과정에서 자신의 지옥 순례 안내를 맡은 질로라는 아홉 살 동자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홉 살 동자는 그저 어린 아이가 아니었다. 꼬마의 맹랑함에 아연실색하고 화도 내고 어처구니없어 하기도 하지만, 고정관념과 허상의 실체를 하나하나 깨우쳐주는 질로와의 대화를 통해 깨달음의 세계로 한발 더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둘의 대화를 보고 들으면서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대승불교의 가르침을 받게 된다.
목련은 결국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우란분재를 행해 어머니를 구제할 수 있었다. 이 경전이 널리 전해진 우리나라에서는 효도와 어버이의 명복을 비는 의미에서 일찍부터 음력 7월15일에 우란분재를 행하고 있다. 천륜을 부정하고자 애쓰고, 그도 모자라 반인륜적 패륜이 서슴없이 자행되는 험난한 세상에서 ‘목련의 기도’는 부모의 사랑과 자식의 효가 어떤 것인지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하고 있다. 1만35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1305호 / 2015년 8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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