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CEO와 깨달음의 나이
35세 CEO와 깨달음의 나이
  • 김형규 기자
  • 승인 2015.08.17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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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8조원에 이르는 IT기업 다음카카오의 최고경영자(CEO)에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가 내정됐다. 그는 1980년생으로 불과 36세의 젊은이다. 그런 그에게 8조원에 이르는 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 권위주의적인 문화에 찌들어 있는 한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그의 나이만큼이나 주목받는 것이 있다. 36세 젊은이를 최고경영자로 발탁한 다음카카오 김범수 의장의 철학이다. 김 의장은 지식의 저주에 갇히지 않을 리더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지식의 저주란 기존 지식에 매몰돼 있으면 그것을 뛰어넘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없다는 뜻이다. 권위에 굴복하지 말고 스스로 주인공이 되라는 선의 가르침이 느껴진다. 선의 정신은 혁신과 맞닿아 있다. 기존의 질서와 관념을 넘어서는 끊임없는 혁신, 이것이 선의 본질이다.

창의성이 경쟁력인 사회에서
혁신적인 선의 가르침 주목

불교선 선 정신 갈수록 쇠퇴
수행체계에 대한 재점검 필요


선의 정신을 기업에 적용시킨 인물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애플의 최고경영자였던 스티브 잡스다. 그는 전화라는 휴대폰의 기존관념을 넘어 인터넷, 음악, 게임과 같은 이질적인 요소들을 하나의 인드라망으로 연결시켰다.

“남의 인생을 살기 위해 삶을 낭비하지 말라. 다른 사람의 생각에 갇히지 말고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라.”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잡스는 졸업생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선의 결기가 느껴진다. 세상은 이렇게 선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는데 한국불교는 선의 정신에서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 매년 2000여명의 스님들이 안거에 든다지만 치열한 법거량이나 활발발한 소식은 예전만 못하다. 선지식을 찾기 어려우니 총림의 방장마저도 안거수를 따져 선거로 뽑아야하는 고루한 처지에 놓여있다.

법보신문은 2011년 선사들의 깨달은 나이를 조사한 적이 있다. 선어록과 문집, 논문을 토대로 오도(悟道)시기를 확인할 수 있는 중국과 한국의 대표 선사 43명(중국 16명, 한국 27명)을 조사했다. 조사결과 선사들의 오도 나이는 평균 32.4세였다. 83.8%가 20~30대 깨우친 분들이었다. 많은 선사들이 20~30대에 깨달음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굳건한 보리심과 맑은 식, 여기에 치열한 수행을 감당할 수 있는 튼튼한 체력이 밑바탕 되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권위와 제도에 물들기 전에 치열한 수행을 통해 주인공으로 우뚝 섰을 것이다.

이들 선사들이 활동하던 시기의 불교 또한 젊었다. 깨달음 자체가 권위였기에 법랍과 제도에 따른 권위주의를 뛰어넘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갈수록 선지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아마도 구도심의 결여가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졸음을 쫓으려 턱 밑에 송곳을 치켜세우는 그런 비장함이 사라졌다. 선가에 기한(飢寒)에 발도심(發道心)이라는 말이 있다. 굶주리고 배고파야 구도심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의 절 집안은 너무나 풍요롭다. 사회는 갈수록 각박해져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지만 불교는 옛 스님들이 남겨준 유산으로 넉넉하다. 이러니 수행은 뒷전이고 정쟁(政爭)이 끊이질 않는다. 그래서 불교도 이제는 혁신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종국에는 몰락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지식을 길러내야 한다.

최근 교계 안팎에서 종단의 운영방식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선지식을 길러내지 못한다면 껍데기일 뿐이다. 이제라도 수행체계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 선원에서는 일대일의 문답상량이 제

▲ 김형규 부장
도적으로 정착돼야 한다. 선지식은 깨달음이 인정되는 납자에게 전법게를 수여하고 반드시 인정받은 선지식에 의해 대중지도가 이뤄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이웃나라의 수행체계를 참고하거나 선지식을 찾아 배워오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출가제도도 손을 봐야한다. 출가연령의 고령화로 종단의 활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출가자가 드물더라도 크게 발심한 젊은이들이 우선적으로 출가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불교의 혁신은 종단의 효율적 관리가 아닌, 선지식을 길러내는 것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당당하게 오도송을 읊으며 납자들을 제접했을 젊은 날의 경허 스님, 성철 스님이 그립다. 

김형규 kimh@beopbo.com

[1306호 / 2015년 8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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