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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수련회-중

아상 여의고 비운 자리에 늘 부처님 담고 닮아가리라

▲ 새벽 3시, 빛도 잠든 시간에 수행자들은 ‘금강경’을 독송했다.

“금강반야바라밀경, 법회인유분, 여시아문 일시불 재사위국기수급고독원 여대비구중 천이백오십인 구이시 세존식시 착의지발 입사위대성 걸식어기성중 차제걸이 환지본처 반사흘 수의발 세족이 부좌이좌(金剛般若波羅蜜經, 法會因由分, 如是我聞 一時佛 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與大比丘衆 千二百五十人 俱爾時 世尊食時 着衣持鉢 入舍衛大城 乞食於其城中 次第乞已 還至本處 飯食訖 收衣鉢 洗足已 敷座而坐) …중략… 응화비진분, 수보리 약유인 이만무량아승지세계칠보 지용보시 약유선남자 선여인 발보살심자 지어차경 내지 사구게등 수지독송 위인연설 기복승피 운하위인연설 불취어상 여여부동 하이고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 불설시경이 장로 수보리 급제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일체세간 천인 아수라 문불소설 개대환희 신수봉행(應化非眞分, 須菩提 若有人 以滿無量阿僧祗世界七寶 持用布施 若有善男子 善女人 發菩薩心者 持於此經 乃至 四句偈等 受持讀誦 爲人演說 其福勝彼 云何爲人演說 不取於相 如如不動 何以故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佛說是經已 長老 須菩提 及諸比丘 比丘尼 優婆塞 優婆尼 一切世間 天人 阿修羅 聞佛所說 皆大歡喜 信受奉行).”

새벽 3시부터 ‘금강경’ 4독
1분도 쉬지 않고 잇단 독송
1독에 40분 총 3시간 소요

지난 3차례 수련회와 달라
한방에 모여 함께 대중독송
바른법연구원장과 질의응답

빛도 잠든 시간이었다. 새벽 3시, 수행자들은 깨어있었다. 저마다 앉은 자리가 수행처이자 법당이었다. 법당에 흔한 불상 하나 없어도 부처님 광명처럼 빛났다. 헛기침도 없었다. 오로지 ‘금강경’ 한 글자 한 글자를 읽어 내려갔다. 수행자들의 달아오른 정진열기는 ‘금강경’이 뿜어내는 법력이다. 가피와 법력이 미치는 시공간, 부처님 예 있었다.

▲ 1분 법회인유분부터 32분 응화비진분까지 모두 4독했다. 달아오르는 열기는 ‘금강경’ 독송이 뿜어내는 법력이었다. 저마다 앉은 자리가 곧 수행처였다. 부처님 예 있다.

제1분 법회인유분부터 32분 응화비진분까지 ‘금강경’ 1독에 40분이 걸렸다. 1독 끝나면 잠시 쉬련만…. 쉼은 없었다. 곧이어 2독에 들어갔고, 회향하는 석가모니불 정근까지 3시간이 걸려 4독했다. 가슴에 작은 울림 하나 남았다. 세포 하나하나에 전해진 떨림은 온몸으로 파고들었다. ‘금강경’에 나타난 부처님 법식을 닮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법식이란 탐진치를 닦는 모습이고, 탐진치를 닦는 수행은 시시때때 온 세포에서 일어나는 번뇌망상이라는 분별심과 아상을 비우는 일이었다.

미륵존여래불에게 분별하는 마음을 바치는 일이기도 했다. ‘미륵존여래불’은 ‘참나’ ‘진여’ ‘불성’과 같은 의미였다. 친숙한 삼존불이나 불보살을 명명할 경우 생기는 또 다른 상(相)에 집착하는 어리석음이라는 분별심을 막기 위한 방편이었다.

몇몇은 초심자였다. 뜻도 모르는 ‘금강경’을 읽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베테랑 김희종(56, 하심장자)씨는 “처음엔 뜻도 모르고 읽지만 한 번 두 번 읽다보면 마음이 가라앉고 맑아진다”며 “헛된 마음(분별심)이 쉬어지는 것 자체가 법력이다. 읽다보면 마음속 분별이 쉬고, 쉬고 쉬면 분별마저 사라진다는 부처님 가르침이 ‘금강경’”이라고 했다. 그는 신심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신심이 없다면 ‘금강경’ 공부도 헛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금강경’ 제14분인 이상적멸분(離相寂滅)에서 가리왕이 부처님 사지를 갈가리 찢는 내용을 설명했다. 상을 여의면 곧 적멸이라는 가르침이다. 가리왕이 온몸을 찢을 때 부처님에게 상이 있었다면 마땅히 분노했으리라 말했다. 이 가르침에 대한 믿음과 신심이 없다면 분별을 여의기는 어렵다고 했다. 김희종씨는 고통스럽던 과거를 조심스럽게 대중 앞에 내놨다.

그는 교사였다. 22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 ‘금강경’ 공부도 병행하던 시기였다. 부처님 제자로 거듭나고자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아내는 물론 주변에서 모두 반대했다. 심지어 함께 공부하던 도반도 만류했다. ‘금강경’ 공부하면서 직장생활을 해도 된다는 조언이었다. 가족들 생계도 문제였다. 당시 자녀는 고3 수험생이었다. 그에겐 엄청난 갈등과 고통이었다. 10년 넘게 남은 정년도 걸림돌이었다. 명퇴발표 1주일 전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원수 바른법연구원장에게 고충을 털어놨다. 김 원장은 이렇게 답했다. “부처님 모시는 일 하는데 안 되는 일은 없다.” 그는 100% 믿었다. 그리고 명예퇴직을 했다. 아내도 ‘금강경’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안 된다’는 부정적인 한 분별이 곧 재앙이라고 했다.

제주도에서 온 김영미(59)씨도 수련회에 오기 전까지 분별에 시달렸다. 남편과 사소한 말다툼에서 시작됐다. 수련회 뒤 돌아오는 날짜를 다르게 기억했던 것. 남편은 화냈다. 그녀는 남편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최근 뇌수술을 두 번이나 하고 심장에서 종양을 꺼내는 수술도 했던 차였다. 그 후 혼자 마음공부도 하며, 마음속 부처님을 잊지 않겠노라 서재에 불상을 모셔온 남편이었지만 불쑥 치솟는 진심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막상오니 남편은 달라졌다. 수련회에 와서 ‘밥 잘 챙겨 먹고 있으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답변이 왔다. 답변은 처음이었다. 남편은 사과했다. 그녀 마음에 분별이 사라졌다. “법력이 울타리 친 곳에 와서 그렇다”며 그녀는 웃었다.

지난 3차례 수련회와 달랐다. ‘금강경’ 독송 모임을 이끄는 김원수 바른법연구원장과 질의응답이 마련됐다. 한 방에 모여 독송하는 대중수행도 달라진 모습이었지만 질의응답은 수행자들의 정진을 독려하는 힘이 됐다.

김선영씨가 입을 뗐다. “아이를 정말 사랑한다. 왜 업보인가.” 질문이 답을 청했다. 비로소 법이 열렸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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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고달프게 하는 원인은 밖 아닌 마음 안에 있어”

김원수 바른법연구원장

 
“삶을 힘들고 고달프게 하는 것은 마음의 외적요인이 아닙니다. 어렵다는 생각, 못한다는 생각, 모른다는 생각, 즉 마음 안의 요인(분별심)이 어렵게 만들고 있을 뿐입니다.”

일체유심조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 앞에 닥친 문제들이 마음밖 일이라고 여기는 순간 해결은 멀어진다. 김원수 바른법연구원장이 수십년 ‘금강경’을 읽고 읽으며 공부하고 공부해서 얻은 작은 앎이다.

김 원장은 고 백성욱 박사의 가르침을 화두삼아 1968년부터 약 반세기 동안 ‘금강경’을 수지독송해왔다. 그는 “아상을 버리기 위한 마음 닦음”을 ‘금강경’이라고 감히(?) 정의했다.

“우리는 육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 생각하고 정신적으로 늘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인생이 생존경쟁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상대 이익은 내 손해로 받아들이지요. 이 고통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마음 안에 있습니다. ‘손해봤다, 안된다, 못한다’는 생각이지요. 이는 곧 분별이자 아상입니다. 다 착각이요, 잘못된 것인 줄 알고 그 모든 생각을 부처님께 정성껏 바치고 비운다면 해답은 스스로에게 찾아옵니다.”
목마를 때 반쯤 채워진 물병을 바라보는 생각의 차이였다. 분별심으로 ‘반 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쉬움과 불만이 싹트는 이치였다.

“‘나’라는 탐심은 밑 깨진 항아리입니다. 채워지지 않지요. 죽는 순간까지 만족하지 못하고 불행한 삶을 이어가는 모습들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금강경’이 필요합니다. ‘금강경’ 핵심은 ‘아상’을 벗는 데 있습니다. ‘나’라는 탐진치를 떠나 텅 빈 마음에 부처님을 담고 그 충만함으로 살아가는 지혜가 담겼습니다.”
그래서 바른법연구원은 탐진치를 소멸하는 공부로 ‘금강경’을 택했다. 실천은 무주상보시로 이어진다. 2005년 문을 연 무료급식소 하심정(下心亭)이다. ‘금강경’의 무주상보시 가르침을 봉사와 나눔으로 실천하는 선불장이기도 하다.  정성스럽게 마련한 국수로 굶주림에 온기를 채운다. 봉사 전 ‘금강경’을 독송하고 ‘모든 성냄을 부처님께 바치겠다’고 발원하는 이유다.

“마음 낮춘 곳에서 마음 닦음이 시작”되며 “지혜는 탐심 내려놓은 그 자리에서 나온다”는 그의 말에 울림이 파문을 일으킨다.

“마음에 부처님 모시면 닮아갈 수 있습니다. ‘금강경’을 통해 마음을 닦아간다면 누구나 부처님이 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1306호 / 2015년 8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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