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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보시로부터 시작되는 큰 복덕

기자명 원빈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5.08.18 10:58
  • 수정 2015.10.20 18:05
  • 댓글 0

극빈자는 부처님에 대한 신심어린 공양으로 재정관이 되었고, 오랜 세월 천상의 복락을 누렸다. 인연이 무르익었을 때 그는 인간으로 태어나게 되는데 석가모니 부처님 재세시의 일이다. 그의 부모는 사왓띠에 사는 부자로 사리뿟따 존자의 신도였기에 아이가 태어나는 날 존자를 모시고 축원을 받았다. 아이가 태어나는 날부터 집안의 모든 사람들이 똑똑해졌기에 아이를 빤디따 다라까(현명한 아이)라고 이름지었다.

지금 비록 누추하더라도
행보리심으로 정진하면
출세간 깨달음 얻게 돼
아라한 성인 될 수 있어

빤디따가 7살이 된 어느 날 부모에게 말했다. “저는 출가하고 싶습니다.” 사리뿟따 존자의 독실한 신자였던 빤디따의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존자와 같은 고귀한 수행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는 사실이 행복하고 자랑스러웠다.

빤디까가 출가한 후 8일째 되는 날 사리뿟따 존자를 따라 탁발을 나가던 길이었다. 마을을 향해 걸어가는 그 길에서 우연히 도랑이 파여져 있는 것을 본 사미는 마음에 놀라움과 의문이 가득했다.

“스님, 이것이 무엇입니까?”
“이것은 도랑이라 부르는 것이다.”
“무얼 하는 데 이용합니까?”
“물을 끌어들여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이용한다.”
“스님, 저 물에도 마음이 있습니까?”
“없단다.”
“스님, 이처럼 마음이 없는 것도 원하는 대로 끌어댈 수 있습니까?”
“그렇단다.”

사미는 홀로 생각했다.

‘이처럼 마음이 없는 것도 원하는 대로 끌어댈 수 있는데, 어째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마음을 원하는 대로 끌어대어 정진하여 아라한이 되지 않을까?’

사미의 마음에는 부끄러움과 놀라움으로 인해 분발심이 들끓기 시작했다.

“스님 괜찮으시다면 저는 먼저 사원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사미는 사리뿟따 존자의 꾸띠에 앉아서 열심히 마음 챙기고 정진하여 몸의 진실한 속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전생에 인연 있던 제석천왕은 이 모습을 바라보며 전생의 극빈자이자 재정관이던 빤디따 사미의 수행을 돕고 싶었다. 그는 사천왕을 사방에 보초로 세우고, 해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고, 본인은 꾸띠의 방문 앞에서 문지기 노릇을 하면서 사미의 수행을 보호했다.

부처님께서는 매일 아침 대연민삼매에 드셔서 그날그날 깨달음의 인연이 무르익은 중생을 살피시고 보호하시는데 오늘은 빤디따 사미가 아라한과를 증득할 인연이 무르익은 날이었다. 하지만 사리뿟따 존자가 탁발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조금 빨라 이대로 두면 빤디따 사미는 수다원과를 증득하는 데에서 그 깨달음이 멈출 것이기에 부처님께서 직접 사리뿟따 존자의 탁발길 중간에 마중을 나가신다.

사리뿟따 존자와 문답을 통해 충분한 시간을 보내시는 동안 빤디따 사미는 아라한과를 증득했다. 이때 제석천왕이 멈추어 놓았던 해의 움직임을 다시 정상으로 돌리니 대낮같던 밝음이 한 순간에 갑자기 어두워졌다. 이러한 기현상을 접해 놀란 비구들에게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복덕이 많은 사미가 아라한과를 얻기 위해 열심히 정진할 때 태양의 신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사대천왕이 네 방향의 보초를 서고, 제석천왕은 문 앞의 보초를 섰다. 붓다인 나도 가만히 쉬고 있을 수 없어서 길목에 서서 내 아들의 보초를 섰다. 현명한 사미는 농부가 물대는 것을 보고 분발하여 자신을 경책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빤디까 사미는 전생에 극빈자의 몸으로 한 명의 수행자에게 공양 올리기로 발심하고 실천한 인연으로 그 나라의 재정관이 되었고, 또한 더 큰 보시를 실천하여 어린 나이에 출가해 아라한이 되었다.

▲ 원빈 스님
행복명상 지도법사
지금 비록 몸과 마음이 가난하고 행동이 누추하여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부처님의 금구를 만나 발보리심하고 행보리심을 수행하면 세속적으로는 한 나라의 재정관이 될 수 있고, 천상의 신이 될 수도 있으며, 나아가서 출세간의 깨달음을 얻어 아라한의 성인이 될 수도 있다. 이 모든 큰 복덕의 시작이 아주 작은 보시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 놀랍지 아니한가?

호법천신과 부처님의 보호를 받으며 모든 번뇌를 끊어 완전한 자유를 성취하는 그 날을 위해 오늘 당장 작은 보시를 실천해봐야겠다.

 

[1306호 / 2015년 8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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